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사무소서 9명 정보 열람

“공무상 개인정보 조회 빈번”

 

주로 전입신고 프로그램 조회

열람 목적 기록 칸 자체 없어

 

“범 지역적·시스템적인 문제”

“정부, 행정시스템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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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부산의 동 행정복지센터(구 동사무소)에서 민원인들 9명의 개인정보가 한달 동안에만 15회나 열람되는 일이 발생했다. 

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열람자는 민원 업무 담당 공무원 5명으로 이전에 민원을 처리했던 시민들의 정보를 지방자치단체 전입신고 프로그램을 통해 열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들이 민원 처리 이후 한달이나 지난 시점에서 왜 전입신고 내역을 열람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몇 년 전 일이어서 담당자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지자체 전입신고 프로그램에도 열람 목적을 기록하는 칸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당초 인권위는 접수된 한 사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으나, 조사를 진행하다 보니 유사한 사례가 다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특정 개인의 일탈이나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라기보다 시스템적이고 범 지역적인 문제로 보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이를 조속히 보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본지에 개인정보 열람-연락 사례에 대해 “분실물을 찾아주니 고맙다고 하는 경우나 코로나에 대해 안내하고도 욕을 먹는 경우 등 다양한 사례가 확인되는데, 조사 결과 일선에서도 시민 편의를 위한 공무상 업무냐 개인정보 침해냐를 놓고 혼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입신고 시스템 접근 ‘관행’에 대해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악용될 수 있다는 국민들의 우려가 큰 만큼, 정부가 관련 문제가 지속 발생할 수 있는 현 통합행정시스템을 적극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무단열람 사례 보니

문제의 사례를 좀 더 살펴보면 진정인 A씨는 지자체 행정복지센터 소속 공무원인 B씨와 2019년부터 개인적으로 알던 사이로 이듬해인 2020년 7월 이 인근으로 전입하게 됐다.

이후 같은 달 해당 행정복지센터의 민원 업무 담당으로 발령받은 B씨에게서 어느 날 자신의 집 주소를 알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개인정보 유출을 의심하게 됐다. 실제 A씨는 같은 복지센터 행정민원실로부터 본인의 가족관계 및 학력 사항 관련 서류를 열람했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이에 2021년 7월 행정복지센터에 찾아가 개인정보를 열람한 것에 대해 항의하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 말을 들은 B씨는 시기를 특정하기 어려우나 ‘업무연찬(연습)’ 과정에서 진정인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진정인에게 사과의 전화와 메시지를 보냈다. ‘진정인의 개인정보를 자신이 열람했을 수도 있으니 사과하겠다’라는 취지의 전화와 ‘잘못했으니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싶다’라는 내용의 카톡이었다.

인권위 조사 결과 B씨는 이 일이 있기 전 가족의 인감 변경 신청 및 인감증명서 대리 발급 신청을 위해 행정복지센터를 찾아온 A씨의 민원 처리를 도와준 일이 있었다. 이후 B씨가 주민등록 통합행정시스템을 통해 A씨의 전입신고 내역을 열람한 일이 확인됐다.

인권위가 파악한 B씨 진술에 따르면 행정복지센터의 민원 업무담당자들은 주민의 전입신고 내역을 열람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휴대 전화번호를 얻기 위한 것이나 코로나 확진자 안내, 타 부서 업무협조, 경찰의 수사 협조 등 그 이유는 다양했다. 이는 관행적인 업무처리방식이라고도 했다.

그렇게 문제가 발생한 2020년 8월에만 총 15건의 개인정보가 민원 업무 담당 공무원 5명에 의해 열람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왜 전입신고 조회를 했는지에 대해선 전입신고 프로그램에는 열람 목적을 기록하는 칸이 없어 시간이 지나면 왜 열람했는지, 어디에 활용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통합행정시스템으로 개인정보를 확인하면 열람한 사실이 전산상에 드러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B씨와 그 책임자인 행정사무장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열람한 것을 인정하나 업무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결과적으로 공무 외로 사용한 사실이 있거나 피해를 주장한 다른 민원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부산시 모 구청 감사실은 이 사안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당시 개인정보 내역 열람 사실을 확인한 감사실은 공무원이 개인 전입신고서를 열람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전 부서에 개인정보보호를 철저히 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인권위도 이번 사안을 주민등록법과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규정하는 의무와 헌법에서 보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주민등록자료 등 개인정보를 본래 수집 목적의 필요한 범위에서 적합하게 처리해야 하며, 보유 또는 이용 목적 외의 목적을 위해 주민등록표를 이용한 전산처리를 해선 안 된다는 법 내용을 어겼다는 판단이다.

이처럼 공무상 개인정보를 조회하는 경우가 다수 확인되면서 이번 사례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개인정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인권위는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주민등록 통합행정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공무원들이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목적 외에 사용하지 않도록 주민등록처리시스템을 보완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이번 사례와 관련, 관할 시장에게 B씨에 대해 ‘주의’ 인사 조치를 내리고, 관할 구청장에게 주민등록 시스템 접근 권한을 가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보호 직무교육을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인권위 측은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할 수 있도록 열람 조회기록 생성에 더해 경고 알림창을 띄우거나, 열람 목적을 기재할 난을 신설하는 등 주민등록처리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주민등록 #통합행정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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