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횡단한 '평화 열차' 참가자들이 28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항1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해 평화의 염원을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평화 열차는 30일 부산에서 개막하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사전 행사로 독일 베를린에서 출발해 모스크바, 베이징 등을 거쳐 종착지인 부산까지 횡단하는 평화운동이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평화 열차’ 베를린·모스크바·베이징 거쳐 인천 도착
임진각·도라산서 한반도 평화·통일 위한 기도회 진행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30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다.

‘생명·정의·평화’를 주제로 9박 10일간 진행되는 이번 총회는 전 세계에서 8500여 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세계적인 종교지도자들도 다수 방한한다.

1948년 창립된 WCC는 세계 모든 교회의 일치와 공동선교를 추구하는 에큐메니컬 운동의 대표적 기구다. 개신교의 시대적 과제와 신학적 방향을 설정하는 WCC 총회는 7년에 한 번꼴로 열리며 ‘기독교 올림픽’ 또는 ‘기독교의 유엔 총회’ 등으로 불린다. 194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첫 총회가 열린 후 2006년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 총회까지 9차례 열렸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1961년 인도 뉴델리 3차 총회 이후 두 번째다.

지난 8일 WCC 부산총회의 성공적 개최와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평화 열차’가 독일 베를린에서 출발해 모스크바, 베이징 등을 거쳐 28일 오전 인천항1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콘래드 레이저 WCC 총무 등을 비롯해 한국, 유럽, 아프리카 등 16개국 참가자들을 태운 평화 열차는 당초 평양을 경유할 예정이었으나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 등 관계기관과 최종 협의를 이루지 못해 중국 단둥에서 배를 타고 인천으로 입국했다.

인천항에 도착한 이들을 반갑게 맞이한 김근상 대한성공회 전국의회의장은 환영사에서 “한국에 온 걸 환영한다. 그러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통일이 되는 날까지 평화열차는 계속될 것이며 모두 함께 하길 희망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평화의 염원을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린 후 다음 일정지로 이동했다.

이들은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 환영행사를 치르고 29일 WCC 행사에 참석했다.

◆WCC 총회, 어떻게 진행되나

이번 WCC 부산총회는 11월 2일과 3일 이틀간의 주말프로그램을 제외하면 개막일부터 폐막일까지 거의 동일한 패턴으로 회무가 진행된다. 기도회를 갖는 것으로 일과가 시작되면 세계적인 신학자들이 성경공부를 인도한다. 회무가 시작되면 주제별 전체회의, 에큐메니컬 좌담, 워크숍과 전시회 등으로 구성되는 마당 프로그램, 세계 에큐메니컬 신학원 등의 일정이 진행된다.

주제별 전체회의는 주제회의, 아시아회의, 선교회의, 일치회의, 정의회의, 평화회의로 나눠 진행된다. 전체 일정이 영어로 진행되며 발언권은 총대들에게만 주어진다.

에큐메니컬 좌담은 한반도 문제, 중동 평화, 생명과 정의와 평화를 향한 도덕적 분별, 인간 안보, 교회 안의 여자와 남자 공동체, 아동 권익을 위한 연대활동, 기후변화와 생태 정의 등 21개 세부 주제를 논의한다.

총회의 대부분이 한국인 등록자가 참석해 경청할 수 있지만 에큐메니칼 대화 모임, 교파별 모임, 대륙별 모임, 각 위원회 모임, 선거 등에는 참석할 수 없다. WCC 총대들만이 참여할 수 있으며 출입 또한 엄격하게 통제된다.

일반 참석자들은 워크숍과 전시회, 부대행사로 이뤄져 있는 마당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벡스코 전역에서 진행되며 관심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 참여할 수 있다. 워크숍은 국악예배, 여성폭력, 비전향장기수, 대안신학교육, 이주여성인권, 생명과 탈핵, 청년 빈곤극복, 세계선교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된다. 전시회는 더 다양한 주제가 있다.

11월 2일과 3일에는 주말 특별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서울과 부산 안동 경주 울산 김해 제주 등 전국에서 진행되며,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것을 비롯해 ‘한국교회와 함께하는 평화순례’가 진행된다.

특별히 세계 각국에서 공식 참석한 WCC 총대들은 임진각과 도라산 등 대한민국 분단의 현장을 방문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기도할 예정이다. 토요일 저녁 명성교회에서 개최되는 만찬과 ‘한국문화의 밤’에 참석한 뒤 주일에 각각 서울 수도권 교회를 방문해 한국교회 교인들과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고 부산으로 돌아온다.

◆‘한반도 평화 선언’ ‘세계선교 신선언’ 발표

WCC 부산총회의 주요 참가 인사로는 201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레이마 보위 아프리카 평화재단 대표, 조셉 마르 시리아 정교회 총대주교, 로마가톨릭 쿠르트 코흐 추기경, 프랑스 떼제공동체 대표 알로이스 원장 수사, 세계성공회 저스틴 웰비 대주교, 인도네시아 이슬람교 대표 딘 시얌수딘 박사, 세계 에티오피아 정교회 수장 아부네 마티아스 총대주교 등이 있다.

WCC 창립 때부터 중심 교단으로 참여해 온 세계성공회의 캔터베리 대주교도 첫 방한한다. 지난 3월 165개국 신자 약 1억 명을 거느린 세계성공회공동체의 수장인 제105대 캔터베리 대주교에 오른 저스틴 웰비 대주교는 31일 ‘화해’를 주제로 강연한다.

웰비 대주교는 2일 서울에서 대한성공회(의장 김근상 주교)를 방문할 예정이다. 캔터베리 대주교의 대한성공회 방문은 1990년 대한성공회설립 100주년 축하차 로버트 런시 대주교가 온 이후 23년 만이다.

이번 총회는 유일한 분단국인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만큼 한반도의 평화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질 전망이다. 또 ‘한반도 평화 선언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마지막 날에는 제10차 총회 선언서를 채택한다. 선언서에는 21세기 세계선교 신선언, 한반도 평화, 중동평화, 환경 등에 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30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선교선언도 발표한다. ‘함께 생명을 향하여: 변화하는 지형에서의 선교와 전도’ 제하의 새로운 선교선언은 1982년 WCC가 발표한 ‘선교와 전도: 에큐메니컬 확언’을 대체하며 선교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게 된다.

WCC는 세계 140개국 349개 개신교 교단, 정교회, 성공회 등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교회 협의체로 신자 수가 5억 8000만 명에 달한다. 한국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성공회 등 4개 교단이 속해 있다.

이번 부산 총회는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주제로 한반도 및 중동 평화 등을 논의하며 11월 8일 폐막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