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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9.23

1~6세 독감 의심환자 ‘최다’

영유아 치명적 RSV도 급증

‘폐렴 위험’ 메타뉴모도 증가 

“감염증 백신 접종 서둘러야”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최근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에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독감 환자 수가 1주 사이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면역력까지 낮아져 ‘7차 유행’이 찾아올 것이란 방역당국 전망에 따라 ‘트윈데믹’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감염병 표본감시에 따르면 올해 40주차인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환자는 7.1명으로 유행 기준치인 4.9명을 한참 넘어섰다. 이는 전주 최다치를 1주 만에 재갱신한 데다 직전 주보다도 45%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인플루엔자 의심환자는 38도 이상의 갑작스러운 발열과 더불어 기침 또는 인후통을 보이는 환자를 말한다. 특히 독감은 영유아 사이에서 더욱 빠르게 확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1~6세 영아의 경우 12.1명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고 전주(7.9명) 대비 4.2명이나 늘었기 때문이다. 이는 유행기준의 2.47배 수준이다. 그간 추이를 보면 36주차 6.3명→37주차 6.5명→38주차 6명→39주 7.9명→40주 12.1명 등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아울러 급성호흡기감염증 입원환자도 전년보다 현저하게 늘고 있다.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 입원환자(아데노·보카·파라인플루엔자·호흡기세포융합·리노·메타뉴모 등)는 40주차에 총 940명으로 지난해 297명 대비 3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특히 메타뉴모바이러스 296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287건, 리노바이러스 173건 등 영유아에 치명적으로 알려진 호흡기 감염증들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그중 6~12개월 사이 유아 사이에서 주로 전파되는 계절성 호흡기 바이러스인 메타뉴모 바이러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건도 신고되지 않았으나 현재 호흡기 감염증 중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기침·발열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메타뉴모는 주로 코·목 등 상기도 감염이 발생하나 모세 기관지나 폐렴 등 하기도 감염으로 이어지기도 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이 1000명당 5.1명으로 유행기준 4.9명을 초과하면서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이는 예년의 11∼12월보다 훨씬 이른 시기다. 그간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는 ▲2016년 12월 8일 ▲2017년 12월 1일 ▲2018년 11월 16일 ▲2019년 11월 15일에 발령됐다.

이번 유행주의보 발령으로 만 2주 이상 신생아를 포함한 9세 이하 소아, 임신부, 65세 이상,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독감 검사 없이 항바이러스제의 요양급여가 인정된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지난달 21일부터 인플루엔자 무료 예방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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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 갈무리. 

◆각종 바이러스 기승에 “백신 맞아야”

이처럼 최근 가을에 접어드는 환절기와 맞물리면서 독감 등 바이러스 유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다시 심해지리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트윈데믹’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트윈데믹은 팬데믹 수준에 이른 두가지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문가들도 2년간 이어온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린 현 상황에서 개인 방역수칙 준수 의지까지 느슨해진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독감에 걸리거나 독감 백신을 접종한 경우 항체 보유 비율이 높아지면 사회적 집단면역이 생기는데, 지난 2년간 거리두기 등으로 독감이 유행하지 않아 집단면역력은 떨어진 상태라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계절 변화와 맞물려 독감 외 또 다른 호흡기 질병 유행으로 그간 코로나19 방역 강화조치와 개인 방역준수로 지켜온 면역체계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멀티데믹’까지 닥칠 수 있다는 우려다. 김우주 대한백신학회장은 “거리두기가 없어지고 아데노·RSV 등 여러 급성호흡기감염증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바이러스에 대해 그동안 면역이 성숙해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트윈데믹을 넘어선 멀티데믹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뿐 아니라 인플루엔자와 코로나 증상이 고열·인후통·두통 등으로 유사해 초기 진단에서 구별이 쉽지 않다는 점이라든지 동시 감염됐을 때 중증도가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우려를 고조시킨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코로나19든 독감이든 간에 이 유행을 최소한으로 넘어갈 수 있으려면, 결국은 병에 안 걸려야 되고 안 걸리려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며 “소아·청소년에서 먼저 접종을 시작하는데, 만성질환 혹은 비만이 있으면 꼭 백신을 맞기를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조규홍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도 “3년 만에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됐고 면역이 감소하는 겨울철 코로나가 다시 유행할 수도 있다”며 “환기와 손씻기 등 일상에서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가을·겨울철 재유행에 미리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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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열린 ‘2022 명동 우주맥주 페스티벌’에서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맥주를 즐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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