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다트머스 히치콕 메디컬 센터에서 간호사 사라 니스트롬이 중환자실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다트머스 히치콕 메디컬 센터에서 간호사 사라 니스트롬이 중환자실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세계 오미크론 확산에 혼란

증상 가벼워도 역대급 전염

미국 일일 확진자 113만명

인력난 병원, 확진자도 근무

이스라엘, 집에서 검사 전환

中·印 등 곳곳서 규제 강화

[천지일보=이솜 기자] “우리는 아직 코로나19와 함께 살 수 있다고 말할 입장이 아닙니다.”

마이클 고브 영국 주택장관이 10일(현지시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작년 7월 코로나19 ‘자유의 날’을 선포하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나선 영국은 약 5개월 만에 이를 번복했다.

작년 11월 남아공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한 이후 전 세계에서 무서운 속도로 퍼졌다. 증상은 가볍지만 다른 변이들보다 전염성이 훨씬 크다는 새로운 특징을 가진 오미크론은 이전과 다른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에서는 필수 근로자들까지 전염돼 일부 기본 서비스 제공이 안 되고 심지어는 확진된 의료진이 병원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코로나19 검사 수요 폭증에 대응해 자가진단 제도를 도입했으며 멕시코에서는 항공기 승무원들의 감염으로 무더기 결항사태가 이어졌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약국에서 월트 앱의 배달 기사가 10일(현지시간) 코로나19 항원 검사 키트를 배달하려고 준비 중이다. (출처: 뉴시스)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약국에서 월트 앱의 배달 기사가 10일(현지시간) 코로나19 항원 검사 키트를 배달하려고 준비 중이다. (출처: 뉴시스)

◆美 병원 25% ‘심각한 인력난’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로 입원한 미국인의 수가 지난 겨울의 정점을 넘어섰으며, 이는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이 미 전역에 퍼지며 바이러스가 내포하고 있는 위협의 심각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미 보건복지부(HHS) 자료에 따르면 9일 기준 전국적으로 14만 2388명이 코로나19로 입원해 있으며 이는 작년 1월 14일 최고치였던 14만 2315명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 일주일간 하루 평균 입원자 수는 13만 2086명으로 2주 전보다 무려 83% 증가했다. 같은 기준 하루 평균 확진자는 64만 8천여명에 달한다. 로이터통신 집계에 따르면 10일 미국의 일일 확진자 수는 최소 113만명으로, 최다 기록이었던 103만명(지난3일)을 넘어섰다.

전례 없는 확산세로 병원들이 입은 타격은 크다. HHS에 따르면 현재 미국 병원 중 약 4분의 1이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오리건주 등 일부 주에서는 주 방위군까지 파견돼 병원을 돕고 심지어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등의 보건당국은 무증상 또는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감염 의료진에게 근무를 계속해도 좋다고 허용하기도 했다. 앞서 프랑스 정부도 이와 같은 결정을 발표했다.

NYT는 “오미크론이 처음 강타한 도시들과 관련한 일부 자료들은 사망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확진자 증가세만큼 빠르진 않지만 앞으로 더 큰 재앙이 닥칠 것임을 경고할 만큼은 충분히 빠른 것”이라고 전했다.

10일 중국 북부 톈진시 도로가 텅 비어있다. 톈진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온 후 당국은 1400만명 주민 모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벌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10일 중국 북부 톈진시 도로가 텅 비어있다. 톈진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온 후 당국은 1400만명 주민 모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벌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올림픽 앞둔 중국 오미크론에 비상

최근 매일 최다 확진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이스라엘에서는 확산세가 폭발적으로 커지자 검사소의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 7일부터 코로나19 진단 지침을 유전자 증폭(PCR) 검사에서 항원 검사 중심으로 전환했다. 항원 검사는 PCR 검사보다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집에서 자가 진단을 할 수 있다. 이에 최근 이스라엘의 배달 업체들은 음식보다 항원 검사 키트를 더 많이 배달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이날 전했다. 이날 이스라엘은 신규 확진자 2만 1514명을 보고하며 최다수를 기록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주 이스라엘 인구 940만명 중 200~400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남미도 비상이다. 부스터샷까지 접종한 대통령이 재감염 된 멕시코에서는 지난 8일 일일 신규 확진자가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3만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세가 커지며 인력난으로 무더기 결항사태까지 벌어졌다. 아르헨티나, 페루, 콜롬비아, 브라질 역시 오미크론의 확산과 함께 이전의 최다 신규 확진자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고 있다.

이외에 확산세가 커지는 국가들은 방역 규제 고삐를 죄는 추세다. 이미 인구 1300만명의 도시 시안을 봉쇄한 중국은 베이징 근처 톈진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확인되자 주민 1500명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주민들이 도시를 떠날 땐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인구 550만명이 거주하는 허난성 안양에서는 오미크론 환자가 발생해 지난 9일부터 모든 버스 운행을 중단했다. 연초 대비 확진자 수가 8배나 증가한 인도에서는 수도 뉴델리가 식당과 술집 실내 취식 금지령을 내리고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도록 했으며 스웨덴 정부는 이날 재택근무 의무화와 실내 모임 인원수 제한 등 더 엄격해진 새 방역 수칙들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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