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필 인왕제색도, 국보 제216호 (제공: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 2021.12.28
정선 필 인왕제색도, 국보 제216호 (제공: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 2021.12.28

이건희 컬렉션 대규모로 공개
‘인왕제색도’ 전시 정점 찍어
피카소 탄생 140주년展 인기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2021년 한해는 국내 전시도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로 전시 개막이 지연됐고, 관람객 인원도 제한됐다.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또다시 불어 닥치면서 여전히 문화생활에는 제약이 걸려있다. 그러함에도 올 한해 전시는 뜨거웠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 측이 이 회장의 소장품을 기증해 유물과 미술작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졌다.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은 티켓 판매 전시회 중 입장객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올 한해 미술계 이슈를 종합해봤다.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대공개

올 한해 온 국민의 관심을 끈 전시는 단연 ‘고(故) 이건희 회장의 소장품전’이었다. 지난 4월 고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은 이 회장의 소장품 1만 1023건 약 2만 3천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기증품에 국보 제216호 ‘정선필 인왕제색도’, 보물 제2015호 ‘고려천수관음보살도’ 등 국가지정문화재 60건이 포함돼 있었다. 기증된 소장품은 7월 국민에게 공개됐다.

전시에서 정점을 찍은 작품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였다. 노년에 풍요로웠던 정선의 시선에서 바라본 비에 젖은 인왕산은 정선의 섬세하고도 힘찬 필선들로 그려졌다.

조선 풍속화가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도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보물 제1393호로 지정된 이 작품은 단원이 중국 송나라 문장가인 구양수가 지은 ‘추성부(秋聲賦)’를 그림으로 표현한 시의도(詩意圖)다. 이 작품은 1806년 단원이 죽기 바로 전 해인 1805년 동지 사흘 후에 그린 말년작으로 보고 있다. 그간 이건희 컬렉션 중 몇몇 작품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진행된 것은 처음이어서 한국 미술계의 이변을 불러왔다. 고 이건희 회장 소장품의 기증으로 우리 박물관‧미술관의 문화적 자산이 풍성해졌다. 또 해외 유명 박물관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특히 미술관의 경우 그동안 희소가치가 높고 수집조차 어려웠던 근대미술작품을 보강하는 계기가 됐다.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서울 종로구 광평동 땅속에서 항아리에 담긴 조선 전기 금속활자 1600여점 발굴됐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의 허를 받아 (재)수도문물연구원(원장 오경택)이 발굴조사 중인 ‘서울 공평구역 제15⋅16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 유적(나 지역)’에서 항아리에 담긴 조선 전기에 제작된 금속활자 1600여 점, 세종~중종 때 제작된 물시계의 주전(籌箭) 등이 발견됐다. 사진은 지난 6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모습. ⓒ천지일보DB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서울 종로구 광평동 땅속에서 항아리에 담긴 조선 전기 금속활자 1600여점 발굴됐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의 허를 받아 (재)수도문물연구원(원장 오경택)이 발굴조사 중인 ‘서울 공평구역 제15⋅16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 유적(나 지역)’에서 항아리에 담긴 조선 전기에 제작된 금속활자 1600여 점, 세종~중종 때 제작된 물시계의 주전(籌箭) 등이 발견됐다. 사진은 지난 6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모습. ⓒ천지일보DB

◆서울 한복판서 ‘금속활자’ 발견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담긴 ‘금속활자’도 출토돼 국민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금속활자는 한자 1000여점, 한글 600여점 등 총 1600여 점이다. 16세기 조선 전기 유물인 일성정시의, 물시계 등이 함께 나와 금속활자의 연대가 분명해졌다. 금속활자는 ‘갑인자(甲寅字, 1434, 세종 16년)’ ‘을해자(乙亥字, 1455, 세조 1년)’ ‘을유자(乙酉字, 1465, 세조 11년)’ ‘동국정운식 한자음 한글 활자’ ‘미분류 활자’로 나뉘어 전시됐다. 이번 금속활자 발견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실 서울의 경우, 궁궐을 제외하면 발굴 조사의 역사가 짧은 편이다. 그러다 청계천에서 유물이 하나둘씩 출토돼왔다. 오경택 수도문물연구원장은 “이번 금속활자의 발견으로 조선 역사의 부족한 조각이 채워지는 듯하다. 우리 역사가 뿌리 깊은 전통을 토대로 이어져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고 전했다.

호렵도 팔폭 병풍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1.12.28
호렵도 팔폭 병풍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1.12.28

지난 2월에는 수준 높은 궁중화풍을 담은 18세기 ‘호렵도 팔폭병풍’이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 작품은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해 9월 미국 경매에서 매입해 국내로 들어왔다. 호렵도는 오랑캐(胡)가 사냥하는(獵) 그림’으로, 청(淸, 1616~1912)의 황제가 사냥을 즐기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중국의 명·청 교체 후 정묘호란(1627)과 병자호란(1636)을 연이어 겪은 후 조선에는 청을 배척하는 의식이 지배적이었으나, 18세기 후반 청의 문물이 대거 유입되고 청나라 문화에 관심이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조선의 복합적인 시대 배경 아래 무비(武備)를 강조한 정조(正祖, 1752~1800)의 군사정책과 맞물려 호렵도가 제작됐다.

◆관람객이 가장 많이 본 전시는?

최근 티켓 예매 플랫폼 인터파크는 2021년 1월 1일부터 12월 12일까지 판매된 전시 중 입장객 수가 가장 많은 전시회 랭킹을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전시 1위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이었다. 이는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의 소장품이 소개된 국내 최초 전시로, 회화, 조각, 판화, 도자기 등 110여 점의 걸작들이 전시됐다.

제주 빛의 벙커 모네 르누아르 샤갈 전 (출처:빛의 벙커)ⓒ천지일보 2021.12.28
제주 빛의 벙커 모네 르누아르 샤갈 전 (출처:빛의 벙커)ⓒ천지일보 2021.12.28

제주도 성산의 ‘빛의 벙커’는 2위였다. 전시실에 입장하는 순간 미디어아트에 의해 관람객은 시각과 청각이 금방 사로잡혔다. 또 관람객이 전시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작품과 하나 되는 독특한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모았다.

3위는 서울 DDP에서 개최된 ‘팀랩: 라이프(teamLab: LIFE)’ 전시였다. 팀랩은 다양한 국적과 분야에 속한 아티스트,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CG 애니메이터, 수학자, 건축가들이 모여 2001년 결성한 아트 컬렉티브다. 팀랩은 20~30대층의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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