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이제 대한민국은 마약청정국이 아닌 마약신흥국으로 불리고 있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도 현금이나 가상화폐를 이용해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쉽게 구입한다. 최근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14살 중학생 A양이 집으로 마약을 배달받아 투약한 혐의는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것이 연예인 마약사범이다. 평소 소신 있게 발언해 두터운 팬덤을 지녔던 유아인은 프로포폴, 코카인, 케타민 등 4종의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어린 나이에 부와 명예, 인기 등 모든 것을 손에 쥔 성공한 연예인이 왜 마약을 했을까. 일부 연예인이 마약에 손을 댔다는 뉴스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심각한 건 마약을 복용하는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약 청년이 넘쳐나는 나라가 되고 있다.

유아인, 돈스파이크 등 연예인의 마약 스캔들은 사건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이다. 성공한 연예인들이 마약에 손을 대는 이유는 공허함이나 성공 우울증 때문일 수도 있다. 마약을 통해 쾌감을 얻고 공허하거나 우울한 순간을 잊으려고 발버둥 치려는 것 같다. 특히 신종마약류는 극미량을 복용해도 환각, 도취감 등의 효과가 있어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

실제 국내 마약범죄 현황은 매우 심각하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사범은 총 1만 8395명으로 전년 대비 13.9% 증가했다. 마약 밀수와 밀매 등 공급사범은 전년 대비 20.9% 늘었다. 전체 마약사범 중 10~20대 비율은 2017년 15.8%에서 2022년 34.2%로 5년 만에 2.4배로 늘었다. 최근 16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약을 처방받을 수 없지만 SNS를 통한 불법 구매도 확대되고 있다.

유아인이 사과문을 통해 재차 고개를 숙였지만 대중은 그에게 등을 돌렸다. 유명 연예인의 마약 투약 이슈는 분명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에게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 지금이라도 연예인들은 스스로 자기관리에 더욱더 철저해야 한다.

최근 청소년 마약범죄가 날로 급증하면서 수법 또한 대담해지고 있다. 이제는 청소년 마약범죄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까지 활용되며 청소년 마약 남용은 현재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됐다. 특히 연예인 마약범죄의 경우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양형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마약사범에 대한 양형기준 강화 필요성에서도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의원들도 마약사범에 대한 실형 선고율이 떨어지는 점 등을 참조해 양형기준 재검토 입장에 찬성하는 편이다.

정부에서는 10대까지 파고들고 있는 마약류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법적 근거를 만들고 부처 간 유기적이고 실질적인 협업체계가 구축돼야 하며, 마약 컨트롤타워로서의 전문 기구가 제대로 움직여야 한다.

마약범죄를 전담으로 다루는 마약 특별신고센터를 가동하고 마약 복용자들에게 상당한 경각심을 줘야 한다. 용기를 내 자진 신고한 복용자들을 대상으로 전문 심리상담을 지원해야 한다.

정부나 사회에서도 마약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중독자의 사회 재활에 대한 법·제도 정비와 정책 마련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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