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16일 지난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데 대해 1년 9개월 만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날 국방부는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피살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함으로써 국민께 혼선을 드렸으며, 보안관계상 모든 것을 공개하지 못함으로 인해 보다 많은 사실을 알려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최소한의 진실을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정권이 바뀌자마자 기존 입장이 번복된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이런 국방부의 발표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국민은 더 헷갈린다.

인천해양경찰서와 국방부는 이날 ‘서해 피격 공무원 수사결과 발표’ 언론 브리핑에서 2020년 9월 당시 서해 해역에서 실종돼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에 대해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국방부 등 당국은 피살 공무원의 ‘월북’에 방점을 찍었다. 심지어 개인의 사생활까지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당시 국민은 당국의 공식 발표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피살 공무원 유가족들이 당시 문재인 정부에 강하게 항의하며 재수사를 비롯한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등 논란은 그치질 않았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이제는 군 당국의 입장마저 바뀐 셈이다.

당시 북한은 사건 다음날 대남통지문을 통해 “10여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다.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으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의 발표를 뒷받침 할 증거는 부족했으며, 심지어 탈북 논란에 대한 증거도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국내 언론에는 피살 공무원의 언행, 사생활 등이 덧칠되면서 ‘월북’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강했다. 당시 국방부 등 당국의 공식 발표를 믿었던 국민은 이제 더 이상 할 말도 없다.

뒤늦게라도 피살 공무원의 월북 발표가 근거 없던 것으로 드러난 것은 한편 다행이다. 자칫 피살 공무원은 물론 유가족들의 가슴에 큰 한을 남길 뻔했다. 하지만 피살 공무원을 월북으로 몰았던 인사들에 대한 책임, 그리고 정권이 바뀌자 국방부의 입장마저 뒤바뀌는 행태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는 더 큰 과제로 남았다. 그럼에도 별 일 아니라는 식으로 이번에도 대충 넘길 수는 없다. 피살 공무원과 그 가족들에 대한 명예회복을 비롯해 무책임하게 ‘월북’ 운운했던 당시 관계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도 함께 물어야 할 것이다. 사실상 지금부터가 진실규명의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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