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제77주년(전승절) 열병식이 끝난 후 열린 '불멸의 연대' 행진에 2차 대전에 참전했던 선친 '스피리도노비치 푸틴'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제77주년(전승절) 열병식이 끝난 후 열린 '불멸의 연대' 행진에 2차 대전에 참전했던 선친 '스피리도노비치 푸틴'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러시아 2차대전 승전 기념일

중대 발표 없이 침공 정당화

“강제적·시기적절한 결정”

美 우크라 무기대여법 서명

“러군, 우크라 공세 진전 없어”

[천지일보=이솜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자랑할 만한 주요 성과 없이 자국 최대의 애국 기념일을 기념했다. 크렘린 군대가 공세에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전쟁은 11주를 맞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퍼레이드에 참석했다.

최근 몇 주 동안 서방 분석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의 어떤 승리를 선전하거나 격상을 선언하기 위해 이 기념일을 이용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와 관련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대신 푸틴 대통령은 전쟁이 필수 불가결했음을 자세히 설명하며 정당화하려고 노력했다. 이날 연설에서 그는 “위험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러시아는 침략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강제적이었으며, 시기적절하고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남부 마리우폴 전투를 거론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라는 단어조차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 전쟁을 나치즘과의 싸움으로 묘사했고 히틀러에 대한 승리와 연결시키려 했다. 그는 “세계에서 전쟁의 공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것을 함으로써 2차 대전에 참전했던 용사들을 기릴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대애국전쟁’으로 부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에서는 2700만명이 희생됐다.

결국 그는 전쟁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어떻게 전쟁을 수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신호도 주지 않았다. 세인트앤드루스대 전략학과 교수인 필립스 오브라이언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새로운 공격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 없이는 러시아는 장기간 전쟁을 치를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군의 실패를 알리는 시계가 똑딱거리기 시작했다”고 올렸다.

[도네츠크=AP/뉴시스]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한 병원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부상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치료를 받고 있다.
[도네츠크=AP/뉴시스]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한 병원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부상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치료를 받고 있다.

◆美 81년 만에 무기대여법 발동

푸틴 대통령이 이날 열병식에서 헌화할 때 우크라이나 수도에서는 공습 사이렌이 다시 울려 퍼졌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미사일 공격으로 남부 오데사 항구의 건물들이 파괴되고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의 제철소에서 버티고 있는 마지막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하기 위해 다시 밀어붙이는 등 전투를 계속했다. 히르키우 북서쪽 보고두코프 마을에서는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4명이 숨지고 가옥 여러채가 파괴됐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승리의 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결국 러시아를 이길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곧 우크라이나에 두 번째 승리의 날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자유를 위해,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싸우고 있고 따라서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더 신속하게 하기 위해 ‘무기대여법’에 서명했다. 무기대여법은 지난 1941년 나치 독일에 저항하는 영국 등 동맹국을 돕고자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 대통령이 주도했던 법안으로 영국 윈스턴 처칠의 요청에 따라 만들어졌다. 이 법안은 당시 연합군이 나치 독일을 패퇴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정부가 무기대여법은 발동한 것은 2차대전 이후 81년 만이다. 이 법안이 제정됨에 따라 미국은 러시아 침공 기간 우크라이나와 다른 동유럽 국가들과의 협정을 가속화하고 우크라이나에 장비와 기타 물자를 더 빨리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또 민주당 의원들은 대규모 신무기 패키지를 포함한 40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에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고위 관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97개 대대 규모의 전술팀을 두고 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각 부대에는 병력이 1000명 정도 있다. 이 관리는 전반적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러시아군은 최근 며칠 동안 이렇다 할 진전을 이루지 못했으며 우크라이나 군대의 강력한 저항에 계속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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