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반대, 업계·후보군 사이서 진성매각 의문 제기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한껏 달아올랐던 LIG손해보험 인수전 열기가 다소 식은 분위기다.

LIG손보는 지난해 11월 LIG그룹이 계열사인 LIG건설 기업어음(CP) 투자자 피해보상금 마련을 위해, 오너 일가가 보유한 LIG손보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당시 알짜 매물인 LIG손보를 차지하려는 대기업·금융사 등 여러 기업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고, 인수전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LIG손보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13.7%로 삼성화재(26.3%), 현대해상(16.1%), 동부화재(15.3%)에 이어 업계 4위다. 1위인 삼성화재와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현대·동부와는 1~3%p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즉 ‘LIG손보 인수’는 곧 업계 2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매각을 발표한 지 3개월이 넘은 현재 인수를 준비하는 유력 후보는 3~4곳으로 좁혀졌다. 메리츠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동양생명의 최대주주인 보고펀드, 롯데그룹 등이다.

인수전 시작 당시만 해도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지목됐던 메리츠금융은 아직까지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5일 “면밀히 검토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회장직에서 물러났던 조정호 전 회장이 경영일선으로 복귀할 예정이어서, LIG손보 인수에도 본격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은 최근 인수자문사를 선정하는 등 인수를 위한 공식 절차에 착수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인수자문사로 도이치증권과 KB투자증권을, 회계자문사로 안진회계법인을, 법률자문은 김앤장을 각각 선정했다. KB금융 관계자는 “묵묵하게 비은행 계열 강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인수자문사 등을 선정한 것은 그만큼 의지가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KB금융은 다만 이번 인수에 실패할 경우 무성해질 뒷말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 외환은행, ING생명, 우리투자증권까지 매번 M&A 도전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은행부문 강화를 줄곧 강조해온 임영록 회장의 리더십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공식적으로 LIG손보 인수 의사를 밝힌 롯데그룹은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자문사로 정했다. 롯데손보는 시장점유율이 3.23%로 LIG손보를 인수하게 되면 산술적으로는 업계 2위로 단숨에 올라서게 된다. 손보사가 없는 동양생명도 JP모건과 다이와증권을 인수자문사로 선정하고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매각 변수로는 우선 LIG노조가 동종업계와 사모펀드 즉, 메리츠화재와 롯데그룹, 보고펀드(동양생명)의 LIG손보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KB금융과 롯데그룹에 대해서는 최근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고 여파로 인수 자격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나온다.

또 LIG그룹의 매각 의지에 대한 진정성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당초 LIG손보 매각 이유는 LIG건설 CP 피해자들의 보상금 마련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구자원 회장 일가가 재판을 진행하는 중 자금을 융통해 피해액을 모두 변제하면서 사실상 매각을 진행할 명분이 사라진 상황이다.

5일 업계 관계자는 “LIG그룹에서 LIG손보가 빠지면 그룹 존재 자체의 의미가 없어진다”며 “매각을 공언한 이상 여론을 의식해 우회적인 방안을 찾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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