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5월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러시아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하고 있다. 이날 날씨가 춥지 않았음에도 푸틴 대통령이 두꺼운 모직 담요를 무릎에 두르고 있어 건강이상설이 다시 제기됐다. (출처: 크렘린궁 트위터 캡처)
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5월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러시아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하고 있다. 이날 날씨가 춥지 않았음에도 푸틴 대통령이 두꺼운 모직 담요를 무릎에 두르고 있어 건강이상설이 다시 제기됐다. (출처: 크렘린궁 트위터 캡처)

우크라 정보당국·외신 등 제기

“러시아 내 쿠데타 진행 중”

푸틴 혈액암 등 건강 루머 증폭

FSB “소문 믿지 말라” 지침 내려

[천지일보=이솜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건강 이상설과 함께 러시아 내 쿠데타설이 증폭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 국장은 푸틴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기 위한 쿠데타가 이미 러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믿으며, 전쟁이 연말까지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장은 이날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패배에 대해 ‘낙관적’이라며 이번 패배로 푸틴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날 것임을 시사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전쟁이) 결국 러시아의 지도력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 과정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쿠데타가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 그들은 움직이고 있고 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고든 B. 데이비스 주니어 전 나토 국방투자부 사무차장은 스카이뉴스와의 또 다른 인터뷰에서 “가까운 미래에 쿠데타를 볼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가능성의 신뢰성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어렵다”며 “나는 지금 그 소문에 많은 신빙성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로 전투를 옮겼음에도 군사 전략은 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8월 하반기가 전쟁의 전환점”이라며 “대부분의 전투 활동은 올해 말까지 끝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포함한 우리가 잃은 영토에서 우크라이나의 힘을 새롭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르키우=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한 노인이 방공호로 사용 중인 지하철역 안을 걸어가고 있다.
[하르키우=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한 노인이 방공호로 사용 중인 지하철역 안을 걸어가고 있다.

◆英 스파이 “소식통들 푸틴 아프다 해”

또 부다노우 국장은 푸틴 대통령의 심신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며 몸이 매우 아픈 상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건강이상설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후 더 거세지는 양상이다.

이날 미 뉴라인즈 잡지는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익명의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가 지난 3월 중순 미국 벤처 투자자와 통화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혈액암에 걸려 매우 아프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가 입수한 녹취록에서 이 올리가르히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푸틴 대통령이 암과 연계된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러시아 밖에 있는 에너지 재벌로 러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사업가 200명 중 한 명이다. 11분짜리 녹취록에서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맹렬히 비난하고 1만 5천명 이상의 러시아군이 숨진 데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푸틴이 러시아의 경제, 우크라이나의 경제, 그리고 다른 많은 경제들을 완전히 망쳤다”며 “문제는 그의 머리에 있다. 한 명의 미친놈이 세상을 뒤집어 놓을 수 있다”고 비난했다. 또 “러시아를 더 이상의 불행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우리 모두는 푸틴이 암이나 쿠데타와 같은 것들로 사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런던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의 절뚝거림과 부은 얼굴을 여러 차례 목격됐다며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고 있음을 암시한다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지난주 전승절 열병식에서도 날씨가 춥지 않음에도 푸틴 대통령이 두꺼운 양털 담요를 무릎에 두르고 앉아 있자 건강이상설 루머는 더욱 커졌다. 런던타임스는 또 푸틴 대통령이 종양 학자나 암 전문의 등 거의 모든 곳에 의사 3명이 동행하고 있으며 시베리아에서 배운 대체 치료법으로 어린 순록의 녹용을 먹고 있다고 폭로한 러시아 독립지 프로예트의 보도를 인용했다.

뉴라인즈는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본부가 “푸틴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 추측하거나 불치병에 대한 소문을 신뢰하지 말라”는 내용의 ‘최고 기밀 메모’를 모든 지역 책임자들에게 보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지시는 대부분의 FSB 관리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아프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역효과를 냈다고 보도했다.

15일 한 전직 영국 스파이는 소식통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심각하게 아프다”고 들었다고 스카이뉴스에 전했다. 영국 비밀정보국 MI6에서 정보 장교로 근무하며 러시아 문제를 다뤘던 크리스토퍼 스틸은 “러시아와 다른 곳 소식통들로부터 들은 바로는 푸틴이 실제로 상당히 심각하게 질병을 앓고 있다”며 “이 병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틸은 비록 푸틴 대통령이 아프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그의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일반적으로 푸틴 대통령과 맞서거나 논쟁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러시아에 반체제적인 목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들이 어떤 종류의 정책 변화, 혹은 적절한 시기에 정권의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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