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영화 ‘도가니’로 장애인 대상 성폭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장애인에게 일반인과 같은 법의 잣대를 적용하는 사법부의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장애 때문에 법적인 행동능력이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장애인에게는 ‘도가니’와 같은 성폭력에 대한 위협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법원은 2년 전 수원지법이 20대 지적장애인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60대 남성은 A씨를 수양딸로 삼고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은 물론 폭행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결국 탈출을 감행했고, 선천적으로 지적장애를 갖고 있었던 그는 정신적인 충격이 더해져 양아버지가 성관계를 요구할 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진술을 했다.

이에 수원지법은 A씨가 길들여지고 학습된 부분을 놓고 법이 과도하게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화간’이라고 판결했다.

서울남부지법의 사례에서는 역시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 B씨가 법정에서 흥분한 상태에서 욕설을 퍼붓는 등 공격적인 언사 때문에 가해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B씨 측은 항소했고, 2심 재판에서는 판결이 뒤바뀌었다. 서면으로 재판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다시 가해자가 항소하자 대법원은 원심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B씨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공판 중심주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B씨가 법정에 출석한 후에야 가해자는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확정 받았다.

이 같은 사례들로 장애인들의 법적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장애여성공감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에 접수한 994건의 장애인 상담건수 중 수사·법적지원 상담을 요청한 사례가 407건이나 된다.

이에 따라 인권단체는 장애인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사법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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