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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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려나가는’ 언론사들이 하나씩 늘어난다. 잘 나가던 일간스포츠.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팔려가고, 118년 된 서울신문이 호반건설에 인수돼 민영화의 길을 걷고, 72년간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운영해오던 매일신문은 지역 유통업체 코리아와이드에 매각됐다.

한편 호반건설은 kbc 광주방송을 내놓았다. 언론사의 지각 변동이 일어난다. 더욱이 국민은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언론은 국민의 생명, 자유, 재산을 지켜주지 않았다.

정부는 ‘K방역 자랑하더니 갑자기 나몰라라 돌변(중앙일보, 4월 6일)’이라고 하는데, 언론은 ‘정치방역’에 나팔수 역할을 했다. 정부가 국민의 재산을 상대적 개념으로 놓을 때도 언론은 국민 편에 서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310만채를 지었지만, 34만채만 실수요자에게 돌아가고, 중국 등 투기꾼들에게 농락당하는데 언론은 조용했다. 언론보도의 중심축은 정치였지, 국민 먹고사는 경제뉴스가 아니었다. 시장 상황은 역할을 분명히 하고, 사회를 분화시키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지만, 정치는 가까이 가봐야 특정인의 신분을 견고하게 할 뿐이다. 정치관계는 권력을 주고, 권력에 충성하는 신분관계를 강화시킬 뿐이다.

코로나19로 국민은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장기적 불안해소를 원했다. 그걸 이용한 정부는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렸다.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장사를 한 것이다. MZ세대는 빚을 내어 아파트를 구매했지만, 이젠 금리가 계속 올라갈 조짐을 보인다. ‘대장동 게이트’ ‘부정선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닐 텐데, 정치뉴스에 탐직한 나머지 언론은 환경감시에 눈을 감았다. 언론은 이념과 코드가 극성을 부리나, 현장의 콘텍스트는 점점 줄어든다. 기자들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경제관계의 콘텍스트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는 기자가 없다. 그 대신 지난 5년간 권력기구만 바라보는 언론이 늘어났다.

반면 ‘디지털 원주민’의 MZ세대는 전 세계를 헤집고 다닌다. 네티즌은 러시아의 우크라 민간인 집단 살해에 ‘학살자는 떠나라… 쫓겨나는 러시아(조선일보, 4월 6일)’라고 한다. 중국 관영매체는 ‘푸틴은 영웅’이라고 사상 교육을 시키지만 그 소리가 세계 네티즌에게 들릴 이유가 없었다.

그게 다 정치선전, 선동에 불과하다. 공산권은 정치 광풍의 신분사회이다. 시장 상황은 보편성을 지니면서 그 넓이를 더해가지만, 정치는 특수성만을 강조한다.

한편 MZ ‘동학개미들’은 세계를 누비며, 주식을 투자하고, 보편성의 논리를 주장하는데 언론사는 여전히 특수성만 강조하고, 국가·민족만의 보편적 서비스로 생각한다. 그 사이 언론인은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 자유, 재산은 보편적 서비스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언론과 국민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니, 신문사 방송국 내부의 곡소리는 점점 높이 들린다.

방송사 간부들은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말은 ‘민주화 선민의식’을 가졌는데, MZ 세대에게 ‘민주화’의 허위의식이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 그들의 인구가 벌써 1500만명으로 인구 30%이다. 정치 뉴스는 그들에 관심도 없는 영역이다. 매일 그 동네 뉴스는 뇌물, 권력 남용으로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공영 방송사는 전혀 반성이 없다. 그들은 정치의 특수성을 이야기하면서 공영방송이라고 한다. 김현석 KBS 통합뉴스룸 국장은 임명 동의 투표를 앞둔 정견발표에서 “취임시 취재윤리 강화를 위한 전문 부서를 만들고, 공영미디어로서의 지역성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탐사보도 부서에 힘을 싣고 포상을 강화해 소위 ‘이슈 파이팅’을 키우겠다”라고 했다(미디어오늘, 3월 30일). 그는 KBS를 ‘한국 저널리즘 최후의 보루’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그의 과거 경력을 보면 방송주간, 전 민노총 KBS본부 위원장을 지낸 인사이다. 그의 임명동의안은 KBS 단체협약에 따라 교섭 대표노동조합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주관했다. 그러나 KBS노동조합은 그 임명동의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편 MBC 박성호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신임 뉴스룸국장은 “공영방송을 공영방송답게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소수자와 약자 목소리를 듣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고 그 기조를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질문이 풍성한 회의 풍토를 만들고 싶다’ ‘취재 과정에 정확함과 투명함을 철저히 촉구해야 한다’”라고 했다(미디어오늘, 3월 30일).

박 국장의 경력을 보면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 파업 당시 MBC기자협회장이었으며, 부당해고 당한 뒤 2017년 복직해 MBC 뉴스데스크 앵커와 워싱턴 특파원 등을 지냈다”라고 한다.

한편 윤석열 당선자는 바빠졌다. ‘당선자 대변인실’과 ‘인수위원회 대변인실’에 퍽 신경을 쓰는 분위기이다. 그는 통의동 인수위 앞 ‘프레스다방’도 찾았다. 공영방송의 정치성향과 한판 붙을 기세다. 윤 당선인은 목이 탄다. 그는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6회 ‘신문의 날’ 축사에서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라며 ‘앞으로 민심을 가장 정확히 읽는 언론 가까이해서 제언도, 쓴소리도 경청하겠다’고 했다(조선일보, 4월 7일).”

당선인이나, 언론인이나 우문의 우답을 하고 있다. 청와대는 정확한 정보를 게시판을 통해서 언제나 공개하면 되고, 언론은 국민의 생명, 자유, 재산 지키기에 앞장서 보도를 하면 된다. 정치와 언론은 너무 멀어도 안 되지만, 지금과 같이 너무 밀착돼 있는 것도 문제이다. 정치인은 정치인다워야 하고, 언론인은 언론인다워야 한다. 이참에 언론인은 정치보도에서 국민의 삶의 현장인 경제보도 중심축으로 옮기는 것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게 독자나 시청자와 함께 하고 봉사하는 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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