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기와를 제외하고 법당 전체를 도금한 수국사 대웅전. ⓒ천지일보(뉴스천지)

악한 기운 막아주고
변치않는 믿음 상징

법당 외부뿐 아니라
내부도 모두 도금돼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처마에서부터 출입문에 이르기까지 온통 황금빛이다. 게다가 내부를 들여다보니 불상, 기둥, 벽 모두 황금으로 뒤덮여 있다.

이같이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법당이 서울에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표현한다.

보통 ‘황금사원’ 하면 미얀마․태국 등 외국을 떠올리기 쉽지만, 우리나라에도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있는 수국사에 가면 이 같은 법당을 만날 수 있다.

◆의경세자 극락왕생 빌고자
수국사는 조선 1459년(세조 5)에 세조의 장남이었던 의경세자가 20세의 나이로 요절하자 그의 극락왕생을 빌고자 세운 사찰이다.

원래는 ‘정인사’라는 이름으로 경릉의 동쪽에 있었으나, 화재와 전란을 겪으면서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쳤고 1900년 현재의 자리, 갈현동으로 옮겨왔다.

옮겨온 후에도 6.25전쟁 등으로 건물들이 대부분 소실돼 부임해온 주지스님들의 주도로 지속적인 중창이 이뤄져 왔다.

때문에 수국사 건축물들은 대부분 최근에 지어진 것들이어서 현대적인 것들이 많다.

버스가 다니는 큰 도로에서 100m 정도 가면 수국사에 이를 수 있다. ‘황금사찰’이라는 인식 때문에 매우 웅장하고 큰 규모를 예상하게 되지만, 수국사 전체는 아담하고 고즈넉한 사찰이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지장전, 크고 작은 불상 몇 개가 전부이기 때문에 수국사를 다 둘러보는 데는 15분이면 충분하다.

▲ 수국사 대웅전은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도 모두 금으로 뒤덮였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법당 전체를 도금
사찰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황금 법당’이 눈에 들어오는데, 외벽이 햇빛에 반사돼 더욱 눈부신 자태를 자랑한다. 그 모습에 이끌려 법당 앞으로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처음 수국사 대웅전을 보면, 낯설고 신기한 모습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잘 믿기지 않는다. 청기와를 제외하고는 모두 황금으로 덮여 있다.

특히 법당 문들은 아름다운 문양의 창살을 이루고 있는데 그 모습이 금으로 덮여 있어 더욱 화려하고 아름답다. 법당 네 모퉁이를 따라 한 바퀴를 다 돌아보아도 네 면 모두 황금이다.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까.

법당 안으로 들어서면 더욱 화려한 황금빛을 만날 수 있다. 커다란 대웅전 내부에 은은하게 비쳐지는 조명과 금빛이 어우러졌다.

일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개금된 불상에서부터 내부에 우뚝 솟아 있는 많은 기둥들, 그리고 벽면까지 모두 금으로 가득하다. 불자들을 위해서 방석이 마련돼 있는데 그 방석들마저 금색이라 말 그대로 ‘황금천지’다.

▲ 수국사 대웅전의 옆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황금 법당에 담긴 의미
호기심으로 사찰을 한참 둘러보다 보면 궁금해지는 점이 생긴다. 먼저, 이 법당을 감싸안은 ‘금’은 진짜일까 하는 점이다.

“금을 이렇게 외벽에 모두 입힐 수 있을까?” “아마 금색으로 칠한 거겠지.” 사람들은 나름 추측을 해보는데 답은 “모두 진짜 금”이다. 목조건축물에 도금을 한 것이다.

그런데 왜 이 같은 황금법당을 세우게 됐을까. 1992년 회주로 부임한 한자용 스님은 수국사를 ‘한국을 대표하는 황금사원’으로 만들고자 했다. 때문에 형형색색의 단청 대신 황금으로 단청을 했다.

수국사에서 설명하는 황금법당에 담긴 의미는 이렇다. 법당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부처를 나타낸다. 때문에 법당을 도금하는 것은 곧 부처님께 황금옷을 입혀드리는 것이 된다.

또한 ‘금’은 매우 순수한 물질이며 변치 않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금을 입히면 이 황금이 악한 기운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게 되며, 동시에 신자들의 변치 않는 믿음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대웅전을 둘러본 후 사찰 전체를 살펴본다. 대웅전 앞쪽에 세워진 미륵불 입상과 부처와 제자들의 모습을 표현한 조각상 등이 있다.

아울러 1239년에 만든 목조아미타불좌상 1점과 1907년에 일괄 조성한 아미타불도, 구품도, 감로왕도, 16나한도, 현왕도, 신중도 등 6점과 1908년에 제작한 괘불도 1점 등 불교미술 측면에서도 가치 있는 것들이 많다.

▲ 수국사 한쪽에 있는 조각상들. 부처와 제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수국사를 찾아가려면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엔 6호선 구산역 3번 출구로 나와 서오릉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버스를 이용하려면 702번과 광역버스 9701번을 타고 선정고등학교 앞에 하차, 길 건너편 수국사 안내표지판을 따라 도보로 2분여 걸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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