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2년 새해 첫 날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이 연말, 신년 인사말이 적힌 현수막 아래를 오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2년 새해 첫 날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이 연말, 신년 인사말이 적힌 현수막 아래를 오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

코로나19 집단감염 영향

57.1% “방역수칙 준수해야”

51.4% “종교인, 언행 중요”

 

타종교에 배타적 모습도 지적

쇠락하는 종교 본질 찾아야 

“내종교 넘어 연대할 때 희망”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김민희 수습기자] “국민에게 더 이상 불안감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쎄요. 이제는 그만 분열하고 하나 돼야 하지 않을까요?”

신년을 맞아 지난달 6일부터 2주간 ‘종교에 바라는 점’이란 주제로 진행한 인터뷰에 응했던 많은 시민의 대답에서는 ‘분노’와 ‘무관심’이 느껴졌다.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은 종교시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몇 년 새 종교에 대한 신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2021년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국내 첫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진자가 목사 부부로 알려지고 또다시 교회를 매개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종교에 대한 분노가 재점화했다. 

‘불안이 높을수록 종교에 의지하는 마음이 커진다’는 공식을 깨고, 종교의 역할에 대한 기대치는 이미 주저앉은지 오래다.  이런 의식은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2021년 3월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보고서에 따르면 비종교인 절반이 넘는 68%가 ‘종교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종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종교계가 노력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천지일보 종교부 기자들은 서울역, 서울시청, 종로 등 서울 각지에서 시민들을 직접 만나 이런 질문을 던져봤다. ‘종교’를 언급하자마자 고개를 젓거나 대답을 꺼려하는 시민이 대다수였지만, 여전히 종교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는 시민도 많았다.

“종교시설 방역수칙 준수해야” 57.1%

조사에 응한 시민들의 절반이 종교계에 가장 바라고 있는 부분은 ‘방역지침 준수’였다. 35명 중 20명(중복답변, 57.1%)이 종교시설이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많이 끼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이준일(28, 남)씨는 “기대했던 콘서트가 종교단체에서 집단감염이 터져서 취소된 적 있었다”며 “올해에는 종교계가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길 희망하고, 방역에도 빈틈없이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례가 없는 전염병 유행 속, 특히 교회를 향한 실망감은 극에 달해 있었다. 정승현(가명, 30, 여)씨는 “종교도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 구성원인데, 현장예배를 고수하는 모습이 마치 특권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여 이기적으로 느껴졌다”며 “앞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다수 시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요식업에 종사한다고 밝힌 유정식(34, 남)씨는 “근처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터져 타격이 컸는데 반성이 없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종교인이라 밝힌 이미지(26, 여)씨는 “물론 성전에서 예배를 이전과 같이 드릴 수 없어 아쉽긴 하지만 장소보다는 마음이 신앙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장예배를 고수해 종교를 욕 먹이는 것은 신자들에게도 수치를 안겨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언행과 행실(중복답변, 18명, 51.4%)’이었다.

추가 방역패스 적용시설에서 ‘종교시설’이 제외된 것에 대해 시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방역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언제 나올지는 미지수다. 사진은 오미크론 변이 집단감염이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교회에 전면 폐쇄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출처:뉴시스)
추가 방역패스 적용시설에서 ‘종교시설’이 제외된 것에 대해 시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방역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언제 나올지는 미지수다. 사진은 오미크론 변이 집단감염이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교회에 전면 폐쇄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출처:뉴시스)

“돈이나 권세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신의 뜻대로 나아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성도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개신교인 김진수(26, 남)씨는 이같이 말했다. 집단감염 등으로 인한 부정 인식만큼 신의 뜻과 거리가 먼 종교지도자들의 부정부패 역시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김영웅(35, 남)씨는 “종교인 중에는 신앙 따로, 삶 따로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불편하다”며 “종교인들의 행위가 신의 뜻인지 자기 이득을 위한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부정부패를 벗어나 청렴한 종교 리더들이 새해에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타종교와의 소통(42.9%)’ ‘정치와 분리(14%)’ ‘자원봉사 (11.4%)’ 순의 응답이 나왔다. 시민들은 다종교 사회 속에서 기성 종교들의 배타적인 모습도 종교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 인식을 확산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최수정(44, 여)씨는 “우리나라는 특히 종교 갈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의 마음도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유여정(여, 33)씨는 “사람을 위한 종교가 분열과 갈등을 초래한다면 종교로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이라며 “2022년에는 종교가 먼저 화합해서 안그래도 어지러운 사회에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종교계가 정치와 하나되는 모습도 경계했다. 특히 종교와 정치적 보수주의 결탁에 대한 지적이 컸다. 종교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정영진(27, 남)씨는 “종교지도자들이 노골적으로 정치에 관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권을 챙긴다던가 자기 이익을 추구하려는 게 목적인 것으로 비춰진다”고 말했다.

“쇠락하는 종교, 본질 찾을 때”

국내에서 종교의 영향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약화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이 넘는 60%가 ‘현재 믿는 종교가 없다’고 답했다. 2015년 인구센서스 결과에서 56.1%가 무종교라고 한 것보다 더 증가한 셈이다.

종교를 믿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비종교인 54%가 ‘관심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비종교인이라 할지라도 영적인 차원에 대한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란 사실이다. 비종교인 중에서 기적의 존재를 믿는다는 사람의 응답율은 45%였다. 내세에 대해서도 23%가 믿는다고 답했다. 한국의 종교가 신앙의 명확한 목적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래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22년, 시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화합’과 ‘사랑’ 그리고 종교 본질의 ‘회복’이었다. 전문가 역시 기성종교끼리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닌, 종교 본질적 문제를 자각하고 이 시대 종교의 역할에 대해 절실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는 천지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간 한국종교들은 경쟁만 했지, 희생해가면서 전체 공동체의 보편적인 이해를 고려한 경우가 없었다”며 “코로나19 대응 같은 경우도 내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공통적 문제라는 점을 인지하고 각 종교단체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공동체적인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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