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롱크스동물원=AP/뉴시스]미국 뉴욕시 브롱크스 동물원에서 45년을 지내온 코끼리 해피의 노후를 두고 그를 요양원에 보내야 한다는 동물권리단체가 제기한 소송이 지난 14일 뉴욕고등법원에서 기각됐다. 사진은 2018년 10월2일 브롱크스 동물원 아시아구역에서 촬영한 해피.
[브롱크스동물원=AP/뉴시스]미국 뉴욕시 브롱크스 동물원에서 45년을 지내온 코끼리 해피의 노후를 두고 그를 요양원에 보내야 한다는 동물권리단체가 제기한 소송이 지난 14일 뉴욕고등법원에서 기각됐다. 사진은 2018년 10월2일 브롱크스 동물원 아시아구역에서 촬영한 해피.

미 뉴욕 고등법원 동물보호단체 소송 기각
동물 노년 문제 법원이 진지하게 심리한 건
동물은 물론 사람에게도 "뭉클한" 승소 판결

지난 14일 미국 뉴욕 고등법원은 한 동물보호단체가 브롱크스 동물원이 코끼리를 감금하고 있다며 제기한 소송을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2차 세계대전 당시 코끼리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고 수십년 동안 코끼리 등 동물에 대한 글을 써온 언론인 비키 콘스탄틴 크로크가 2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재판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글을 기고했다.

별명이 '코끼리 빌'인 제임스 하워드 윌리엄스가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미얀마 정글에서 티크 나무 벌목을 하면서 경험한 코끼리에 대한 놀라운 얘기를 밝힌 적이 있다. 한 암컷 코끼리가 갑자기 눈이 멀었다. 마음이 아파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코끼리 관리자 여럿에게 탐문한 끝에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새끼 코끼리가 눈먼 엄마 코끼리의 안내자가 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엄마 코끼리가 새끼 코끼리 등에 코를 얹고 있으며 새끼 코끼리가 안전하게 안내한다는 것이다. 윌리엄은 이 말을 해준 사람을 안내원으로 고용했다.

코끼리는 도구를 사용하며 희노애락을 느낀다. 유머 감각이 있으며 공감 능력도 있고 용기를 발휘한다. 협동할 줄도 안다. 무리중 병들거나 부상한 코끼리를 부축도 한다. 사람은 들을 수 없는 저주파 소리를 내 멀리서 의사소통도 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영리하고 사회적 동물인 코끼리가 갇힌 채로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을까? 특히 함께 지내는 동물들이 없는 상태라면?
 
지난주 뉴욕 고등법원이 브롱크스 동물원을 상대로 동물보호단체가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동물원측이 50살(코끼리는 야생에서 70살까지 산다)먹은 암코끼리 해피를 감금 상태에 두고 있다며 제기한 소송이다. 이 단체는 동물원에서 45년을 지내온 해피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더 이상 구경거리로 방치되지 않고 요양원에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원에는 해피 말고도 코끼리가 한 마리 더 있지만 둘이 사이가 나빠 울타리로 격리돼 있다. 브롱크스 동물원은 다른 코끼리를 들여올 계획이 없고 미국의 주요 동물원도 새롭게 동물을 들이지 않는 경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동물이 나이가 들어 외로워지면 늙은 동물들이 함께 지내는 요양원을 만들어야 할까?

판결은 5대3의 다수의견에 따라 소송을 기각했다. 동물단체의 소송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해피는 야생으로 돌아가거나 뉴욕 거리에 방목될 수 없다. 결국 요양원으로 가야 한다. 해피가 그걸 좋아할까? 아니면 친숙한 동물원 사람들과 노년을 보내는 것을 더 좋아할까? 아니면 요양원에서 다른 코끼리들과 새로 사귀는 걸 좋아할끼? 해피는 자기 의사를 우리에게 밝힐 수 없고 법원도 만족할 만한 답을 낼 수가 없다.

판결의 요지는 코끼리가 지능이 높고 자아의식과 공감능력이 있다는 건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요양원이 해피를 더 행복하게 만들 것인지 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물원 수석 수의사는 해피를 이동할 경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 "장기적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수의견은 해피가 감금된 것은 공정하지 않으며 "감금된 채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된 하루하루 해피의 건강이 나빠질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법원이 해피에게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를 두고 진지하게 논의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하다. 이처럼 진지한 논의가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해피에게 승리이며 우리 사람에게도 승리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동물 보호에 더 큰 관심을 가진다는 신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해피의 판결에 대해 만족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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