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중국’과 ‘디커플링’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사우디, 이집트가 중국과의 무역 결제 화폐로 위안화를 쓸 수 있다고 한다. 볼리비아, 인도, 인도네시아, 심지어 필리핀, 튀르키예는 균형외교의 이름으로 중국과의 거리를 넓히지 않고 좁힌다.

지난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폐막한 미국 주축의 서방 7개국 정상회의도 디커플링보다 디리스킹을 택했다. “중국과 디커플링 하려는 것이 아니다. 디리스킹과 경제적 탄력성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라는 표현을 적시하면서 중국과도 협조할 부분은 협력할 것이라고 부연설명 했다. 중국을 얼마나 의식했으면 성명의 백브리핑까지 하면서 토를 달아 해명을 해줄까.

독일, 프랑스 수장은 중국 본토로 달려가 시진핑을 만났다. 국익 앞에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는 것이다. 러-우 전쟁 직후 단합된 모습을 일사불란하게 보인 나토회원국의 중심국이다. 실용외교를 내세우고 러시아의 숨은 조력자 중국을 품에 안으며 경제적 실리를 단단히 챙기기 시작했고, 정치적 차원의 대화를 복원했다.

한국은 어떨까. 민주주라는 가치외교의 이름으로 편향된 이념외교로 달려가고 있다는 인상을 너무 많이 풍기고 있다. 미국에 초밀착 하는 공개적 발언과 행보는 스스로 외교적 활동 공간을 축소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무역도 안보도 미국에만 의존하면 된다고 생각 하는 게아닌가 할 정도다.

무역만큼은 중국에서 흑자를 기록했던 한국이 작년부터 시작해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적자를 기록했다. 원인은 첫째로 반도체 대중수출의 감소가 크다. 둘째, 중국의 기술발전으로 한국의 중간재 수출품목 대체품을 가성비 높게 만드는 구조적 변화가 낳은 결과이지만,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요소도 있다.

작년 한중수교 30년을 기점으로 대대적 교류의 2탄을 열어도 부족할 판에 11월 G20정상회담 시 윤 대통령이 시진핑을 20여분 만난 후 고위급 접촉은 거의 사라졌다. 1992년 8월 24일 수교했기에 박진 외교장관이 작년 8월에 30주년 기념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그 이후 이어지는 정부 내 장·차관 국장 등 고위직 교류는 보이지 않는다. 5월 22일 최용준 동북아국장과 류진쑹 중국아주국장 만남이 전부이고 지난 1월 중국신임 친강 외교부장과 박진 장관의 전화통화만 있었을 뿐이다. 정치 경제 외교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한 중국을 민간부문을 뛰어넘어 매일 만나도 부족할 판에 양국 스스로도 적극적 모습들이 보일 기미가 이전에 비해 현저히 낮다.

미국패권이 자체적 모순과 중국의 도전으로 서서히 쇠퇴하고 국제정치는 다극체제로 전이됨이 자명해지고 있다. 한국이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동맹국과 비동맹국이라는 양분법을 만들고 균형외교를 폐기하고 안보를 담보로 미국의 2중대를 자처한다는 인상을 남기면 안 된다. 보다 많은 대중 접촉과 치밀에 바탕을 둔 국익 우선의 유연한 외교력이 더더욱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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