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 전처‧처남댁 흉기 살해사건 발생
CBS “신천지 때문”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
처남댁은 신천지 신도 아닌 일반인으로 밝혀져
특정종교 혐오조장 앞장서는 기독언론 두 얼굴

image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 도마지파가 30일 오후 CBS전북방송 본사 앞에서 ‘CBS 노컷뉴스 폐쇄를 위한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CBS 노컷뉴스가 “ 살인을 옹호하기 위해 원인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뒤집어씌우고 종교 때문인 것처럼 왜곡했다”며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제공:신천지예수교회) ⓒ천지일보 2022.06.30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 “살인을 옹호하는 CBS 노컷뉴스는 폐쇄하라!”

비가 쏟아지는 30일 오후 2시. CBS 전북방송 본사 앞에서는 이 같은 구호가 울려퍼졌다. 이날 운집한 3000여명은 모두 신천지예수교회 신도들로 최근 신천지 신도가 전 남편에 의해 죽음을 당한 사건에 대한 CBS의 편파․음해성 보도(18일자 노컷뉴스)를 강력 규탄하기 위해 대규모 집회를 연 것이다.

이날 이들은 “강력규탄 CBS해체, 개종목사처벌, 노컷뉴스폐쇄” 등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벌였다. 신천지 도마지파 이재상 지파장은 “CBS 노컷뉴스는 살인을 옹호하기 위해 원인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뒤집어씌우고 종교 때문인 것처럼 왜곡했다”며 “(해당 기자는)가해자에게 유도질문을 해 살인이 피해자 때문에 일어났고 피해자의 종교 때문인 것처럼 몰아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CBS 노컷뉴스의 거짓 왜곡보도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살인에 대한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돌리는 CBS 노컷뉴스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끝까지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독교 방송 CBS가 전처와 옛처남댁을 흉기로 살해한 남성의 잔혹한 행위의 배경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있었다는 취지로 보도한 것을 둘러싼 논란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신천지 측은 살인을 정당화하는 CBS의 보도로 인해 신천지 신도들을 겨냥한 2차 가해와 혐오가 조장되고 있다며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 16일 전북 정읍시 북면 한 가게에서 40대 남성 A씨가 전처와 처남 부부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전처와 처남댁은 숨졌으며 A씨의 처남 역시 크게 다쳐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전처는 신천지 신도였던 것으로 파악됐지만, 처남댁은 신천지 신도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사건을 보도한 CBS 노컷뉴스는 ‘신천지 때문에 자녀와 헤어져’라는 제목에서 피해자의 종교를 부각했다.

노컷뉴스의 보도에 이어진 다른 언론의 보도에서도 ‘“아내가 신천지에 빠져 화나”…전처·처남댁 살해 구속(뉴시스)40대 ’ ‘“아내가 신천지에 빠져” 전처·처남댁 흉기로 살해(MBN)’ ‘“아내 신천지 빠져 가정불화”… 전처 살해 40대 구속(국민일보)’ 등 살인의 원인을 특정 종교에 초점을 놓는 제목이 이어졌다.이러한 제목의 기사들에는 피해자의 종교를 폄훼하는 적나라한 혐오 발언이 적힌 댓글이 수백개 수준으로 달렸다.

본지 확인한 결과, 실제로 해당 뉴스의 댓글 창에는 ‘신천지라서 죽어도 괜찮다’ ‘사회악이다’ ‘이참에 해산시켜라’ 등 비아냥거림과 조롱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살인범도 피해자? 기독언론, 살인정당화 도 넘어”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여의도순복음교회 관련 매체 국민일보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의 ‘가해자는 없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탁 교수는 이 칼럼에서 과거 신천지 신도를 해친 가해자에게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아픔이 느껴졌다’고 하는가 하면, ‘신천지를 다니지 않았다면 이런 불상사가 없었을 것’이라는 등 피해자가 신천지를 다닌 이력을 문제 삼았다. 급기야 2018년 강제개종 시도 중 자녀를 살해한 가족과 최근 전처와 처남댁을 살해하고 ‘신천지라서 죽였다’고 답한 가해자에 대해 ‘모두가 피해자’라며 두둔하는 뉘앙스로 글을 마쳤다.

신천지예수교회는 29일 성명을 내고 이 칼럼에 대해 “‘기성교단에서 ‘이단’이라고 낙인찍었는데 거기서 나오지 않고 살해당했다면 그 책임은 살인을 당한 자 측에 있다‘는 것이 이 칼럼의 요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세상에 어떤 일이 있어도 살인을 해서는 안 되고 또 어떤 궤변을 동원하더라도 살인자를 두둔하고 살인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며 “특히 생명의 가치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겨야 하는 신앙인이라면 이러한 망발은 생각조차 해서는 안 된다”고 분노했다.

