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무료 유전자증폭(PCR) 검사소 앞에 주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2021.12.29.
(워싱턴=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무료 유전자증폭(PCR) 검사소 앞에 주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2021.12.29.

2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의 유전자증폭(PCR) 무료 검사소 앞에 줄지어 선 수십 명의 머리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부분 개의치 않고 자리를 지켰다. 맨 뒷사람이 검사를 받으려면 한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할 형편이었다.

거의 끝부분에 서 있던 31세 남성 알렉스는 상관없다고 했다. 여름 이후에 한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다가 겨울 들어 처음 받는 검사라고 했다.

오랜만에 검사를 받는 이유를 물었더니 확진이 많아져서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틀 뒤인 올해의 마지막 날 밤에 가까운 친구 서너 명과 모여 새해를 맞으려고 하는데 그 전에 검사를 받아보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오미크론이 퍼지기 시작한 이후로는 식당과 술집에 거의 가지 않았다"면서 "너무너무 걱정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신경이 쓰이고 조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줄 뒷부분에 서 있던 70대 남성 론은 워싱턴DC에서 확진자가 급증한다는 뉴스를 봤느냐고 묻자 "봤다. 꽤 걱정이 된다"고 답했다.

그는 워싱턴DC에서 왜 갑자기 확진자가 급증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오미크론이 확산하기 시작한 이후엔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 백신도, 부스터샷도 맞았지만 안 걸린다는 보장이 없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이 무료 검사소는 하루에 4시간만 문을 열지만 800∼900명이 다녀간다고 한다. 워싱턴DC는 오전과 오후로 시간대를 나눠 여러 군데에서 무료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검사소가 문전성시인 이유는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가 최근 '미국 내 오미크론 확산의 진원'(뉴욕타임스)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상황과 무관치 않다.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워싱턴DC의 인구 10만 명당 감염자 수는 293명으로, 2위인 뉴욕주의 191명을 크게 앞선다.

이달 초만 해도 일평균 확진자 수가 100명이 안 됐지만 지금은 2천 명대로 올라섰다. 인구가 70만 명 정도인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폭증'이다.

젊은 층 비율이 높다는 게 급속한 확진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워싱턴DC 당국에 따르면 21∼44세 주민 비율은 42%, 54세까지 늘려 잡으면 53%나 된다.

워싱턴DC에 인접한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에서도 마찬가지로 확진 급증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닐 세걸 메릴랜드대 교수는 NYT에 "약간은 연휴 파티 현상 같은 것"이라며 "20∼49세는 감염이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료 자가진단 키트를 나눠주는 곳에도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신분증을 보여주면 바로 지급이 되는 식이라 줄이 길어야 예닐곱 명 정도였지만 주민들이 쉴 새 없이 찾아와 부지런히 키트를 가져갔다.

신분증을 내밀었더니 한 통에 두 번의 검사가 가능한 키트 두 통을 줬다. 그러면서 "내일 오면 또 두 통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매일 와도 두 통씩 주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서둘러 올 필요는 없다면서 웃는 걸 보니 비교적 넉넉하게 물량이 확보된 것 같았다.

워싱턴DC 당국이 여덟 군데 도서관에서 주민에게 나눠주고 있는 진단키트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연방정부 차원에서 진단키트 5억 개를 사들여 나눠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서관 앞에서 진단키트를 받아 나오던 존이라는 68세 남성은 "검사를 매주 하고 있다. 이번주에 PCR 검사를 했고 다음주엔 이걸로 검사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엔 걱정돼서 바깥에 잘 나가지 않는다"면서 "연말은 혼자 보내려고 한다"고 했다.

회사 동료 사이라는 앤젤라와 토니도 진단키트를 받으러 왔다. 앤젤라는 "오늘 처음 받으러 왔다. 오늘 검사할 것이고 신년맞이는 가족 4명이서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는 "증상은 없지만 무증상 감염도 많다고 해서 (앤젤라에게) 진단키트를 받으러 가자고 했다"면서 "연말은 개와 둘이 보낼 것"이라며 웃었다.

대부분 오미크론의 확산과 워싱턴DC의 급증에 좀 더 걱정이 커지고 조심을 하게 됐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주민도 있었다.

어린아이 둘을 유모차에 태우고 가던 32세 여성 크리스틴은 진단키트를 받아 나오더니 "지나가는 길에 무료라고 해서 받아왔다"면서 "나도, 아이들도 지난 8월에 감염됐고 별다른 증상은 없었다. 걱정이 많이 되지는 않고 이걸로 검사를 해볼지도 아직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확진자 급증에 그야말로 비상이 걸린 워싱턴DC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실내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하는 등 방역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년 1월 15일부터는 최소 1회 백신을 접종했다는 증명서를 내야 식당에 들어갈 수 있다. 2월 15일부터는 접종을 완료했다는 증명서를 내야 한다.

