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한 채 마당서 총 쏘던 30대
옆집 찾아가 반자동 소총 난사
8세~31세 남녀 가족 5명 숨져
총격 일상다반사, 규제 제자리

텍사스주 클리블랜드의 주택가 총기난사 사건 현장인 피해자 가족의 집에 29일(현지시간) 경찰이 도착해 5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AP/뉴시스)
텍사스주 클리블랜드의 주택가 총기난사 사건 현장인 피해자 가족의 집에 29일(현지시간) 경찰이 도착해 5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AP/뉴시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미국 텍사스주(州) 클리블랜드에서 30대 이웃이 아이가 잠을 자려 하기에 조용히 해달라는 가족에 총기를 난사해 일가족 5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29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WP), A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클리블랜드에서 한 남성이 전날 밤 아기가 잠을 자려고 하는 동안 자신의 마당에 총을 쏘지 말아 달라는 이웃의 요청에 화가 난 나머지 이웃집에 찾아가 AR-15 계열 총기를 난사한 뒤 도주했다. 그는 금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취한 상태로 그의 집 마당에서 총을 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임스 스미스 FBI 휴스턴 사무소 담당 요원은 “용의자가 어느 곳에든지 있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현재 무장한 상태로 걸어서 도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난사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총기를 확보했지만 용의자 검거에는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경찰은 5건의 살인 혐의가 있는 달아난 용의자 프란시스코 오로피자(38, 남)를 쫓아 밤샘 수색을 펼쳤으며, 현재 추적견과 드론을 사용해 클리블랜드 전역을 대상으로 확대 수색을 펼치고 있다.

텍사스 당국에 따르면 이 일로 8살 소년을 포함 집에 모여 있던 10명 중 절반의 사람들이 숨졌다. 총격은 대부분 머리를 향해 가해졌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번 총격으로 숨진 인원은 다니엘 엔리케 라소(8)를 비롯해 소니아 아르헨티나 구즈만(25), 다이애나 벨라스케스 알바라도(21), 줄리사 몰리나 리베라(31), 호세 조나단 카사레스(18) 등 총 5명으로 모두 온두라스 출신 일가족으로 확인됐다.

지역 보안관에 따르면 희생자 중 2명은 현관문 옆에서 발견됐으며 살해된 8살 소년은 앞방에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샌재신토 그레그 케이퍼스 보안관은 집에 있던 다른 어린아이들 3명이 피투성이가 된 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치진 않았다고 전했다.

르네 아레발로는 “금요일 퇴근 후 총을 쏘는 일은 이곳에선 일상적인 일”이라며 “많은 이들이 집에 돌아와서 뒷마당에서 술을 마시고 밖에서 총을 쏘기 시작한다”고 WP에 말했다. 또 대변인이 집에 찾아가 용의자가 마당에 총을 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적도 있었지만 이후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참변을 포함해 내슈빌 학교, 켄터키 은행, 캘리포니아 난사 사고는 모두 반자동 소총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텍사스는 지난해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 사건, 2019년 엘파소 월마트 인종차별 사건, 2017년 서덜랜드 스프링스 소도시 교회 사건 등 최근 몇 년간 다수의 총기 난사가 발생한 곳이다.

이처럼 최근 총기 난사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미국에서 총기 권리와 규정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이 640여건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도 두 건꼴로 총격 사건이 발생하는 셈이다.

지난해 텍사스 초등학교 총격 참사 등을 계기로 총기규제 법안에 최종 서명하기도 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내슈빌 초등학고 총격 사건에 “가슴이 아프다. 가족들에겐 최악의 악몽”이라고 밝히며 “학교를 보호하기 위해 의회가 총기 금지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총기 개혁’을 촉구했다.

이 법안은 ▲18∼21세의 총기 구매 시 전과 조사 및 정신 건강 검토 ▲위험인물의 총기를 압류하는 적기법을 채택하는 주에 장려금 지급 ▲총기 밀매 처벌 강화 ▲대규모 총기 참사가 발생한 지역 내 학교의 안전 강화 등을 위한 130억 달러(약 17조원)의 예산 집행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은 이러한 총기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 수정헌법 2조에 근거해 총기 소지가 헌법적 권리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지만, 찬성과 반대가 진영으로 나뉘는 바람에 실질적인 대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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