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제주 4.3사건 제75주년을 맞아 4대 종단이 추모 의례를 거행했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4대 종단은 3일 서울 강서구 탐라영재관에서 4.3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4.3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 등 약 20명이 추모 의례에 참석했다. 이날 강당에 걸린 현수막은 연한 선홍색 바탕에 제주도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동백꽃 모형이 그 위에 수 놓여 있었다.
추모 의례는 종단별로 거행됐다. 천도교, 개신교, 원불교, 불교 순으로 추모 의례가 이어졌다. 천도교 사회문화관은 심고(心告)에서 “4.3사건의 진상을 정확하게 규명해 희생당하신 분들의 억울함을 벗겨드리고 평화를 위한 후손들의 행동이 바로 희생당한 성령들을 추모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 인권센터와 한국기독청년협의회는 4.3의 정의로운 해결과 치유를 기원하며 추모기도회를 열었다.
NCCK 인권센터 신태하 목사는 설교에서 “졸업 여행 중에 봤던 아름다운 섬 제주가 사실은 내딛는 발걸음 곳곳이 모두 학살터고, 에메랄드빛 바다로 좋아했던 월정리가 군대의 주둔지여서 이곳에 끌려간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고, 또 가장 제주답다는 표선 (해수욕장)이 실은 가장 피해가 극심한 지역이란 사실에 가슴이 먹먹했다”고 말했다.
신태하 목사는 “4.3의 정신과 가치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이념적 지형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 화해와 치유, 평화, 통일, 정의라고 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품고 있다”고 말했다. 신태하 목사는 “결국 모든 국민과 세계민들의 경의와 존경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불교는 위령재에 앞서 ‘액막이 타령’을 했다. 원불교 인권위원회는 축원문 낭독에서 희생 영령들의 해탈 천도를 기원한 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이념의 폭력 앞에 고통받는 모든 이들이 참 평화를 되찾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원불교 인권위원회는 “오랜 세월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분단의 역사를 끊어내고 무기로 만들어낸 거짓 평화를 참 평화로 바꿔낼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위령재를 마친 후 박소산 명인이 흰 도포에 갓을 쓰고 나와 생명 평화의 날갯짓을 의미하는 학춤을 췄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조계종 사노위)는 ‘제주 4.3 견뎌냈으니 75년 딛고 서노라’는 슬로건을 외친 뒤 추모재를 거행했다. 조계종 사노위 시경스님은 “우리는 제주 4.3을 통해 극한적 이념 대립과 국가 폭력의 폐해를 여실히 봤다”면서 “더 이상 이와 같은 이념 대립을 통한 국민의 갈라치기와 국가 권력에 대한 폭력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사노위 스님들은 약 15분간 4.3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기도를 했다.
이날 각 종교 의례를 행할 때마다 가슴에 동백꽃 배지를 단 희생자 유가족이 나와 단상에 국화꽃을 헌화했다.
- 이재명 “與, 극우 행태로 ‘현대사 최대 비극’ 4.3 항쟁 모독”
- 여야, 4.3 제주 희생자 추념식 참석… 윤석열 대통령은 불참
- 대통령실 “4.3추념식, 총리가 가는 게 적절하다 판단”
- [제주4.3추념식 75년] 민주 “尹, 야구장은 가면서 4.3은 안 가나”
- 천도교 164주년 천일기념식 “남북 정세 위기… 동학 정신 계승해야”
- 새로운 36년 맞는 원불교 ‘자살 예방’ 힘쓴다… “교무 절반 이상 전문가 양성”
- [현장] 조계종 사노위, 이태원 참사 분향소서 ‘특별법 제정’ 기원 108배
- 원불교 원기 108년 대각개교절… “새로운 4대, 정신개벽으로 부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