(워싱턴=연합뉴스)

[르포] "美 오미크론 확산의 진원"…새해 목전 워싱턴DC의 악몽

2021-12-30 08:35 공유 댓글 글자크기조정 인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무료 유전자증폭(PCR) 검사소 앞에 주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2021.12.29. nari@yna.co.kr

2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의 유전자증폭(PCR) 무료 검사소 앞에 줄지어 선 수십 명의 머리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부분 개의치 않고 자리를 지켰다. 맨 뒷사람이 검사를 받으려면 한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할 형편이었다.

거의 끝부분에 서 있던 31세 남성 알렉스는 상관없다고 했다. 여름 이후에 한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다가 겨울 들어 처음 받는 검사라고 했다.

오랜만에 검사를 받는 이유를 물었더니 확진이 많아져서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틀 뒤인 올해의 마지막 날 밤에 가까운 친구 서너 명과 모여 새해를 맞으려고 하는데 그 전에 검사를 받아보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오미크론이 퍼지기 시작한 이후로는 식당과 술집에 거의 가지 않았다"면서 "너무너무 걱정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신경이 쓰이고 조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줄 뒷부분에 서 있던 70대 남성 론은 워싱턴DC에서 확진자가 급증한다는 뉴스를 봤느냐고 묻자 "봤다. 꽤 걱정이 된다"고 답했다.

그는 워싱턴DC에서 왜 갑자기 확진자가 급증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오미크론이 확산하기 시작한 이후엔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 백신도, 부스터샷도 맞았지만 안 걸린다는 보장이 없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이 무료 검사소는 하루에 4시간만 문을 열지만 800∼900명이 다녀간다고 한다. 워싱턴DC는 오전과 오후로 시간대를 나눠 여러 군데에서 무료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검사소가 문전성시인 이유는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가 최근 '미국 내 오미크론 확산의 진원'(뉴욕타임스)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상황과 무관치 않다.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워싱턴DC의 인구 10만 명당 감염자 수는 293명으로, 2위인 뉴욕주의 191명을 크게 앞선다.

이달 초만 해도 일평균 확진자 수가 100명이 안 됐지만 지금은 2천 명대로 올라섰다. 인구가 70만 명 정도인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폭증'이다.

젊은 층 비율이 높다는 게 급속한 확진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워싱턴DC 당국에 따르면 21∼44세 주민 비율은 42%, 54세까지 늘려 잡으면 53%나 된다.

워싱턴DC에 인접한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에서도 마찬가지로 확진 급증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닐 세걸 메릴랜드대 교수는 NYT에 "약간은 연휴 파티 현상 같은 것"이라며 "20∼49세는 감염이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료 자가진단 키트를 나눠주는 곳에도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신분증을 보여주면 바로 지급이 되는 식이라 줄이 길어야 예닐곱 명 정도였지만 주민들이 쉴 새 없이 찾아와 부지런히 키트를 가져갔다.

신분증을 내밀었더니 한 통에 두 번의 검사가 가능한 키트 두 통을 줬다. 그러면서 "내일 오면 또 두 통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매일 와도 두 통씩 주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서둘러 올 필요는 없다면서 웃는 걸 보니 비교적 넉넉하게 물량이 확보된 것 같았다.

워싱턴DC 당국이 여덟 군데 도서관에서 주민에게 나눠주고 있는 진단키트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연방정부 차원에서 진단키트 5억 개를 사들여 나눠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서관 앞에서 진단키트를 받아 나오던 존이라는 68세 남성은 "검사를 매주 하고 있다. 이번주에 PCR 검사를 했고 다음주엔 이걸로 검사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엔 걱정돼서 바깥에 잘 나가지 않는다"면서 "연말은 혼자 보내려고 한다"고 했다.

회사 동료 사이라는 앤젤라와 토니도 진단키트를 받으러 왔다. 앤젤라는 "오늘 처음 받으러 왔다. 오늘 검사할 것이고 신년맞이는 가족 4명이서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는 "증상은 없지만 무증상 감염도 많다고 해서 (앤젤라에게) 진단키트를 받으러 가자고 했다"면서 "연말은 개와 둘이 보낼 것"이라며 웃었다.

대부분 오미크론의 확산과 워싱턴DC의 급증에 좀 더 걱정이 커지고 조심을 하게 됐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주민도 있었다.

어린아이 둘을 유모차에 태우고 가던 32세 여성 크리스틴은 진단키트를 받아 나오더니 "지나가는 길에 무료라고 해서 받아왔다"면서 "나도, 아이들도 지난 8월에 감염됐고 별다른 증상은 없었다. 걱정이 많이 되지는 않고 이걸로 검사를 해볼지도 아직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확진자 급증에 그야말로 비상이 걸린 워싱턴DC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실내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하는 등 방역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년 1월 15일부터는 최소 1회 백신을 접종했다는 증명서를 내야 식당에 들어갈 수 있다. 2월 15일부터는 접종을 완료했다는 증명서를 내야 한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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