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도은 기자] 지병근 조선대 교수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평가와 정치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4.19
[천지일보=김도은 기자] 지병근 조선대 교수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평가와 정치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4.19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尹, ‘국정수행’ 기대치 역대 최저

“지선도 균형 원리… 국힘 유리”

“주민자치, 정치학자 최근 주목”

美미주리대 거쳐 조선대서 12년

“지방 현실 답답… 타개책 중요”

“정치가 엘리트만의 공간 변질”

“정치인 배출할 제도도 마련돼야”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눈물과 환호가 교차됐던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3월 9일)가 막을 내린지 한달여가 됐다. 여느 대선에서 볼 수 없었던 0,73% 박빙의 차였지만 일단은 윤석열 후보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윤 후보가 당선이 된지 겨우 한달여가 넘었고 아직 취임조차 하지 않았지만, 마치 ‘집권 4년차에 접어든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거의 모든 언론의 지지가 없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당선되자마자 청와대 집무실 졸속 이전 논란으로 파장을 일으켰고, 아울러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인수 과정은 마치 점령군과 같은 행세라 볼썽사납다는 게 중론이다. 총리 후보나 내각 인선 등 정부조직개편도 부정적인 평가가 훨씬 많다.

물론 새 정부의 출범이라 잘하기를 바라는 등의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국정수행 등에 대한 기대치가 역대 최저로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팽배한 분위기다.

새 정부가 긴장해야 할 대목임이 분명하지만, 윤 당선인 측은 국민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나아가 취임식 등 컨벤션 효과가 곁들여지면 지지율도 회복할 것이라는 낙관적 태도도 여전하다.

◆“尹 걱정되지만 지선도 이길 듯”

‘윤 당선인이 향후 국정수행을 잘할 것 같으냐’고 물으니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당선인이 갖고 있는 장점이라고 한다면 기성 정치권에 몸담은 시간이 짧아서 노회한 정치를 할 가능성은 없다는 점”이라면서 “문제는 국정 경험이 없는데다가 그간 행보로 미뤄볼 때 어떤 선택을 할지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또 모르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주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답했다.

예측 가능성이 없다는 것과 준비 부족 등이 걱정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오는 6월 지방 선거는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대선 결과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승리 쪽에 방점을 뒀는데, 대선 과정에서 당내 분열을 잘 수습한 점을 근거로 들었고 되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조직적인 역량이 있을까라는 부분에서 아직까지 회의적이라는 게 지 교수의 주장이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될 것이라고도 했다. 지 교수는 “우리 국민들은 현명하다. 의식적이든 그렇지 않든 권력 균형에 대한 고려를 한다”면서 “이번 대선 결과도 세력 균형의 원리가 영향을 미쳤다고 봐진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권자들의 생각은 여전히 지난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에 힘이 기울어져 있다는 판단”이라며 “지방 선거에서도 조금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 힘을 실어 행정부를 견제해야겠다는 것 보다는 국회에 대한 힘의 조정이 유권자들의 우선적인 관심이 될 것 같다는 시각이다.

호남 지역은 민주당의 심장이자 뿌리다. 호남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데 앞장섰고 변화와 혁신, 진보 개혁을 이끌었으며 늘 민주당과 함께했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지 교수는 “지역에서 경쟁 구도가 없으면 나타나는 문제점들이 있다. 다시 말해 지역정치가 곪아간다는 건 견제와 균형이 안 되기 때문”이라면서 “복수의 정당들이 상호 경쟁하는 체제를 갖추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에서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될 수 있는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쪽으로 매몰되면 편향성이 발생하고 논리가 박하게 된다. 논리 정연한 사고를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상대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가진 진영이나 상대와도 교류를 통해 편중된 생각에서 탈피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대의 정치 이벤트인 대선이 끝났지만, 지방 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관심도 역시 다시 커져가는 분위기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6.1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왼쪽),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천지일보 2022.4.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6.1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왼쪽),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천지일보 2022.4.4

◆“삶을 고민하는 학문이 정치학”

“복수의 사람이 존재하면 정치가 나타난다. 정치공동체라는 표현을 쓰는데, 삶의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할 것인가 어떤 제도를 만들어 낼 것이냐를 고민하는 학문이 정치학이라고 생각한다.”

‘정치학이라는 게 무엇인지 얘기해 달라’고 하니, 지 교수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정의하기 어렵다”면서도 이같이 답한 뒤, “최근에는 정치학도 과학화를 시도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정치 활동을 통해 보여지는 패턴(형식)을 찾아내고 그 발견에 기초해서 예측을 하고 예측을 토대로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어떻게 변화를 시킬 것인가에 대해 디자인하는 학문”이라고 곁들였다.

