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caption

팬데믹 고통 속 성탄절 맞이

고통 받는 인류에 위로 전해

“갈라진 교회부터 하나되자”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김민희 수습기자] 예수님의 탄생기념일인 25일 성탄절을 맞아 기독교뿐만 아니라 타종교계에서도 축하 메시지를 전해왔다. 종교 지도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2년 여간 고통 받는 인류를 위로하고 예수의 가르침인 낮은 자세로 주변과 이웃을 돌아보며 화합하고 평화를 이룰 것을 강조했다.

가톨릭 종교 지도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작더라도 우리 삶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그는 “각자 집이나 교회 아니면 구유가 있는 곳 어디에서든 경배를 드리라”며 “마리아와 요셉이 갓 태어난 아기 예수를 마구간 구유에 눕히는 것을 겸손하게 받아들였듯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겸손의 은총을 구하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북한의 형제자매들, 온 세상에서 구원의 은총을 청하는 모든 분에게 주님 성탄의 은총이 함께하시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탄은 2000년 전 베들레헴에서의 사건으로 그치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우리에게 다시금 이뤄지는 사건”이라며 “나아가 아기 예수님의 탄생과 더불어 우리 자신이 그분 안에서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사건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웃과 사회에 그리스도를 말과 행실로써 증거하며 참되게 주님 강생의 신비를 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내 개신교 최대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은 “특별히 2021년 성탄절은 아기 예수님이 누우신 그 낮은 자리, 말구유로 내려가야 할 시간”이라며 “연약한 교회들의 신음소리와 교회를 향한 세상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는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묘서동처의 세상에서 ‘인곤마핍(人困馬乏)’의 고난 가운데 있는 이웃의 친구가 되며, 갈라진 교회부터 하나가 돼 사회 통합과 화해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개신교단체인 한국교회연합회(한교연, 대표회장 송태섭 목사)는 “지금 온 나라가 코로나19 사슬에 매여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방역을 구실로 교회에 가해진 통제와 탄압이 우리에게 고통이 됐지만, 그것이 한국교회를 영적 깊은 잠에서 깨게 했다”고 했다. 이어 “주님의 성탄이 기독교인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울리는 꽹과리가 돼선 안 될 것”이라며 “담을 넘어 세상과 온 누리에 울려 퍼져 분쟁과 갈등이 종식되고 참 평화가 임하길 소망한다”고 바랐다.

진보 성향의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는 “위기가 가져온 두려움이 큰 만큼 올해 성탄절은 더욱 깊은 의미와 다짐의 시간으로 다가온다”며 “다시는 생명의 길을 거슬러온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과 생명의 위기를 초래한 무분별한 삶의 태도를 바꾸겠다는 다짐, 나보다 더 어려운 이를 위해서 빵 한 조각이라도 나누겠다는 다짐 등 이웃 사랑과 자연 사랑의 다짐으로 충만한 성탄절이 되기 바란다”고 독려했다.

[천지포토] 성탄트리 연등 설치된 조계사[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 성탄트리 연등이 설치돼 있다.조계종은 지난 17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일주문 앞에 아기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 연등’을 밝힌다. 다만 성탄절 연등 점등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고려해 별도 행사 없이 연등 점등과 총무원장 축하메시지로 대신했다. ⓒ천지일보 2021.12.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 성탄트리 연등이 설치돼 있다. 조계종은 지난 17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일주문 앞에 아기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 연등’을 밝힌다. 다만 성탄절 연등 점등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고려해 별도 행사 없이 연등 점등과 총무원장 축하메시지로 대신했다. ⓒ천지일보 2021.12.23

이웃종교도 예수의 탄생을 축하했다.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예수님은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 배운 자와 그렇지 않은 자 경계를 넘어 포용으로 차별하지 않았기에 지금에 이르기까지 성탄절로서 그 의미를 기억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예수님이 이 땅에 말씀하신 사랑과 화합의 진리 아래 평온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불교-기독교 지도자들은 상대 종교 기념일에 축하메시지를 전하며 소통과 화합을 표방하는 한편, 일선에서는 여전히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불교계는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한다는 의미의 트리와 캐럴을 문제 삼고, 기독교계는 불교를 상징하는 연등을 문제 삼으며 갈등을 빚는다. 특히 이번년도에는 염수정 전(前) 서울대교구장 대주교의 제안으로 정부가 지원해 ‘12월은 캐럴이 위로가 됐으면 해’ 캠페인을 벌여 전국에 캐럴송이 울려 퍼지게 됐는데, 이것에 대해서도 조계종이 강력히 반발해 논란이 일었다.

한편 로마 주교이자 전 세계 가톨릭 주교단의 단장 교황이 있는 바티칸에서는 25일 새벽 3시 20분에 교황이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를 거행한다. 25일 낮 12시에는 ‘주님 성탄 대축일 낮 미사’를 진행한다.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24일 오후 11시 45분에 밤 미사를, 25일 정오에 낮 미사를 집례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