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508명 증언 바탕 작성
여성‧장애인 등 인권유린 심각
권영세 “北인권 개선위해 노력”
첫공개 배경엔 “국면전환 의도”

통일부 제공. @천지일보. 03. 30
통일부 제공. @천지일보. 03. 30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통일부가 북한이탈주민 500여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가 31일 공개된다.

북한의 처참한 인권유린 상황을 담은 인권보고서는 지난 2016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이후 2018년부터 매년 발간돼 왔지만 일반에 공개되는 건 처음인데,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가 갈수록 커지는 대일 외교 비판 여론 후폭풍 속 지지율 폭락으로 이어지자 국면전환을 위한 노림수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슈를 이슈로 덮는다’는 전략이라는 주장인 셈인데, 일부 전문가들은 윤 정부의 그간 행태로 미뤄 북한은 ‘나쁜 나라’라는 공식을 통해 남남 갈라치기를 유발하는 등 정권 사수를 위한 총선용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통일부, 북한인권보고서 31일 첫 공개

30일 통일부에 따르면 약 450쪽 분량의 보고서는 ▲ 시민적·정치적 권리 ▲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 취약계층 ▲ 정치범수용소·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 등 크게 4개 장으로 구성됐다.

보고서를 보면 탈북하다 사살되거나 도망가다 붙잡혀 공개처형되는 등 ‘즉결 처형’ 사례에 대한 증언이 지속적으로 수집되는가 하면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고 유포하다 발각돼 처형당한 사례도 나타났다.

종교·미신행위 등 자유권 규약상 사형이 부과될 수 없는 행위에 대해 사형이 집행됐다는 증언들도 나왔고, 특히 임신 6개월 여성이 손가락으로 김일성의 초상화를 가리키는 동작이 문제가 돼 공개처형되는 것은 물론, 청소년까지 한국 영상물을 봤다는 이유로 처형되는 일이 자행됐다

또 여성‧장애인 등 약자의 인권유린이 심각했고, 특히 여성의 경우 가정, 학교, 군대, 구금시설 등에서 각종 폭력에 노출돼 있었다. 게다가 인권유린 행위를 넘어 당사자 동의 없는 생체실험까지 자행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보고서는 2017∼2022년 탈북한 북한이탈주민 508명이 증언한 1600여개 인권침해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다만 이런 내용들은 대부분 유엔이나 국내외 민간단체에서 그간 내놓은 관련 보고서에 담긴 내용들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체 조사대상 3412명 가운데 문답서를 작성한 탈북민은 2075명이었다”면서 “이중 2017년 이후 탈북이란 조건에 부합하고 유의미한 기초 자료로 활용 가능한 508명의 증언을 추려 보고서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의 북한인권보고서 공개 발간 소식을 알리며 "북한 주민의 처참한 인권 유린의 실상이 국제사회에 낱낱이 드러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6년만에 처음 공개한 배경은

북한인권보고서는 지난 2016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면서 이듬해부터 매년 비공개로 발간됐는데, 북한의 열악한 인권실태를 널리 알린다는 차원에서 올해부터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통일부의 의도와는 달리 이미 북한 인권의 실상이 많이 알려졌다는 점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적지 않다. 시점도 그렇거니와 그 보다는 윤 정부가 북핵·미사일과 경제난, 그리고 인권 문제를 패키지로 묶어 각각 번갈아가며 정치적으로 써 먹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은 물론 정권 자체의 문제겠지만 가장 나쁜 것만을 선별해 부각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특히 나쁜 나라 프레임, 즉 낙인을 씌워 남남 갈등을 조장하는 등 대일 굴욕이라는 비판 여론에 갇힌 현재의 난국에 대한 국면 돌파용으로 북한 인권을 동원한 것 같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로 둘러싸인 대통령실이 북한을 통해 안보를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국가 안보를 정치적으로 훼손시키고 있다는 것인데, 정권의 안위를 위해서 북한을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에 대한 강한 적대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진단도 덧붙인다.

북한 인권 문제를 최종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만 변질시키고 있지 정작 관심은 없다는 게 핵심 요지다. 더군다나 일각에선 윤 정부를 비롯한 서방이 말은 많지만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의지도 없고 되려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종철 국립경상대 교수는 통화에서 “본질적으로 인권 문제는 북한의 경제문제와 결합돼 있다.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에 경제적 침투가 안된다. 정보 유통이 차단되고 외부세계와의 소통이 어렵다”면서 “인권 개선하기 위해선 북한의 실상을 더 많이 알아야 하는데, 이걸 차단시키는 역할을 서방 등 국제사회가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북한인권보고서 발간은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라며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실질적 해법을 찾는데 근본적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의 의미 있는 태도 변화와 책임 있는 행동을 이끌어 내는 데 있어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내기를 희망한다”며 “북한 주민들이 인간적인 삶을 누리게 되는 그날까지 국제사회와 연대하고 협력해 인권 개선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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