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한강의 기적은 우리나라의 비약적인 경제 성공신화를 말할 때 비유되는 말이다. 일제 식민지배와 해방, 분단과 전쟁을 거치는 수많은 내우외환 속에서도 압축성장을 통해 기적같은 경제신화를 일으켰다. 1960년대 초반 아프리카 짐바브웨보다 더 헐벗고 굶주린 국민들이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진입하며 먹고 사는 데 어려움이 없는 풍족한 나라에서 살게 됐으니 가히 기적이라 할 만하다.

스포츠서는 태릉의 기적을 이루었다. 1948년 런던올림픽에 태극기를 앞세워 첫 출전한 한국대표 선수단은 초창기만 해도 올림픽에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었지만 1980년대 이후 많은 금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10대 스포츠 대국으로 고속성장을 했다. 이는 지난 1960년대 중반 태릉훈련원을 건립해 국가에서 대표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대표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으나 이제는 국위를 선양하며 명예뿐 아니라 돈까지 벌게 됐다. 각종 국제대회 입상자들에게 포상금 지급을 통해 경기력향상을 이끌었던 것이 그동안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비결 아닌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월 소치동계올림픽서 좋은 성적을 올린 메달리스트들에게 푸짐한 포상금 잔치가 베풀어졌다. 쇼트트랙 2관왕 박승희를 비롯 스피드스케이팅 2연패를 차지한 이상화, 은메달의 피겨여왕김연아 등 금메달부터 동메달리스트까지 규정에 의해 포상금이 주어졌다. 포상금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각종 경기 연맹 및 단체 혹은 기업 등에서 지급하는 일시 포상금이나 격려금과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관장하는 연금 등이 포함됐다.

문광부와 각 경기연맹 포상금은 금액이 그때마다 제각기 다르나 공단 연금은 일정한 규정이 마련돼 있다. 공단은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국가의 위상을 높인 공로를 인정해 매월 일정액의 경기력 향상 연구연금을 지급하는데, 이를 통상 연금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연금제도는 지난 1975년 처음 도입됐다. 이후 몇 차례 보완 과정을 거쳐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부터는 금메달 월 100만 원, 은메달 월 75만 원, 동메달 월 525000원 등으로 확정됐다. 이전까지는 금메달 100만 원, 은메달 45만 원, 동메달 30만 원이었지만 메달 간의 연금 편차가 크다는 체육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일부 변경됐다.

포상금 제도는 원래 스포츠를 국력으로 내세워 국가적인 총동원 시스템을 구축했던 사회주의 국가에서 고안된 것이다. 개인의 선택과 집중으로 운동을 하는 자유주의 국가와는 달리 사회주의 국가는 스포츠 유망주를 조기 발굴, 국가에서 많은 투자와 지원을 쏟아부었다. 소련, 동독, 중국이 자유주의 국가들을 밀어내고 스포츠 강대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올림픽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은 고급 주택과 승용차, 막대한 돈을 받아 평등을 가치로 내세운 사회주의 국가에서 특별한 대우를 누릴 수 있었다.

미국 일본 등 자유주의 서방 국가 선수들은 국가에서 개인에게 포상금을 공식적으로 지급하지 않고 스포츠 브랜드 등 광고 계약을 통해 부가적인 수입을 올린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 광고 스폰서가 없으면 아무런 수입도 없다. 스포츠를 하는 목적이 개인의 의지와 판단에 따른 것이니만큼 국가대표가 되더라도 올림픽 등 공식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비용정도 지원하고 개인 포상금은 지급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나라 스포츠가 진정한 스포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미국과 같은 선진국 시스템을 도입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태릉훈련원 같은 국가적인 훈련시설을 만들어 국가에서 먹여주고, 재워주며 각종 대회에서 성적을 내면 국가돈으로 포상까지 하는 것은 선수들의 창의성과 독립성을 훼손시키는 전근대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많은 이들이 건강과 여가활용을 위해 즐기는 생활체육에서 시작해 각 종목에서 출중한 기량을 발휘하는 유망주들을 엘리트 스포츠로 연계하는 선진국과 같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엘리트 스포츠 위주에서 벗어나 생활체육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스포츠 선진국으로 지향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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