신천지는 “신앙을 이유로 사람을 죽음에 내몰면서도 죽은 사람이 잘못이고, 오히려 살인범도 피해자라는 주장까지 할 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 기독교계의 현실”이라며 가해자를 두둔하고 2차 가해까지 일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부가 즉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기독교 언론의 민낯을 보여준다. 피해자 측의 주장은 묵살하고 대신 이들의 ’종교‘를 도마 위에 올리는 보도 행태 등이다. 이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무분별한 혐오를 양산할 수 있다. 

CBS 노컷뉴스는 ‘“신천지 때문에 자녀와 헤어져”… 전처, 처남댁 살해한 40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처였던 피해자가 신천지 신앙으로 인해 가정불화가 발생하고 자녀와 헤어져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됐고 이것이 살인사건으로까지 비화가 된 것처럼 보도했지만, 피해자 지인 측은 실제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이혼한 시기는 2020년 10월로 이번 사건과는 시기적으로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가해자가 피해자의 종교를 알게 된 것은 최근인 2022년 6월 15일인데, 다음날인 6월 16일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피해자 측은 설명했다.

종교로 인해 갈등이나 가정불화를 겪을 시간적 부분도 없었기에 종교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전혀 맞지 않은 이유란 것이다.

타 매체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들어 ‘종교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는 가해자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기도 했다. 반면 CBS 노컷뉴스는 최초 보도에서 이러한 사실 확인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 

◆CBS 공정성 논란 한두번 아냐

 CBS가 보도로 논란이 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SCJ TV의 ‘악성루머의 온상 CBS 방송의 실체 고발’ 영상에 따르면 CBS노컷뉴스는 2012~2015년 4년간 정정보도 11건, 반론보도 20건, 정정 및 반론보도 68건으로 총 99건에 달하는 정정·반론보도를 게재했다.

당시 주요 일간지인 조선일보 43건, 중앙일보 12건, 동아일보 30건과 비교해 최소 2배, 최대 8배 수준이다. 지난 2011년 6월~2016년 8월 기준으로는 총 114건에 달했다. CBS 방송, 노컷뉴스, 라디오까지 합하면 허위왜곡보도로 정정 및 반론‧권고 조치를 받은 내용만 무려 200여건에 달했다.

특히 2015년 사회적으로 신천지에 대해 큰 반감을 일으켰던 CBS 특집 다큐 ‘관찰보고서: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신빠사)’ 역시 내용 일부가 허위·왜곡보도인 것으로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났다.

대법원은 “정정보도 1건 반론보도 8건을 하고 손해배상 800만원을 신천지에 지급하라”는 신천지 일부 승소를 판결한 2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CBS 노컷뉴스는 이에 따른 ‘정정‧반론 보도문’을 모두가 잠든 새벽 3시에 내보내는 등의 행태를 보여 ‘왜곡보도 피해자와 시청자를 우롱한 날치기’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기독언론 만든 이단프레임으로 혐오심화”

문제는 정정보도가 이뤄지더라도 진실마냥 퍼져나간 ‘잘못된 사실’은 다시 바로 잡기 힘들다는 것이다.

신천지 관계자는 “기성교단에 의해 반복적으로 제기된 수많은 고소·고발에도 불구하고 사법당국은 ‘신천지가 가정을 파괴한다’는 어떠한 주장에도 손을 들어준 적이 없다”며 “‘신천지가 가정을 파괴한다’는 주장은 기성교단이 그 교인들을 신천지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만들어낸 전형적인 허위 ‘이단·사이비 프레임’일 뿐”이라고 호소했다.

현재의 신천지에 대한 혐오 분위기는 개신교의 후원으로 재정을 유지하는 CBS와 국민일보 등 주요 기독교 매체가 만들어 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기총 등 기성교단의 후원금을 더 많이 얻어 자신들의 재정을 확보할 기회로 삼기 위해, 기성교단은 급성장하는 신천지를 없애기 위해 사실상 이단프레임을 악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언론의 자유’가 있지만 국민에게 선입관을 갖게 하거나 사실을 왜곡해 보도하는 행태는 언론의 순기능이나 본래 역할이 아니다”라며 “(언론은) 객관적 사실을 마치 특정 종교의 문제 때문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신천지 측은 일부 목회자들이 이단프레임을 악용해 강제개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신천지는 “이단프레임을 통해 이단상담소 목사들은 신천지에 대한 공포감을 극대화시키고 ‘신천지에서 빼주겠다’며 1인당 수백만~수천만 원의 사례금을 받고 강제개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기성교단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또 이단상담소 목사들의 사업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의 국민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