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은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한국 경제에 긍정적이다.

통화ㆍ통상 정책의 변화가 예상되던 밋 롬니 후보의 당선 때보다 불확실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주역인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당장 미국의 통상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세계 경제를 짓누르는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 해소 추이에 따라 한국 경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 정책변화 불확실성 줄었으나 원화 절상 우려 지속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미 경제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부양책과 신성장 산업에 대한 정부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 최상목 경제정책국장은 "위기 상황에서 정책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측면이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현대증권[003450] 이상원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 외에도 외교와 국제 정세에 대한 불안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정부가 지속되는 것이 한국 금융시장에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국 역대 선거와 경기의 관계를 보면 재선에 성공한 경우 정책의 일관성으로 성장률이 유지됐지만 대통령이 교체되면 집권 1년차에 여러 정책 노선을 바꿔 첫해의 성장률은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동부증권 김효진 연구원은 "정치경기순환론을 참고하면 오바마 집권의 2~3년차인 2014~2015년의 경기는 좋은 흐름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양적완화(QE) 정책의 유지는 원화 절상 가능성을 높이면서 수출이 버팀목인 한국 경제에 부정적 효과가 우려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선진국의 양적완화 효과에 대해 중립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김종혁 북미대양주팀 전문연구원은 "양적완화 기조는 이어질 수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어 금융산업의 위축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통상정책에 변화 없을 것"…제조업 보호 유지될 전망

오바마 행정부는 한미 FTA를 통한 협력을 지속하겠지만 수출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어 자동차 등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정책일관성 유지라는 측면에서 이번 재선을 긍정적으로 봤다.

최경림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는 "한미 FTA의 주역인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당장 미국의 통상정책이 변화가 있으리라고 보지 않는다"며 "내년 중 협의될 투자자 국가소송제(ISD)도 미국에 우리 측 의사를 전달했고 우리 준비가 끝나면 협의에 임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만큼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수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란 기존 통상정책 기조는 우리 경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제조업을 중시한다. 특히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불공정 관행을 지속적으로 문제삼고 있다.

미국은 작년부터 중국의 미국산 자동차·닭고기 반덤핑관세, 자동차부품업체 보조금 지급 등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가 하면 태양광 패널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코트라는 미국이 지난 4년간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하고자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반덤핑·상계관세 심의 및 판정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2011년 10월 한국산 냉장고 덤핑 예비판정, 지난 6월 세탁기 상계관세 예비판정에 이어 7월의 변압기 덤핑 최종판정과 세탁기 덤핑 예비판정 등이 대표적 사례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공화당의 보호무역주의가 더 약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롬니 후보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강경한 태도여서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통상 부문에서 부정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재정절벽 해결 못하면 경기 회복에 걸림돌

오바마 대통령이 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재정절벽'이다.

재정절벽은 정부의 재정지출이 갑자기 줄거나 중단돼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을 뜻한다.

미국 예산통제법(BCA)에 따르면 미 양당 의원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재정적자 감축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내년부터 1조2천억달러 규모의 강제 삭감이 이뤄진다. 또, 경기부양을 위해 부시 행정부 당시 시행한 감세조치와 대체최저한세가 종료되고, 급여세도 인상된다.

재정지출이 줄고 소득세가 인상되면 미국 민간소비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세계 최대 소비국이라는 점에서 세계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재정절벽이 현실화되면 내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0.5% 위축되고 실업률은 9%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피치를 비롯한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이런 점 때문에 재정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시한은 한 달 남짓이다. 오는 13일 의회가 시작돼 12월14일 종료 때까지다.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이 중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상하원 의석 구조를 보면 협상에 진통이 예상된다. 대선과 함께 실시된 연방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했다.

전면적인 감세 연장과 이른바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정책의 폐지를 주장하는 공화당이 협상에서 원만하게 합의해 주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선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연말에 다가올수록 막판 타결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영선 연구본부장은 "재정절벽은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과는 크게 관계없는 문제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어떻게 타협할지 걱정된다"며 "미국 경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나 당파싸움 없이 재정절벽을 넘어서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