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우리나라는 정보통신(IT) 분야에서는 글로벌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인터넷을 일상생활에 활용하고 있을 만큼 IT도 일상생활에 접목돼 있다. 그런데 최근 등장한 금융과 IT기술이 결합한 전 세계적인 핀테크 광풍에서는 미국은 물론 중국보다도 뒤떨어져 있다.

거대 글로벌 IT기업들은 경쟁적으로 핀테크에 진출해서 시장선점을 노려 단순한 결제서비스를 넘어 송금과 자산관리, 투자 중계까지 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페이팔과 중국의 알리페이는 간편 결제시스템으로 한국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전 세계 회원만 1억 5천만명을 보유한 페이팔은 하나은행 등 국내금융사와 제휴해서 해외송금, 해외물품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 카드사 등과 제휴해 영토 확장을 노리고 있다. 알리페이도 하나은행과 제휴해서 국내 항공사, 면세점 등 400여개 가맹점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애플, 구글 등 다른 거대 IT기업들도 더 우수하고 간편하고 안전성을 내세우며 핀테크 시장에 진출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카카오페이나 라인페이 같은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금융업법, 여신전문업법 등의 다양한 규제로 금융과 IT기술 환경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IT기업이 인터넷 은행을 설립하려 해도 금융관련 업무의 인허가, 인터넷 거래의 보안성 심의, 약관심사 등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하기가 어렵다. 금융·비금융 회사 간 투자제한에도 걸리고 금융기관과 거래를 하려면 직접 신분증을 들고 금융권 창구를 방문을 해서 대면확인 절차를 거처야 하는 금융실명제에도 저촉된다.

이 문제에 대해 지난 15일 열린 금융발전심의회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환경이 IT와 금융의 융·복합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해 핀테크라는 시대적 조류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내년에 전향적으로 금융 규율을 개편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에는 한 언론사 주관으로 금융사, IT기업, 금융당국자,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스마트금융포럼을 출범하기도 했다. 포럼에 참석한 당국자들은 각종 규제를 지원으로 바꾼 새로운 금융생태계 조성을 다짐했다고 한다.

최근의 이러한 상황인식과 국내동향은 늦은 감이 있으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우리나라는 은행, 증권, 보험 할 것 없이 모든 금융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금, 대출, 주식거래 가릴 것 없이 매출액과 수익성이 악화되고 위기에 대응해 인원과 조직의 슬림화, 점포를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금융, 보험사 직원은 83만명에 달하지만 창구에서 대면거래로 이루어지는 서비스는 1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금융 산업의 도약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변신이 필요하다. 금융과 IT기술이 결합한 핀테크 등 스마트 금융으로 우리나라 금융 산업을 혁신하고 선진화해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급변하는 세계 금융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은 고사하고 거대 글로벌 핀테크 기업에 국내기업과 금융산업이 종속될 수 있다.

기존의 금융산업의 정의부터 재정립하고 기존의 아날로그 사고에서 만든 제도와 법률 그리고 직·간접적인 규제의 틀과 감독시스템을 확 바꾸고 새로 만들어야 한다. 시간도 촉박하다. 필요성이 인정되고 해결방안이 나왔는데도 정부나 국회에서 갑론을박하느라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기득권이나 특정이해집단에 함몰돼서도 안 된다. 최근의 국내동향과 정부의지가 부디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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