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계, 감시망 심각한 허점
CCTV포착, 경고등에도 놓쳐
“국민보호 차원, 통지문 발송”
“민간인 추정… 현재 파악 중”
전문가 “軍부실, 재점검 필요”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우리 국민으로 추정되는 1명이 강원도 동부전선 22사단 최전방 철책을 넘어 월북할 당시 감시카메라(CCTV)에 포착된 것은 물론 경고등도 울렸지만, 군이 3시간이 지나서야 월북 사실을 파악하는 등 경계‧감시망에 심각한 허점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군 경계망에 또 다시 구멍이 뚫리면서 새해 벽두부터 ‘경계 실패’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는데, 특히 ‘노크 귀순’ 오리발 귀순' 등 상습적인 월책 사건이 발생하는 곳이라 군의 허술한 경계 태세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다. 차재에 군 감시 체계 부실에 대한 전반적인 재정립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합참 “어제 강원도 철책 통해 1명 월북”
합동참모본부는 2일 “어제(1일) 오후 9시 20분쯤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미상 인원 1명을 감시 장비로 포착해 신병 확보를 위해 작전 병력 투입해 DMZ 작전 중 해당 인원이 오후 10시 40분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후 확인과정에서 드러났다. 합참에 따르면 이 인원이 같은 날 오후 6시 40분께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는 장면이 과학화 경계감시장비에 포착됐다. “당시 CCTV 감시병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고, 이후 (CCTV) 재생 과정에서 월책 모습이 파악됐다”고 합참은 전했다.
아울러 CCTV에 포착된 것은 물론, 철책에 설치된 과학화 경계시스템의 광망체계 경보도 정상적으로 작동해 초동조치 부대가 출동했지만, ‘철책에 이상이 없다’고 자체 판단해 철수했다고도 했다.
이 인원은 약 3시간 후인 오후 9시 20분께 MDL 이남에서 군 열상감시장비(TOD)에 다시 잡혔다. 군은 이 인원을 찾기 위해 병력을 출동시켜 긴급 작전을 펼쳤지만,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군은 오후 10시 40분쯤 이 인원이 MDL 이북으로 넘어간 사실을 TOD를 통해 최종 확인했다.
◆軍경계, 비판의 목소리 커
감시 장비가 이중으로 작동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부대까지 출동했지만, 결과적으로 월북자가 철책을 넘은 뒤 신병 확보 작전에 돌입하기까지 군은 3시간 가량 월북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군은 신원 미상자가 철책을 넘은 뒤 신병확보 작전에 들어가기까지 약 3시간 가까이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인데, 해당 부대가 앞서 ‘노크 귀순’ ‘오리발 귀순’ 등 월책 사건이 빈번한 곳이라 비판의 목소리가 거센 상황이다. 군 자체 기강 확립과 함께 군 감시 대응 체계에 총제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군 당국이 매번 제대로 대처를 못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 이번에는 포착하고 출동까지 하지 않았느냐”면서 “물론 100% 잡아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할 말이 없게 됐다. 감시 장비 등 체계에 이상이 있는 건지 작전계획의 문제인지 군의 기강이 해이된 것인지 이번 기회에 분명히 다잡아야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합참도 “초동조치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확인했다면 하는 미흡한 부분은 있었다”며 감시 태세가 소홀했음을 시인했다. 현재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합참 요원들이 현장에 급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월북자 ‘신원‧생사 미확인’
월북자의 신원과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월북한 우리 공무원에게 총을 쏴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일이 있는 만큼, 우리 국민 보호 차원에서 이날 아침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해당 지역 일대의 북한군 특이동향은 현재 포착되지 않고 있다. 문 센터장도 “코로나19의 재확산세 속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려되는 일이었는데 군이 발빠른 대응을 했다”고 거들었다.
군 당국은 월북자를 군인이 아닌 민간인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민 여부 등도 파악하기 위해 통일부 등 관계 기관과 함께 확인 중에 있다.
한편 이번 월북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은 작년 2월 ‘오리발 귀순’, 2012년 10월 ‘노크 귀순’ 등으로 홍역을 치른 육군 부대다. 22사단은 전체 부대에서 유일하게 강원도의 험준한 산악 지형과 긴 해안 경계를 동시에 맡고 있어 제한된 인력에 비해 감시 업무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만큼 사건·사고도 잦고 군 간부의 징계가 많아 ‘별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군 당국은 이곳에서 여러 사건 이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과학화 경계‧감시 장비 성능 개선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이번에도 월북을 저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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