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교회 산하 자치 교회인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최근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평의회에서 총대주교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다. 사진은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가 지난 4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에서 정교회 부활절을 경축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러시아 정교회 산하 자치 교회인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최근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평의회에서 총대주교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다. 사진은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가 지난 4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에서 정교회 부활절을 경축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평의회서 “완전한 독립” 선언

동방정교회 내부 분열 잇달아

키릴 총대주교 전쟁 두둔 발언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러시아 정교회 산하 자치 교회인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 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총대주교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최근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평의회에서 “우크라이나에 계엄령이 선포된 후 러시아 지도부와의 관계는 사실상 끊긴 상태였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앞서 로마가톨릭‧개신교와 함께 기독교 3대 분파 중 하나인 동방정교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키릴 총대주교의 ‘전쟁 두둔’ 발언으로 인해 내홍을 겪어왔다. 키릴 총대주교는 우크라이나를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도덕적‧종교적으로 뒷받침해왔다. 그는 이번 전쟁을 “서구의 재앙으로부터 러시아를 보호하는 성스러운 투쟁”으로 묘사하는가 하면 “러시아가 적그리스도와 싸우는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동방정교회 내에서는 키릴 총대주교와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배척하느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전 세계 동방정교회 곳곳에서는 러시아 총대주교와의 관계 단절 선언도 잇달았다.

대표적으로 동방정교회 바르톨로메오 1세 총대주교는 “정교회는 전쟁‧폭력‧테러리즘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키릴 총대주교는) 정교회 전체의 위신을 깎아 먹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던 중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에 충성을 맹세해온 우크라이나 정교회까지 이날 “완전한 자치와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이어 “전쟁은 ‘살인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계명을 위반한 것”이라며 “전쟁에서 고통받는 모든 사람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키릴 총대주교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키릴 총대주교는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인을 위한 적절한 말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동방정교회는 사도의 전통 곧 ‘올바른 가르침‧믿음‧예배’를 중요시한다. 11세기 동서 교회 대분열 이후 가톨릭‧개신교 등 서방교회가 종교개혁으로 많은 변화를 겪자 자신들은 변하지 않는 ‘정통성’을 지키고 있다는 뜻에서 ‘정교회’라 한다. 정교회의 중심인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이 위치상 서방교회의 동편에 있다고 해서 ‘동방정교회’란 이름이 붙여졌다.

전 세계 동방정교회 교인은 약 1억 1000만명에 달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특히 동방정교회가 주류인 지역으로, 지난 1월 기준 러시아 인구 1억 4550만명 중 41.4%가 러시아 정교회 교인이다. 우크라이나는 4116만 인구 중 82%가 기독교 교인이고 이 중 72.7%가 정교회를 따른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또 러시아 계열인 모스크바 총대주교청 산하 교회와 우크라이나 계열 교회로 양분돼 있다. 58.3%는 키이우를, 25.4%는 모스크바를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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