갓생피플&기업 - SPC그룹

미국 유학길 올라 제빵 기술 숙련
최초 매장서 직접 굽는 ‘베이크오프’
방식 도입해 빵을 주식으로 끌어올려

빵 온도 재러 전국 매장 직접 돌며
‘품질균일화’로 맛있는 빵 인식 확산
고품질 빵 개발로 ‘정도경영’에 박차

 

ⓒ천지일보 2023.06.13.
2일 양재동 SPC그룹 본사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왼쪽)이 임직원들에게 떡국을 배식하고 있다. (제공: SPC그룹)

갓생은 영어의 ‘갓(God)’과 한자의 ‘생(生)’을 조합한 신조어다. 흔히 생산적이고 계획적인 삶을 열심히 살아갈 때 ‘갓생산다’고 표현한다. ‘갓 생피플&기업’은 평생을 ‘갓생’으로 살아온 기업인과 더불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을 깊숙이 들여다보기 위해 기획됐다.

 

[천지일보=조혜리 기자] ‘삼립호빵 63억개 판매 신화의 주인공’ ‘진정한 빵 장인’ ‘제빵왕’. 이는 모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지칭하는 말이다.

허 회장은 1981년 삼립식품 대표를 맡은 지 7개월 만에 대표직을 내려놓고 오로지 제빵기술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인물로도 유명하다.

허 회장은 그토록 빵에 ‘진심’이었고 이러한 그의 진심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통하고 있다. 허 회장은 허창성 선대 회장의 경영 철학을 그대로 물려받아 정도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온갖 역경을 딛고 맛있는 빵 굽는 법을 배워 아버지의 제빵사업을 이어받는다는 이야기를 담은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실제 주인공도 허영인 회장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이 이끄는 SPC그룹은 배스킨라빈스, 던킨, 패션5, 빚은, 쉐이크쉑, 에그슬럿, 라그 릴리아, 피그인더가든, 시티델리, 퀸즈파크, 베라피자, 라뜰리에, 그릭슈바인, 스트릿, 한상차림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고, 파리바게뜨로 제빵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 뚝심으로 간 유학 통해 ‘전문 제빵경영인’ 반열 올라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국내 매장은 현재 3400개가 있다. 글로벌 매장은 약 450개로, 중국에 약 300개, 미국에 120여개, 싱가폴에 20여개, 베트남에 10여개가 있다. 이외에 프랑스, 영국, 캐나다에도 있으며, 인니, 캄보디아, 말레이시 아엔 합작투자 법인이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본력만 가지고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SPC그룹이 정확히 현지화에 성공하며 ‘수익 창출이 잘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는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SPC그룹은 세계화에 성공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과제빵 전문기업이 됐지만 1980년 대만 해도 1위는 크라운 베이커리, 2위는 고려당이었다. 이외도 뉴욕제과, 삼성 계열이던 신라명과 등 막강한 선발 주자들이 있었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후발주자였지만 기존 제과 기업과 다른 기술력을 내세워 많은 히트 제품을 만들며 인기를 얻게 된다.

이러한 노력에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미래를 보는 기민한 판단력과 뚝심이 있었다. 그는 1969년도 입사해 경영을 익히다 1981년 돌연 미국 중부 캔자스시티에 있는 AIB로 유학을 떠난다. 당시 빵을 배우러 유학 간다는 말은 생소했다. 하지만 허 회장은 미국 제빵학교에서 제빵 기술을 배워왔고 전문성을 살려 삼립식품, 파리바게뜨, 샤니,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등의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미국의 선진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국내로 들여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국내 빵 판매는 양산빵을 중심으로 진열·판매하는 식이었다. 허 회장은 1988년 파리바게뜨를 오픈하면서 기존의 틀을 깨고, 빵을 매장에서 직접 굽는 ‘베이크 오프’ 시스템을 도입했다. 허 회장은 1988년 파리바게뜨를 오픈하면서 기존의 틀을 깨고, 빵을 매장에서 직접 굽는 ‘베이크 오프’ 시스템을 도입해 간식 수준이던 빵의 위상을 주식으로 끌어올렸다.

