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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임시회 개회식이 열린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마포 소각장 신설 백지화 투쟁 본부가 소각장 추가 설치 반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15년 참았다, 님비 반대 아냐”

소각로 3개 중 2개 가동 중단

인근 쓰레기 처리 부하 ‘가중’

쓰레기 대란·처리비 급증 우려

오세훈 “신설, 선택 아닌 필수”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서울시가 현재 쓰레기 소각장이 있는 마포구 상암동에 또다른 소각장을 신설하기로 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서울시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주민들이 현재 운영 중인 마포 소각장을 찾아 준법투쟁을 벌여 소각로를 멈춰 세운 데다, 오갈 데 없는 쓰레기가 인근 지역으로 넘어가 ‘쓰레기 대란’이 가중되고 처리비용이 급증하는 등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모양새다. 현재 상암동 주민들은 “기존 자원회수시설로 인해 그동안 15년을 참고 살았다. 절대 님비현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달라”고 호소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30일 천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마포구 소각장(마포자원회수시설)은 지난달 초·중순부터 주민들이 부적합 쓰레기를 태우지 못하도록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소각로 3기 중 2기가 멈춘 상태다. 이에 따라 소각장에 왔다가 그대로 되돌아가는 쓰레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오갈 데 없는 쓰레기가 기존 처리비용에 견줘 2~3배 이상 비싼 민간 소각장이나 멀리 있는 인천 수도권 매립장으로 향하면서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실정이다.

소각장이 멈춰선 데는 주민들의 강화된 쓰레기 반입검사가 작용했다. 기존에 해오던 주민 감시원들의 반입검사를 전체 쓰레기차를 대상으로 확대하면서 쓰레기 반입이 어렵게 됐다.

마포자원회수시설에 따르면 3호기는 지난 10일, 2호기는 17일 가동을 중단했다. 마포구 소각로 1기당 하루 처리용량은 250톤, 총 처리용량은 750톤이다. 이에 따라 이달 소각장 소각량은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쓰레기 처리비용이다. 시에 따르면 기존 공공 소각장인 마포·강남·노원·양천구 등 4곳의 처리비용은 톤당 11만원 선이지만 소각로 중단으로 쓰레기가 가게 될 서울 외곽을 벗어나 있는 민간 소각장은 톤당 25만원에서 30만원까지 3배가량 치솟게 된다.

서울시 자원회수시설추진단 관계자는 “달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평균으로 봤을 때 마포 소각장 반입량이 50~60%가량 감소한 것으로 돼 있다”며 “추가로 드는 비용은 모두 시민들이 낸 비용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750톤이 가동된 9일간, 그리고 500톤이 운영된 7일간, 250톤만 돌아간 14일간을 합치면 1만 3750톤이지만, 지난해 기준 한달 평균가동률인 76%를 적용하면 반입량은 1만톤대로 줄어든다. 지난달 총소각량인 1만 8019톤을 기준으로 보면 한달에 8000톤에 달하는 쓰레기가 값비싼 민간 소각장이나 인천 매립지로 향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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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임시회 개회식이 열린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마포 소각장 신설 백지화 투쟁 본부가 소각장 추가 설치 반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마포에 왔다가 되돌아가는 쓰레기가 인천 소각장으로 향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포화상태에 도달한 인천 매립장 상황을 고려하면 전량 민간 소각장에서 처리하는 경우 비용은 한달 최대 20억원대까지 늘어난다. 위와 같은 조건으로 가정할 시 기존 10억원대 초반 수준의 비용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나는 규모다. 시에 따르면 차이나는 금액은 모두 자치구 세금으로 메꿔야 한다. 특히 여기에다가 처리단가에 포함돼 있지 않은 쓰레기차 왕복 운송비와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된다. 민간 소각장과 인천 매립지 반입 비율이 달라지더라도 낭비되는 건 매한가지라는 얘기다.

게다가 곧 있으면 소각로를 전면 중단하는 공장재정비도 예정돼 있다. 마포자원회수시설에 따르면 소각장은 내달 6일부터 오는 11월 6일까지 들어오는 쓰레기를 받지 않는 반입정지에 들어가고, 그 이후 본격적인 재정비를 진행한다. 40일 가까이 공장이 꺼지게 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온 사태가 악화할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를 더하는 대목이다.

서울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이번 소각로 정지에 대해 “마포 소각로 신설과 관련해 부딪히는 문제인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전혀 알 수 없어 저희도 답답하다”고 전했다.

시설 담당자 말처럼 문제해결은 까마득하다.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것은 그간 지속해온 마포구 상암동 소각장(광역자원회수시설) 신설 문제, 나아가 인천과 서울 등 지역 간 갈등이 얽혀있어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말 신규 쓰레기 소각장 최종 후보지를 공개했다. 선정된 후보지는 또다시 현재 소각장이 있는 마포구 상암동 현 자원회수시설 부지였다. 오는 2026년까지 기존 마포자원회수시설 옆에 새 시설을 지은 뒤 기존 시설은 2035년까지 철거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서울시의 쓰레기 소각장 신설 백지화 결정이 있을 때까지 저지 투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 기존 소각로 시설 운영으로 15년가량 참으며 피해를 감내해온 만큼 최근 시민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님비현상’과는 거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님비는 Not In My BackYard(내 뒷마당에는 안된다)의 앞글자를 따온 말로 지역이기주의 현상의 하나다.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직접 마포 주민들 설득에 나설 정도로 갈등의 골은 이미 깊어진 상태여서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마포 소각장 신설로 갈등 격화

