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2.22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2.22 (출처: 연합뉴스)

“교민 보호 등에 만전 기할 것”

“사태 장기화, 韓경제 큰 영향”

푸틴 ‘우크라 동부 독립’ 승인에

미‧EU 규탄… “전쟁 포문 연 것”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NSC는 국가의 외교·안보와 관련된 최고의결기구로,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지만 직접 회의를 주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달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을 때에 더해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인데, 그만큼 현재 우크라이나 위기가 긴박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文대통령, NSC 회의 긴급주재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NSC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우크라이나 사태 대책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무력충돌 상황으로 악화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각국은 우크라이나 문제가 조속히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서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도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이러한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할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그는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초기부터 범정부적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재외국민 보호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면서 “사태가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지시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 보호와 철수에 만전을 기하고, 관련국들과도 긴밀하게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2022년도 국가안전보장회의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2.22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2022년도 국가안전보장회의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2.22 (출처: 뉴시스)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도 열려

이날 회의에서는 경제부처 관계자들도 참석한 가운데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도 함께 열렸다. 당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소집했지만, 이후 상황의 심각성에 따라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NSC와의 통합회의로 변경됐다.

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 정치·경제적으로 미칠 큰 파장에 주목했다. 그는 “우리나라와의 경제관계는 크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되고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취하면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에너지와 원자재 등 공급망 차질과 세계 금융시장 불확실 등이 우리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리 경제가 불의의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으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 달라”고 덧붙였다.

회의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44분간 진행됐다. 정부 측에서 홍 부총리,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고승범 금융위원장,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최종문 외교부 제2차관, 박선원 국가정보원 제1차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호승 정책실장, 박원주 경제수석, 서주석 안보실 1차장, 김형진 안보실 2차장, 남영숙 경제보좌관 등이 함께 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 지역인 돈바스 지역(도네츠크, 루한스크)의 독립을 인정하는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들 지역에 러시아 군대를 파견해 러시아 정부가 '평화유지 활동'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 지역인 돈바스 지역(도네츠크, 루한스크)의 독립을 인정하는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들 지역에 러시아 군대를 파견해 러시아 정부가 '평화유지 활동'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러 대립 격화… 우크라 전쟁 우려

우리 정부의 발빠른 대응은 문 대통령이 앞서 언급했듯이 우크라이나 현지에서의 무력충돌 분위기가 고조되는 등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서방 진영과 러시아 간 대립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세력이 내세운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이곳에 러시아군을 파견해 평화유지군 임무를 수행하라고 자국 국방부에 지시했다는 소식까지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그러자 미국은 신속하게 대러시아 제재에 나선 데 이어 유럽연합(EU)도 러시아의 행동을 국제법 위반이자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대규모 군사작전의 포문을 여는 것이라고 규탄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전쟁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역시 러시아가 반군을 포함해 16만 9천명~19만명을 우크라이나 국경을 따라 집결시키는 등 수일 내 침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우크라이나 체류 우리 국민은 68명으로 파악됐다. 선교사 14명, 유학생 5명, 영주권자와 자영업자 등이 49명이다.

이 가운데 40명 가량이 추가로 출국할 예정이어서 체류 교민은 30여명만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는 잔류 의사를 밝힌 약 30명이 입장을 바꿔 리비우 등 안전 지역으로 옮기거나 조기 출국할 것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이 대형 박격포 포탄에 맞은 건물 앞에 서서 포격이 날라 온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출처: 뉴시스)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이 대형 박격포 포탄에 맞은 건물 앞에 서서 포격이 날라 온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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