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용차량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이동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용차량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이동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러, 마리우폴 제철소 공습 재개

공세 집중 돈바스 사망자 속출

부활절 앞 우크라 전역 통금령

美 국무·국방 키이우서 만나

우크라 지원할 무기 등 논의

러 신형 ICBM 사탄2 실전 배치

[천지일보=이솜 기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승리를 주장한 며칠 후인 23일(현지시간) 이 도시에 있는 거대한 제철소에 숨어있던 마지막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군의 마리우폴 포위를 뚫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미국 최고위 외교관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24일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에 맞서 싸우기 위해 필요한 무기의 종류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가 (더 많은 무기를) 보유하는 즉시 일시적으로 점령된 지역들을 탈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제철소 피신 아이들 “햇볕 쬐고파”

정교회 부활절 전날 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의 도시와 마을을 폭격했다.

러시아가 흑해 항구도시 오데사에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생후 3개월 된 아기를 포함해 8명이 사망했다고 당국은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8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은 이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 됐을 때 시작됐다”며 “그들은 개자식일 뿐이다. 더 할 말도 없다. 그냥 개자식들이다”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집무실 보좌관은 러시아군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이틀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이 제철소에 군대를 보내지 말고 봉쇄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군이 도시의 나머지를 점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마리우폴 내 제철소에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운명은 알려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제철소 내에 병력 약 2천명과 민간인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군부대는 지난 17일 여성과 어린이 20여명이 제철소 지하에 숨어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한 어린 소녀는 “나와 내 친척들은 2월 27일 집을 떠난 이후로 하늘도, 햇빛도 본 적이 없다”며 햇볕을 쬐고 싶다고 호소했다.

러시아는 동부 돈바스 지역 내 여러 마을을 장악했으며 대포 창고 3곳을 포함해 밤 사이 군사 건물 목표물 11곳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하르키우의 주택가에서도 폭격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하르키우에서 3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영국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새로운 영역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으나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부활절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통금령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돈바스 루한스크의 세리이 하이다이 주지사는 정교회 부활절 휴일에도 전투가 계속됐으며 고르스코이 마을이 폭격을 당해 6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통 우리는 부활절 바구니를 들고 교회에 오곤 했다”며 “그러나 이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루한스크 지역 7개 교회가 러시아군의 포격에 훼손됐다”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건물 지하로 대피한 주민들. (출처: 뉴시스)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건물 지하로 대피한 주민들. (출처: 뉴시스)

◆러 ‘사탄의 무기’ 올 가을 실전배치

한편 러시아 당국은 최근 시험 발사에 성공한 러시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탄2(나토명, 러시아명 사르맛)을 오늘 가을까지 실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사탄2를 개발한 연방우주공사 사장 드미트리 로고진은 이날 국영방송 러시아24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로고진 사장은 사탄2로 무장한 첫 군부대가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3000㎞ 떨어진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에 위치한 시베리아 마을 우즈르에 주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늦어도 올 가을까지는 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앞서 사탄2를 “세계에서 가장 긴 목표물 파괴 범위를 가진 강력한 미사일”이라고 불렀고, 푸틴 대통령은 “모든 현대식 대미사일 방어 수단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20일 사탄2 시험 발사에 성공한 이후 로고진 사장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만약 사탄2가 사용된다면 당신들 중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22일 러시아 국영TV 로시야1의 한 프로그램에서는 진행자와 출연자들이 사탄2을 이용한 공격으로 어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하는 지 설명하는 중에 “뉴욕과 같은 도시들이 사라질 것”이라며 구체적인 대상을 지목하기도 했다.

이에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MSNBC에 “미국 언론의 저명 앵커들이 러시아 도시들을 핵무기로 파괴한다고 생각하며 웃는 장면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핵보유국의 무책임하면서도 무모한 언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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