서울에서 하루에 쏟아지는 쓰레기는 약 3200톤으로 그중 2200톤이 마포 소각장을 비롯한 서울 내 소각장에서 처리돼왔다. 마포자원회수시설에는 인근의 종로구·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 5개구로부터 발생된 생활 쓰레기를 반입해 처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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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 3매립장에서 쓰레기 수거 트럭들이 줄지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지난 12∼15일 광복절 연휴 기간에 수해 폐기물 2천273t이 매립지에 들어왔다고 이날 밝혔다. (출처: 연합뉴스)

그러다가 지난달 서울시가 신규 소각장을 마포구에 짓기로 하자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들고일어나 ‘마포구 소각장 추가설치 반대 투쟁위원회’를 구성, 자원회수시설에 들어오는 성상 검사 대상을 모든 쓰레기차로 확대했다. 음식물이나 재활용품·불연성 물질 등이 5% 미만인 경우에만 쓰레기 반입이 허용되는데 비율이 넘진 않는지 모든 쓰레기 차량을 검사하겠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성상 검사를 강화하자 10대면 9대까지 쓰레기 트럭들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사설 소각로나 인천으로 향하는 쓰레기가 많아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인근 지역의 쓰레기 처리 부하도 가중되고 있다. 자칫 이번 지역 반발로 이전부터 불거져왔던 ‘쓰레기 대란’이 더 빨리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배경에는 지난해 종량제 폐기물을 직매립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법 개정안에 따라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는 오는 2026년부터 생활폐기물을 메우는 대신 쓰레기를 선별해 재활용하거나 소각장에서 처리해야만 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30년간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된 시도별 폐기물은 서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인천 수도권매립지 1·2·3 매립장 중 1·2 매립장은 포화돼 운영을 종료한 지 오래다. 현재 서울·경기·인천에서 배출된 생활·건설 폐기물들이 모이는 3-1 매립장마저 2025년에는 포화할 전망이다. 이에 인천시는 2025년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나오는 쓰레기 반입을 종료하겠다고 이미 선언한 상태다. 여기에는 인천지역 주민들이 왜 서울의 쓰레기를 인천에 가져와 처리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쌓여왔다는 점도 반영됐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발생지 처리 원칙’을 내세우며 폐기물을 배출한 지자체가 쓰레기 처리까지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서울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오세훈 시장은 “자원회수시설 건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신설 소각장을 수변 공간과 어우러진 마포의 새로운 명소로 만들겠다. 서울 전체의 공익을 위한 필수 사업인 만큼 이해를 거듭 요청드린다”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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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쓰레기 매립장 건설 반대 투쟁위원회와 주민들이 10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앞에서 쓰레기 매립장 건설 반대 주민 투쟁 집회를 갖고 '영흥도에 쓰레기 묻으려면 영흥 청년 먼저 묻으라'며 결사반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서울시-주민들 입장차 ‘팽팽’

서울시가 지난 2019년부터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쓰레기 소각장 신설부지 공모에 나섰지만 자발적으로 공모에 신청한 자치구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이후 서울시는 소각장 신설부지 선정을 위해 입지선정위원회를 꾸렸다. 주민대표 3명, 전문가 4명, 시의원 2명, 공무원 1명 등으로 구성해 2020년 12월부터 1년 9개월에 걸쳐 심사를 벌였다. 지난해 3월부터 전문연구기관을 통한 타당성 조사용역이 시행됐고 입지 후보지 36곳을 발굴했다. 이 과정에서 입지 후보지로 강동구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동구가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고 반발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 26일에는 마포 주민들이 오 시장의 출근 시간에 맞춰 자택으로 기습적으로 찾아가기까지 해 처음으로 시장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도 주민들은 후보지 선정 백지화를 요구하면서 상암동 후보지 선정 과정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하고 내달 5일 열릴 예정이던 주민설명회를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시는 주민설명회 개최를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입지위원회가 공개한 타당성 조사 공람자료에 따르면 입지선정위원회는 서울 전역 6만여곳 후보지 중 최소 부지 면적 1만 5000㎡을 기준으로 1차 후보지 36곳의 목록을 추렸다. 이후 배제기준을 적용해 2차 후보지 5곳을 선정했다. 시는 지역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보고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상암동 외에 나머지 후보지의 지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타당성 조사가 절차상 문제가 있으며, 위원들 선정도 대부분 시의원 추천으로 이뤄져 위원회 구성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근본적으로 마포구가 최우선 순위인 이유와 나머지 후보지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후보지 결정에 반대하는 주민 수백여명은 지난 24일 마포구청 앞에서 시위를 열고 소각장 후보지 지정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투쟁위 측은 매주 토요일마다 마포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주민설명회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서울시가 마포구내 소각장을 신설하지 못하도록 오세훈 서울시장을 상대로 한 투쟁에도 나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상암동 후보지를 입지선정위에서 선정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서울시에 달려있어 소각장 건립에 관한 주민들의 비판은 서울시로 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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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활용 플라스틱류의 수출길이 막힌 가운데 4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플라스틱 등 재활용 쓰레기가 산더미 처럼 쌓여 제2의 쓰레기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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