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 “환영” “불안” 반응 엇갈려
한교총 관계자 “당분간 마스크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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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장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마스크 벗고 수업에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아무래도 교회는 다수가 밀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아직은 마음이 안놓이네요.”

30일 새벽 기도를 드리기 위해 교회를 방문했다는 개신교인 최명화(52, 여)씨는 말이다. 앞으로 대면 예배를 드리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할 것이라는 그는 “고령자나 고위험군을 생각했을 때 노령층 신도가 대다수인 교회의 마스크 의무 해제 방침은 의아하다”면서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건 불편하지만, 교회의 밀집도나 찬양 등과 같은 활동을 생각한다면 마스크를 앞으로도 계속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30일부터 병원, 대중교통 등을 제외하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 예배를 강행하다 수많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례가 있는 종교계에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지침에 따라 공연장을 비롯해 영화관, 실내체육시설, 교회 예배시설 등에서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유증상자·고위험군인 경우 ▲유증상자·고위험군과 접촉하는 경우 ▲최근 확진자와 접촉했던 경우(2주간 착용) ▲환기가 어려운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 ▲다수가 밀집한 상황에서 함성·합창·대화 등 비말생성 환경인 경우에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교회 마스크 의무 해제에 대한 반가운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비말이 많이 튀는 찬양과 기도가 이뤄지고, 수많은 신도들이 모이는 밀집도를 생각했을 때 종교시설 마스크 의무 해제는 아직은 불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의 중형 교회를 다닌다고 밝힌 직장인 유모(28, 여)씨는 “평소 찬양 부를때나 기도할 때 마스크 때문에 숨이 차서 불편했다. 이제 마스크를 안 써도 되니까 이런 불편함이 사라져 가장 좋다”고 말했다. 경기도 양주에 살고 있는 윤솔(21, 여)씨는 “마스크를 벗고 예배를 드릴 수가 있다는 자체가 감사하다”고 마스크 해제 조치를 반겼다. 

다만 일부는 교회의 마스크 의무 적용 해제에 대한 의아함을 내비쳤다. 다수가 밀집한 상황에서 찬양 등 비말 생성 환경에 해당되는 만큼 필수로 착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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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이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한국교회 위로와 회복의 예배’를 열고 있다. (출처: 한교총)

스스로를 ‘가나안 신도’라고 밝힌 김모(30대, 여)씨는 “아직 종식된 것도 아니고 재감염이 성행하고 있는데 교회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건 감염의 우려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교회에서 자체 지침을 만들어 철저한 방역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개신교, 불교 등 국내 주요 종단은 예배와 사찰 등을 방문하는 신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할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교회총연합 박요셉 목사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교회는 예배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공감대가 있는 분위기”라며 박 목사는 “중대형 교회의 경우 기존처럼 대면 예배 시에 가급적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할 예정”이라며 “그 외에 작은 교회의 경우 개별적인 지침 하에 예배를 운영하겠지만 당분간은 대부분 마스크를 권고하는 분위기로 가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조계종 관계자 역시 “추후 별도 지침이 있기 전까지 기존의 지침과 동일하게 사찰 내에서 마스크를 쓰도록 안내하려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한교총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종교계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동안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몇몇 교회들로 인해 집단감염이 계속 확산하면서 한국교회를 향한 대대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0년 8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시무하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은 한달이 채 안 돼 누적 확진자 수가 800여명에 달해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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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에서 진행된 주일전국연합예배에 참석한 신도들이 아멘을 외치고 있는 모습. (출처: 유튜브 너알아TV 캡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신교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은 냉랭해졌고 급기야 교회에 대한 싸늘한 시선 때문에 개신교인임을 밝히기 힘들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호감도는 추락했다. 여론조사기업 ‘한국갤럽’이 2021년 3~4월 전국 19세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인의 종교 인식’ 조사에서는 국내 비종교인 중 ‘개신교에 호감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6%로 불교, 천주교 등 국내 종교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이같이 인식이 악화하고, 교회발 집단감염 확산세도 갈수록 심각해지자 개신교계는 대국민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대부분의 종교계는 감염 확산 방지에 동참하기 위해 대면 예배와 모임 등을 전면 중단하고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천주교는 전국 모든 성당에서 미사를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한국 천주교 236년 역사상 일제히 미사를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불교조계종도 전국 사찰의 법회와 대면 교육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매년 열리던 ‘부처님 오신날’ 연등 행렬이 취소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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