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대선 결선투표 승리가 확정된 후 파리 에펠탑 앞 샹드마르스 광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마크롱은 20년만에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됐다.
[파리=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대선 결선투표 승리가 확정된 후 파리 에펠탑 앞 샹드마르스 광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마크롱은 20년만에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됐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를 누르고 프랑스 대통령 연임에 성공했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의 예측에 따르면 중도 성향의 마크롱 대통령은 58.8%의 득표율을 얻었고 르펜 후보는 41.2%를 얻었다.

44세의 마크롱 대통령은 2002년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이 르펜 후보의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을 64%로 압승한 이후 프랑스 대통령으로는 20년 만에 연임을 확정지었다.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는 지난달 10일 1차 경선에 출마한 12명의 후보 중 각각 1, 2위를 차지한 후 결선에 진출했다.

프랑스인들은 일반적으로 그들의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데, 마크롱 대통령이 5년 더 집권하게 된 것은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 경제 개선, 정치적 스펙트럼 중심을 차지하는 정치적 민첩성을 반영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현재 1차 투표에서 경쟁자들에게 투표한 수백만명의 프랑스인들을 결속시켜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당시 득표율 50% 이상이 극우, 극좌 후보들에게 돌아갔다.

르펜 후보는 세 번째 대통령 도전에서 패배를 인정하면서 마크롱이 ‘잔혹하고 폭력적인 방법’을 쓴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오늘 저녁 프랑스 국민들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강력한 대항력을 보여줬다”며 6월 총선에서 다수의 대표들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싸울 것임을 선언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유럽의 중요한 순간에 프랑스 시민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연합(EU), 미국, 어떤 프랑스 시민도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차별돼서는 안 된다는 근본적인 가치에 적대적인 후보자를 거부했다.

극우 후보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은 1944년 이후 어느 때보다도 가까웠다. 르펜 후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동조자다. 2017년 마지막 유세 때 그는 러시아 크렘린궁을 방문했다. NYT는 르펜 후보가 당선됐다면 푸틴 대통령에게 유럽에서 이용할 수 있는 돌파구를 제공하며 EU를 약화시키는 정책을 확실히 추구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일부 유럽 국가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연임에 안심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번 대선을 두고 “유럽에 대한 신뢰의 투표”라고 선언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프랑스는 우리의 가장 가깝고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라며 마크롱 대통령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숄츠 총리와 다른 두 명의 유럽 지도자들은 일간지 르몽드의 기고를 통해 르펜 후보에 반대하는 투표의 중요성을 분명히 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파리=AP/뉴시스] 마린 르펜 프랑스 대선 후보가 24일(현지시간) 결선 투표 조기 결과가 나온 후 지지자들에게 감사 연설을 하며 인사하고 있다. 이날 치러진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이 승리하며 연임에 성공했다.
[파리=AP/뉴시스] 마린 르펜 프랑스 대선 후보가 24일(현지시간) 결선 투표 조기 결과가 나온 후 지지자들에게 감사 연설을 하며 인사하고 있다. 이날 치러진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이 승리하며 연임에 성공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2기는 그의 정당인 앙마르슈(LREM, 전진하는 공화국)와 그 동맹이 누렸던 압도적인 다수를 확보하기가 훨씬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강압적인 접근은 이번 임기에는 효과가 없다는 평이 나오며 마크롱 대통령도 정치적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 당 밖의 장관들을 선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깊은 분열 속 당선된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밤 샹드마르 광장을 찾아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여러분들이 나의 사상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극우의 사상을 막기 위해 나에게 투표했다는 것을 안다”며 “이제는 한 진영의 후보가 아니라 만인의 대통령으로서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최대 의제는 프랑스의 복잡한 연금 제도를 합리화하고 정년을 62세에서 65세로 높이겠다는 정책이다. 르펜 후보와 다른 반대자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사람들을 더 오래 일하도록 밀어붙이는 것은 훨씬 일찍 일을 시작한 프랑스 서민들에게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해왔다.

6월 총선은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 모두에게 시험대가 될 것이다. 2017년에는 마크롱 대통령의 당시 신생 정당 후보들은 과반수를 확보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르펜의 당인 RN은 지난 총선에서 소수의 의석만을 확보했는데, 전국 투표에서는 더 많은 주류 유권자들이 단일 기성 후보들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는 지난 1차 투표에서 22%를 득표해 3위를 차지한 극좌 성향 장 뤽 멜랑숑의 불복하는프랑스(LFI)와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된다. 대선에서 부진했던 기성 정당들도 전국을 돌며 후보를 낼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