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비난 여론 속에 지난 2020년 신천지 신도 두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진은 신천지예수교회 도마지파 정읍교회가 지난 8일 고(故) 박서인 집사 2주기 추모예배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제공:신천지예수교회) ⓒ천지일보 2022.3.1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비난 여론 속에 지난 2020년 신천지 신도 두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진은 신천지예수교회 도마지파 정읍교회가 지난 8일 고(故) 박서인 집사 2주기 추모예배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제공:신천지예수교회) ⓒ천지일보 2022.3.11

신천지 정읍 신도 사망 2주기

코로나 사태 이후 가정 핍박

지인에 “살려달라” 도움 요청

전문가 “이단 혐오 중단 시급”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020년 3월 8일 A(41, 여)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들어왔다. 전화를 건 건 다름 아닌 절친한 친구의 남편인 C씨였다. C씨는 “아내가 투신했으니 아이들을 돌봐달라”고 말했다.

고(故) 박서인씨는 전북 정읍 수성동의 한 아파트에서 추락해 2020년 3월 9일 오후 10시 36분경 숨을 거뒀다. 당시 박씨를 목격한 주민이 119에 신고했고, 출동한 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저에게 계속 전화해서 ‘나 좀 살려줘라, 이러다 죽을 것 같다’ 그렇게 말했어요….” 지인 A씨에 따르면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소속 신도인 박씨는 가족들의 심한 반대에 부딪혀 남편으로부터 폭행과 통제를 받아왔다. 실제로 박씨의 지인들은 남편 C씨가 ‘물을 부어버리겠다’며 자는 박씨를 협박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거나 박씨의 몸에 항상 멍이 들어 있는 것을 봤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박씨의 남편이 교회에 직접 찾아와 난동을 부린 일도 있었다. 

남편의 통제와 압박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악화했다. C씨는 코로나19 능동감시자로 분류돼 격리됐던 박씨에게 “종교와 가정 중 하나를 택하라”고 압박했다. 박씨는 가정을 택하겠다고 했지만 “교회에 전화를 돌려 종교를 포기했다고 말하라”는 등 남편의 재촉이 시작됐다. 지인들은 박씨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가정을 지키려 노력했지만 결국 심리적 압박감 등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상황 속에 교류가 금지되면서 박씨는 지인들에게 “내가 잘못되면 자녀들을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등 정서적으로도 불안한 상황에 놓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의 지인 D씨는 “C씨는 박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줄은 몰랐다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교회 지인 H씨는 C씨가 “내가 감옥 가더라도 신천지 너희는 다 죽이겠다”는 말을 수시로 했다고 본지에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신천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서 ‘신천지 신도라는 이유로’ 박씨를 포함한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울산에 사는 60대 여신도 J씨도 빌라에서 추락 후 사망했다. 조사 결과, J씨 역시 신천지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박해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신천지에 대한 인식 악화 속에서 인권 보호 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실제로 신천지교회에 따르면 당시 신천지 교인에 대한 해고통보를 비롯한 직장 내 괴롭힘, 가정 핍박, 낙인, 비방 등 교회에 보고된 피해사례는 4천여건이 넘었으며 200여건이 넘는 강제개종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조치는 없었다. 

이에 신천지예수교회 측은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신천지라는 이유만으로 성도들이 죽음에 이르고 있다”며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단지 기성 교단 소속이 아니라는 것이 죽어야 하는 이유가 되나. 저주와 핍박을 이제 멈춰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단’이라는 프레임으로 사회에 혐오를 조장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는 “개인의 종교 활동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못하게 막는 잘못된 행동이 우리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가부장적으로 자기의 믿음 체계, 신앙 체계를 자식이나 가족의 일원에게 강요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에겐 스스로 종교를 선택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권이 있다”면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안 된다. 더욱이 (특정 종교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나빠서 강제개종 또는 폭력이 정당화되고 있는 것도 잘못된 부분”이라고 일침했다.

한편 신천지예수교회 도마지파는 지난 8일 故박서인씨 2주기를 맞아 온라인 추모예배를 진행했다. 이재상 지파장은 “전국의 주요 언론이 사실 검증도 되지 않은 방송을 내보내는 바람에 비극이 생겼고 남은 가족들 역시 희생자”라며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더이상 이단 프레임에 의해 생명을 앗아가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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