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혼합형 주담대 하단 3.66%
주담대 금리 넉 달 연속 하락세
은행채 5년물 0.659%p 낮아져
금융당국 인상 최소화 압박 지속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하단이 1년여 만에 3%대로 진입했다. 은행권을 향한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같은 하락세가 계속될지 주목된다.
지난달 31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66~5.85%였다. 특히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 하단이 각각 3.66%, 3.95%로 3%대까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예금은행의 주담대 금리도 4.56%로 집계됐다. 전월(4.58%) 대비 0.02%p 내렸다. 주담대 금리는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대출금리가 하락한 것은 혼합형 주담대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은행채 5년물의 금리는 지난달 2일 4.564%에서 30일 3.905%로 0.659%p 낮아졌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당국 수장들이 시중은행에 금리 인상 최소화를 연일 압박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5대 금융지주 회장단을 만나 “시장금리 상승과 같은 비용상승 요인을 금융권에서 최대한 자체적으로 흡수해 대출자에 전가되는 금리 인상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최근 새롭게 출시된 소액생계비대출은 사흘 만에 한 달 치 사전예약이 꽉 찼다”며 “근래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우리 국민의 삶에 미친 부담을 여실히 나타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고금리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금융권에서 신규대출 금리 인하를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으나 더 많은 국민이 체감하려면 지속적인 금리 인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우리은행 영등포 시니어플러스점 개설식에 참석해 “최근 여러 가지 금융시장 불안 등 여건에서도 미국 국채금리와 연계된 국내 단기 시장금리 등이 상대적으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상반기가 지나기 전에는 은행의 노력과 단기 자금시장 안정으로 인한 금리 하락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정부의 요구에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금리를 내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우리상생금융 3·3 패키지’를 통해 주담대 금리는 최대 0.7%p, 전세자금대출은 최대 0.6%p, 신용대출은 최대 0.5%p를 내리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주담대 금리 0.4%p, 전세자금대출 금리 0.3%p, 일반 신용대출 금리 0.4%p, 새희망홀씨대출 금리 1.5%p 인하하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신용대출 금리는 신규 및 기한 연장 시 최대 0.5%p,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0.3%p, 주담대 금리는 0.3%p 인하했다.
농협은행은 신용대출과 주택 외 부동산 담보 대출에 일괄 우대금리를 적용해 0.3%p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대출금리가 내려가면서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도 크게 하락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계들의 대출 수요가 줄고 은행들도 자금조달의 필요성을 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일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연 3.65~3.90%였으나 같은 달 31일 연 3.40~3.54%로 최고 금리 기준 0.26%p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