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천지일보
교육부. ⓒ천지일보

업무보고에선 통폐합 언급 無

인수위 “조직개편 추후 논의”

각 분야서 찬반 나뉜 목소리

“교육부 규제, 인재양성 막아”

“독립적 중앙부처 역할 필요”

[천지일보=안채린 기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교육부의 해체·통폐합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새 정부 조직개편에 교육계의 관심이 쏠리면서 각 분야에서 존치 여부를 두고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

지난 25일 교육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에 업무보고를 마쳤다. 이날 업무보고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양 이행방안을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교육부 부처 개편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 18일 출범한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에 교육계 인사가 1명도 포함되지 않은 데다가 21일 발표된 인수위 전문·실무위원에도 유·초·중등 현장 교육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은 점을 미뤄 사실상 ‘교육부 통폐합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및 인수위원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제공: 인수위) ⓒ천지일보 2022.3.1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및 인수위원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제공: 인수위) ⓒ천지일보 2022.3.18

◆“대학 자율성 높여야” 통폐합 찬성

윤 당선인은 교육부 조직개편 방향을 직접 제시하지 않았지만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후보 단일화 이전에 과학기술 부총리 신설과 교육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교육부 폐지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안 위원장이 공약에서 과학기술부총리직 신설 등을 제안한 점과 관련해 이명박 전 정부 시절처럼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한 ‘교육과학기술부’ 형태로 부처 개편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 위원장은 지난 19대 대선부터 교육부 폐지를 주장하며 “교육부는 말을 잘 듣는 대학에 돈을 주는 형태로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환경에선 자율성이 말살돼 창의적 인재가 나올 수 없고 창의적 연구개발도 불가능하다”며 “고등교육은 총리실 산하로 옮겨 최소한도로 관리하고 대학에는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힌 적 있다.

다만 이번 인수위의 무게 중심은 교육보다는 과학기술에 좀 더 쏠린 만큼 그 반대 형태가 나올 가능성도 보인다. 지난 23일 안 위원장과 인수위 과학기술교육 분과 위원들은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과학기술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 된 지금, 과학기술 교육 관련 정책이 새 정부 성공에 매우 중요한 핵심 요소라는데 모두 공감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업무보고가 있던 25일 오전 안 인수위원장은 “제가 대선 후보 시절 내건 공약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에서 어떻게 할지는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으며, 인수위 관계자 역시 “교육부 통폐합 논의는 나중에 정부조직 개편 차원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샵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천지일보 2022.3.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샵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천지일보 2022.3.26

◆“대학 자율성 높여야” 통폐합 찬성

교육부 해체·통폐합을 주장하는 측은 교육부가 고등교육(대학) 부분에서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간 교육부의 전반적인 대학 운영 사항에 대한 규제로 대학이 창의적 인재 양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이제는 자율성이 제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었던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을 교육부로 이관하고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실은 폐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K-정책 플랫폼’은 지난 11일 정부 개혁 방안으로 대학을 교육부 산하에서 총리실로 편재하고, 산업경제정책과 과학기술정책을 융합한 과학기술혁신전략부(가칭)가 대학 혁신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도 대학 관련 규제를 풀고 대학의 자율권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업무보고에서 인수위와 교육부는 윤 당선인의 공약에 맞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과 지역균형발전 거점으로서 대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자율성을 보완해 대학의 유연한 교육체제로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대학의 다양한 규제 혁파 ▲커리큘럼 혁신 ▲창업 플랫폼 역할 강화 ▲고등교육 재정 확충 방안 등도 논의됐다. 아울러 인수위원들은 대학이 지역균형발전을 선도할 수 있도록 ▲지자체-대학-기업 등이 함께하는 지방대학 발전 생태계 구축 ▲대학 인프라를 활용한 지역 평생교육 체제 강화 ▲창업 공간 활용 방안 등을 주문했다.

행정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교육 분야의 개편 필요성이 크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정부디자인이슈(2021년 6호)’에 따르면 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진행한 차기 정부의 조직개편 관련 설문 결과, 행정학자들은 차기 정부에서 ‘교육부 개편 필요성’을 가장 높게 꼽았다.

지난해 6월 10~25일 약 2주간 실시된 해당 설문에는 정부조직 개편 및 조직진단 연구 수행 경험이 있거나 인수위원회 등 참여 경험이 있는 53인의 행정학자들이 참여했다.

각 정부 기능별로 개편의 필요성을 7점 만점에서 평가하게 한 결과, 교육이 5.57로 가장 높았으며 응답자 중 13명은 교육 기능의 축소 및 폐지를 주장했다. 12명은 교육의 규제기능을 조정해 민간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21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비상대응특별위원회 제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제공: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천지일보 2022.3.2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21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비상대응특별위원회 제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제공: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천지일보 2022.3.21

◆“초·중등 교육서 교육부 역할 필수”

반면 윤 당선인이 교육부 존치를 포함한 교육 공약과 부서 개편 방향에 구체적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서 각 분야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양대 교원단체는 교육부 존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독립 중앙부처로서의 교육부의 역할과 초·중등 교육에서의 교육부 역할일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교육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측은 23일 인수위에 “교육감 이념에 따른 지역 간 교육 격차, 불평등을 조정·해소하고 안정적인 학생 교육을 위한 교육재정·교원수급·교육과정을 위해서는 독립 중앙부처인 교육부 존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24일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 통합 관련 논의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전교조는 “의무교육인 초·중등 교육에서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교육격차 해소와 공교육 정상화 등 산적한 교육 과제들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교육부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계에서도 교육부와 과학기술부 통폐합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지난 25일 한국조직학회와 한국행정개혁학회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 정부의 정부조직개편과 운영과제’ 세미나에서 조문석, 김은주 한성대 교수는 새 정부 교육부 개편 방안을 소개했다.

조 교수와 김 교수는 발표에서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합과 관련해 “과거 교육과학기술부 사례 연구에 따르면 내부관리 측면에서 조직 융합관리 미흡, 부처통합 목표달성 측면에서 학교 교육 자율화, 과학기술전략 수립 역량, 과학기술정책 일관성 분야 성과가 낮다고 인식된다”며 “부처간 물리적 융합이 화학적 융합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으므로 화학적 융합이 가능한 분야와 부처를 융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학부모들 역시 교육부 폐지나 기능 축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이 지난 1월 5∼14일 전국 교직원 학생 학부모 등 92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65.6%가 교육부 폐지나 기능 축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집단별로 보면 부정 응답률은 학부모에서 69.2%로 가장 높았고 이어 교원이 63.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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