ⓒ천지일보 2023.06.13.
2일 양재동 SPC그룹 본사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왼쪽)이 임직원들에게 떡국을 배식하고 있다. (제공: SPC그룹)

◆‘프랑스풍 베이커리’ 새바람 몰고 와

허영인 회장은 미국 유학을 통해 ‘빵 맛의 기본은 숙성된 밀가루 반죽에서 나온다’는 사실과 반죽 후 반가공 때 빵 표면과 발효실, 장비의 온도에 따라 ‘맛있는 빵’이 결정된다는 중요한 단서를 깨닫게 된다.

허 회장은 전국 매장을 돌며 직영점 직원들은 물론 가맹점주 앞에서 직접 온도계로 밀가루와 빵의 온도를 재고 몇 도가 최적의 빵 맛을 내는 적정치인지 보여주는 방식으로 품질의 균일화를 끌어냈다.

허 회장은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파리바게뜨’ 라는 브랜드를 ‘빵이 아주 맛있는, 프랑스풍 고급 베이커리’로 인식하게 했다. 파리바게뜨는 작년 10월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 조사 에서 82점을 받아 3년 연속 전체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했다.

NBCI는 브랜드 가치 중심의 경영 철학 확산과 국가브랜드 가치 향상을 목표로 2003년 개 발된 국내 대표 브랜드 경쟁력 측정지표다.

허영인 SPC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글로벌 100호점인 베트남 호찌민의 까오탕점을 방문해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제공: SPC그룹)
허영인 SPC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글로벌 100호점인 베트남 호찌민의 까오탕점을 방문해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제공: SPC그룹)

파리바게뜨 브랜드 이미지를 탄탄하게 굳힌 SPC그룹은 국내 제빵업계 최초로 해외에 진출하게 된다. SPC그룹은 빵의 본고장 프랑스에 당당히 진출해 한국의 제빵 성공 신화를 넘어 세계 제빵역사를 새로 써가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 3개 점포를 추가로 오픈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허 회장은 지난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재하는 기업초청 행사 ‘프랑스를 선택하세요’에 참석해 프랑스 사업 투자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SPC그룹은 본격적인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해 프랑스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영국, 북미의 큰 시장 캐나다 등에도 신규 매장을 개설하는 등 글로벌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런던에 1호점 ‘베터시 파워스테 이션점’을 오픈한 것에 이어 2호점 ‘켄싱턴 하이 스트리트점’도 잇따라 오픈했다. 영국은 파리바게뜨의 9번째 해외 진출국이자 프랑스에 이은 두 번째 유럽 진출국으로 미국과 함께 영미권을 대표하는 글로벌 핵심 시장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 가맹 100호점을 오픈하고 현재까지 13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하반기까지 160점의 추가 가맹 계약을 목표로 두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세계 식품시장 규모는 8조 8101억 달러(2022년 기준)로 자동차 시장의 7.1배, IT시장의 4.5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SPC의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는 글로벌 9조 달러 식품시장 공략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 해외 사업을 활발히 펼치며 글로벌 식품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허영인 SPC 회장(오른쪽 세번째)이 글로벌 100호점인 베트남 호찌민의 까오탕점을 방문해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제공: SPC그룹)
허영인 SPC 회장(오른쪽 세번째)이 글로벌 100호점인 베트남 호찌민의 까오탕점을 방문해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제공: SPC그룹)

◆“‘정도경영’이란 제품에 진심 담는 것”

SPC그룹은 사옥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옥 살 돈으로 연구소와 생산시설에 더 투자하겠다는 경영 방침이다. 허영인 회장의 제품에 대한 사랑이 묻어 나는 대목이다. 허 회장은 좋은 고품질의 빵을 개발해 고객을 감동하게 하는 것이 ‘정도경영’이며 곧 회사의 발전임을 강조해왔다. 국민 건강을 위해 힘쓰다 보면 이익은 따라온다는 것이다.

SPC그룹은 정도경영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식품문화를 선도하는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Great Food Company)’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30년까지 매출 20조 원을 달성 하고 전 세계 1만 2000개 매장을 통해 10만개 이상 일자리를 창출해 세계 시장이 우리 청년들의 일터가 되도록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허 회장은 “어려운 경영 환경하에서 기업이 생존하고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 고객의 신뢰, 좋은 기업 이미지, 시장 경쟁우위의 가치를 추구하고 밝고 행복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간 다져온 기업 전체와 구성원의 윤리의식을 재고해 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정도경영의 의지를 기업 전반에 확산,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 허 회장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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