지 교수는 당연한 얘기지만 연구 주제도 사회적 과제와 맞물려 시기마다 늘 바뀐다고 말했다. 특히 현실에 대한 개선방향과 함께 실질적인 변화를 언급했는데, 학문의 영역으로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사회 변화의 방향성이나 계기를 마련해주는 등 실천적인 부분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에서 정치학자들이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는 추세”라며 “기존에는 거대 담론만을 얘기했는데, 지금은 이전에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주제들, 예를 들면 주민 자치 등 풀뿌리 민주주의와 관련해 고민하는 학자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사회 개혁의 방향성을 선도하는 정치학자의 역할은 물론, 정치학이 늘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정치학에 대한 접근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학에 입문한 학생들에 대한 당부일 수도 있겠다.

지 교수에 따르면 정치학은 크게 비교정치, 국제정치, 정치사상 등 3가지로 분류된다. 비교정치는 국내정치, 국제정치는 국가 간의 관계를 다루고, 정치사상은 정치철학 또는 정치이론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규범적 차원에서 공동체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등을 핵심 내용으로 탐구한다.

그는 어느 영역에서나 그렇지만 정치학에서도 각 시기마다 파고드는 분야가 있다고 했다. 예를 들면 1980년대에는 코프라티즘(조합주의), 즉 정부와 자본, 그리고 노동자 측이 협의체를 구성해서 임금인상 수준을 비롯해 경제 부문에서 중요한 쟁점을 합의를 통해 결정하는 체계에 관심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경향성과 이를 억제하는 원인들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치학 연구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며 “모든 것을 연구자가 다룰 수는 없다. 그러나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춰 집중한다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나머지 영역은 논리가 관통돼 접근하기가 수월하다는 말로도 들린다.

대부분의 동년배들처럼 대학시절 사회주의권이 붕괴되면서 ‘사회 변혁’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가 정치학에 뛰어들었다는 지 교수는 한국선거학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한국지방정치학회장을 맡고 있는 등 ‘비교정치’ 분야의 정치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2000년에 유학을 떠나 미국 미주리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고려대 평화연구소를 잠시 거쳐 조선대학교에서 약 12년째 재직하고 있다. 무엇보다 조선대 정치외교학과는 기초 학문이 메말라가는 현실에서도 정치학 발전과 지역에 필요한 유능한 정치적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사명감이 남다르다고 했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조선대학교 장미축제는 취소됐지만 29일 오후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장미원’ 주변에서 핸드폰 촬영을 하는 등 꽃길을 걷고 있다. ⓒ천지일보 2020.5.29
조선대학교. ⓒ천지일보 DB

◆지방대학 위기… “정치인 역할 중요”

지 교수는 말라 죽어가는 지방 대학의 현실을 주목했다. 지역균형 발전이나 교육개혁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새로운 정부가 등장할 때마다 매번 관련 사안이 1순위로 거론되고 있지만 형편은 녹록치가 않다.

실제로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올해도 광주·전남 지역 대학교 대부분이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결과로 나타났다. 더욱이 수도권과 지방 대학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져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정원감축 등 구조조정과 함께 폐교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있고, 이 같은 지방 대학의 위기는 자연스레 지역경제 위축과 일자리 감소로 연결돼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 교수는 “지역균형 발전이나 교육개혁 등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수도권 집중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 같고, 이대로라면 지방 대학은 다 죽어갈 텐데 답답한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대학이 없어지고 직업이 사라지고 청년이 다 떠나가고 노인 세대만 남는다면 어떻게 될까. 농민이 사라진 빈 땅은 어떻게 되나. 이런저런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르지만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방을 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숙제가 됐다.”

지방 문제를 이해할 수 있고 이를 정책화 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이 새 정부에 요구되지만, 지 교수는 “글쎄”라는 의문 부호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는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요소에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그래서 더 정치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 교수는 정치인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하고 때로는 과감한 결단을 할 수 있는 자질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가 일종의 여유 있는 사람들의 취미 활동이 되거나 아주 특출한 자격증을 갖춘 엘리트만의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으로서 최소한 어떤 기준의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라면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정치를 할 수 있는 루트(길)가 마땅히 없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 교수는 ‘어떻게 하면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할 수 있느냐’고 학생들이 질문하면 답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학이 전공인 학생들이 묻는데도 사실상 답변이 어렵다. 이게 정상일까라는 자괴감까지 든다”며 “정치가 아주 특별한 것도 아니다. 학문적으로 정치학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정치에 대한 숙성된 고민을 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이 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지 교수는 여기저기 발로 뛰고 있다. 정치권에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는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려면 시의회나 구의회, 정당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청년 학생들이 정치적 트레이닝(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고 이를 제공하는 제도가 절실하다”며 “이런 차원에서 최근 시의회 인턴제나 구의회 인턴제 등 도입을 검토해 달라고 정치권에 제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김도은 기자] 지병근 조선대 교수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평가와 정치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4.19
[천지일보=김도은 기자] 지병근 조선대 교수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평가와 정치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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