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당선 후 사랑제일교회 찾아
"존경하는 목사님 말씀 이행 노력할 것"
5.18 망언 동조하기도… 여야 뭇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당대회 나흘만에 전광훈 목사가 시무하는 사랑제일교회를 찾아 “전광훈 목사님을 비롯해 자유 우파 동지들과 함께 가겠다”며 연대를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예배에서 전 목사와 신혜식 신의한수TV 대표와 김 최고위원이 대담을 나누는 모습. (출처:너알아TV 캡처)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당대회 나흘만에 전광훈 목사가 시무하는 사랑제일교회를 찾아 “전광훈 목사님을 비롯해 자유 우파 동지들과 함께 가겠다”며 연대를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예배에서 전 목사와 신혜식 신의한수TV 대표와 김 최고위원이 대담을 나누는 모습. (출처:너알아TV 캡처)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당대회 나흘 만에 극우 행보로 비판받아온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를 찾아가 ‘정치적 연대’를 선언하면서 정교유착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김 최고위원이 ‘5.18 정신을 헌법에 담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 립서비스 차원이었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제가 우리 존경하는 전광훈 목사님의 가르침을 잘 받고 앞으로도 전광훈 목사님의 말씀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유튜브 너알아TV에 올라온 예배 영상을 보면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 중 강단에 올라 전 목사와 대담을 나눴다.

이날 전 목사는 교인들에게 김 최고위원이 참석한 소식을 전하면서 “옛날 같으면 최고위원 당선되면 제일 먼저 여의도 순복음교회에 간다. 그다음 사랑의교회 가고, 명성교회 가고, 우리 교회는 아예 안 온다”며 “그런데 이제 촛대가 광화문으로 이동됐다는 걸 알고 우리 교회 예배에 (김 최고위원이 당선된 후) 제일 먼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광화문 시대가 열린 것”이라며 이제 광화문을 거스르고는 정치할 수 없다고 큰소리쳤다.

전 목사는 설교 후 김 최고위원을 단에 올린 후 “우리를 대신해 일해줄 대표 선수가 없었는데 드디어 김재원이 나타났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전 목사의 발언에 모인 수백명의 교인들은 동의를 표하는 ‘아멘’과 박수로 화답했다.

논란이 된 발언은 전 목사가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자 김 최고위원이 동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전 목사가 “우리가 김기현 장로를 밀었다. 근데 우리에게 찬물을 던졌다. 5.18 정신을 헌법에 넣겠다고 하는데 김기현은 미쳤다. 전라도 표가 나올 줄 아느냐”고 묻자 김 최고위원이 “그건 불가능하다. 저도 반대한다”며 “전라도에 대한 립서비스 아닌가”라는 전 목사의 질문에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 아닌가”라고 답했다.

또 김 최고위원은 “내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200석 만들어 주면 당에서 나한테 뭘 해 줄 거냐“는 전 목사의 질문에 ”최고위에 가서 목사님이 원하시는 걸 관철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김 최고위원에게 200석을 만들어 줄 테니 선교사학법, 반주사파법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님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존경하는 고향 선배인 전광훈 목사님의 가르침을 잘 받고 목사님의 말씀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의힘이 지금까지 헌신해 온 전 목사님을 비롯해 자유 우파 동지들과 함께 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자유 우파와 국민의힘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 목사는 “한달에 한번씩 사랑제일교회에 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야당은 물론 여당과 대통령실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 광주·전남 국회의원 19명 일동은 14일 성명을 통해 “5.18 정신을 훼손하고, 지역감정과 정치 혐오를 조장한 김 최고위원과 김 위원장은 망언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당장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대변인은 “하나님도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고 말하는 사이비 목사 같은 사람에게 달려가는 여당 최고위원을 보고 있자니 정말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아무리 사견이라도 대통령께서 신중하게 발표한 공약을 ‘조상 묘’ 운운하며 가벼이 평가한 것은 잘못됐다”며 “당선 직후 극우 정치 목사를 찾아가 감사 예배를 드려야 했느냐. 민주당 인사들이 개딸 집회에 참석해 그들 요구에 부응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5.18정신 계승입장은 확고하다”고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사랑제일교회의 예배에 참석해 교인들 앞에서 언급한 저의 모든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매우 죄송하다.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그는 “5.18 정신의 헌법 전문(前文) 게재에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도 알려드린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의 이같은 모습은 혹여 ‘국민의힘=광화문 집회=전광훈 목사’라는 프레임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 목사는 극우 성향의 목회자로 광화문집회 등을 이끌며 보수 세력에서는 이른바 ‘선지자’로 군림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는 극우 정치집단으로 논란이 된 교회다. 목회자의 노골적인 정치 행보에 국민적 반감이 큰 만큼 개신교계에서는 일찌감치 ‘거리두기’에 나섰다. 한국교회총연합은 지난 2020년 입장문을 통해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는 본연의 종교활동을 넘어서 정치집단화 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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