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년 만에 대만에 추월당했다. 지난해 대만의 1인당 GDP가 3만 2811달러로, 한국의 3만 2237달러를 18년 만에 넘어섰다고 대만 통계처가 발표했다.

7년 전인 2015년만 해도 한국(2만 8740달러)이 대만(2만 2750달러)보다 20%나 많았다. 하지만 반도체를 대표 수출품으로 하는 제조업 경쟁관계였던 대만이 빠른 속도로 추격하면서 마침내 역전당한 것이다. 대만 통계처는 “대만이 한국을 앞선 것은 2004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1970~1990년대에 대만,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다. 1990년대까지 대만보다 앞섰지만 2000년대 초 IT버블붕괴 이후 한국은 성장이 둔화되면서 자리를 위협받기 시작했다. 한국이 제자리 걸음 내지 패퇴하는 모습까지 보이는 가운데 대만은 성큼 성큼 한국을 위협했던 것이다.

대만은 강점인 반도체 산업 경쟁력 격차를 줄여나갔다. 인공 지능 등에 의한 4차 산업혁명으로 세계 반도체 산업 중심이 메모리에서 파운드리(위탁생산)로 재편되면서 대만은 대표기업 TSMC를 중심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을 60%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올리며 2019년 말 시가 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반도체 침체로 지난해 한국이 478억 달러 무역적자를 낼 때 대만은 파운드리 호조로 514억 달러 흑자를 냈다. 아시아 개발은행(ADB)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만은 2.0%, 한국은 1.5%로 대만을 더 높게 잡았다.

대만의 국가산업 전략은 최근 들어 단연 빛을 발하고 있다. 대만의 해외 진출 기업은 연평균 70여개꼴로 대만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반기업 규제와 강성 노조에 시달리는 한국 기업들은 국내 U턴은커녕 해외투자를 더 늘리는 모습이다. 한국은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전반적인 경제력에서 대만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한국은 반도체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7개월 연속 수출 역성장, 1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겪고 있다. 경제 성장 엔진인 제조업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은 이제 국가산업 전략을 전반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 앞으로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성장 경제정책을 추진해야 대만과의 경쟁에서 다시 어깨를 맞춰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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