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던 것일까. 김정일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자신의 죽음이 임박한 지난해와 올해, 불과 1년 3개월 새 4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다. 유례없는 김 총비서의 잦은 방중은 ‘북한이 급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김 총비서의 방중 목적은 분명해 보였다. 북·중 경협으로 경제 회생을 모색하고, 아들 김정은의 후계구도를 안착시키는 것이었다.

문제는 김 총비서가 3대 세습을 충분히 다지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중국의 태도가 향후 북한 권력승계와 체제 안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단 지금까지 드러난 중국의 기조를 놓고 보면 당분간 북·중 협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본적으로 중국인은 “북한이 안전하면 중국이 안전하고, 북한이 멸망하면 중국도 흔들린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즉, 자국의 안정을 위한 ‘현상 유지’를 원하기 때문에 체제 붕괴 등 북한의 급변사태를 원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중국이 한반도 정세 안정과 직결되는 6자 회담 개최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북한에 상당히 우호적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勛)은 김정일과 가까운 사이를 유지했다.

시중쉰은 1983년 김정일이 중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베이징에서 그를 영접하기도 했다. 이 같은 친분이 시진핑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시진핑은 2010년 6.25 참전 중국 병사들을 만나 “중국 인민은 시종 중·북 양국 인민과 군대가 흘린 피로써 맺어진 위대한 우정을 잊어본 적이 없다”며 6.25 전쟁을 미국에 맞서 조선을 지원한 전쟁으로 규정하는 등 북한과의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은 황금평과 나진경제특구를 대상으로 중국과 공동 개발에 착수하는 등 북·중 경협을 가속하면서 대중 의존도를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 지난 5월 KOTRA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80%를 넘어섰는데, 이는 6년 만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였다.

이 같은 흐름 상 북·중 관계 전문가들은 북·중 유대가 더 강화된다는 데 입을 모았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중 경협은 김정일 생존 시에도 계속 강화되는 추세였다”면서 “사망 이후에는 중국이 더 보듬어 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김정은 체제가 잘 수용하고 받아들이면 북·중 유대 관계는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유현정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중국이 원하는 것은 한반도 안정”이라면서 “북한 체제를 유지해 안정을 찾는 그런 쪽에 더 초점이 맞춰질 것이며 경제지원이나 북·미 관계 조율이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북한의 개방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심의섭 명지대 명예교수는 “그간 중국·러시아를 오가며 바쁘게 움직였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점진적으로 개방이 이뤄지고 북·중, 북·러 관계는 계속 좋은 방향으로 진전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을 둘러싸고 있는 인물이나 지금까지 보여 온 행보로 봐서는 개방의 반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개혁·개방을 하려면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김정은은 아직 업적을 쌓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권력 장악을 위해 당분간은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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