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했다.

한일 양국 정상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1945년 8월 6일 원자폭탄 투하로 목숨을 잃은 한국인의 영혼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시설이다.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이 폭발했을 당시 한국인 약 5만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히로시마 원폭으로 인한 한국인 사망자를 3만명으로 추산한 바 있으며, 위령비에는 사망자가 2만명으로 기록돼 있다.

한일 정상이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한 것은 양국 역사에서 큰 분기점을 이루는 상징적인 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은 일본을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은 있지만 주로 도쿄 오사카 등을 둘러봤으며 한국인 원폭 희생자와 관련해서 공식적으로 조문을 한 적은 없었다. 원폭 피해지역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등을 방문하는 것을 일본 측에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일 정상은 G7 정상회의에 맞춰 히로시마를 찾은 것을 계기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방문한 것이다.

윤 정부 출범 이후 훈풍을 타고 예전에 볼 수 없는 한일 간 친밀한 관계가 이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시절 일본에 대해 피해자 입장에서 일방적인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 한일 관계가 극도로 경색돼 있었다.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로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로 활약했던 재일교포 장훈씨는 “언제까지 일본에 ‘사과하라’ ‘돈 내라’를 반복해야 되느냐. 부끄러운 일 아니냐”며 “과거에는 우리가 약해서 나라를 빼앗겼지만 이젠 자부심을 갖고 일본과 대등하게 손잡고 건강한 이웃나라로 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 참배한 것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추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우리 총리님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방한 시 기시다 총리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하게 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 6위 수출 대국으로 1인당 GDP는 일본과 비슷하다. 국가경쟁력 순위는 일본을 앞섰다. 이제는 좀 더 당당한 자세로 일본을 대해야 한다. 피해자 의식에만 사로잡혀 일본을 대하면 날로 경쟁이 심화하는 국제 사회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한일정상의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공동 참배를 기회로 삼아 한일 관계를 공공화하고 발전적인 길을 함께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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