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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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야생마’라는 별명이 생긴 게 아니다. 늘 괴팍한 행동이 이어졌다. 그의 등장은 시작부터 동화 같았다. 극적으로 쿠바를 탈출하고 메이저리그에 안착할 때까지의 과정조차도 베일에 싸여있었다. 누구한테도 6번 이상 쿠바를 탈출하려다 실패한 얘기를 하기 싫어했기 때문이다.

2012년 7년에 42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서부 명문팀 LA 다저스에 입단했을 때, ‘쿠바의 무명 선수에게 무리하게 과잉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쿠바 청소년 야구대표였던 그는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자신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진흙 속의 진주’임을 과시했던 것이다.

그는 류현진과 함께 한국 야구팬들에게 잘 알려졌다. 둘이 절친한 관계인데다가 한때 신인왕 경쟁을 했기 때문이다. 큰 키에 근육질 몸으로 홈런을 펑펑 터뜨리며 LA 다저스의 핵심 타자로 자리를 잡았던 그를 한국팬들이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본 이유였다. 데뷔 첫해부터 파워 배팅과 폭발적인 주루, 강력한 어깨 등으로 정상급 타자로 군림했다. 2019년까지 7시즌 동안 통산 86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7, 132 홈런, 415 타점의 실력을 보였다.

2019년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하면서 ‘대박’을 칠 기회를 잡았지만 이상하게도 소속팀을 구하지 못해 ‘미아’ 신세가 됐다. 실력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인성’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마이너리그에 잠시 몸담을 때 난폭 운전으로 입건된 사례가 있었으며 지난해에는 성폭행 혐의로 고소돼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야 했다. 게다가 팀 동료들과 수시로 충돌해 ‘난봉꾼’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다저스 시절 자주 훈련에 지각해 코칭스태프들을 화나게 했고, 클럽하우스에서도 동료들과 싸움이 잦았다.

거액을 받을 수 있는 일본프로야구도 그를 외면하면서 올해는 멕시칸리그에서 월봉 1만 2천 달러를 받고 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최근 한국의 키움 히어로즈와 1년 100만달러에 계약해 한국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게 됐다. 당초 푸이그는 한국행을 위해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 KIA 타이거즈 등과 접촉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키움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은 비록 실력은 뛰어나지만 인성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거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기업이 없이 독립체제로 운영하는 키움은 선수로서의 경쟁력과 투자대비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리고 그를 영입했다는 것이다. 키움은 지난해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적지 않는 재정 압박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으로 입증하겠다’는 각오로 인성 문제로 위험부담이 많은 그를 받아들였다. 뛰어난 실력으로 관중 동원과 마케팅에서 큰 도움을 주리라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일부 미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푸이그는 아직 미국에서 공개되지 않은 성폭행 사건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성폭행 사건은 2018년 한 여성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푸이그와 해당 여성과의 지루한 소송전이 이어졌다. 푸이그는 결백을 주장했으나 소송전이 지속되면 메이저리그 복귀가 어렵다고 판단, 결국 여성과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아직 수면위로 오르지 않은 성폭행 사건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그를 꺼린 것은 성폭행 사건이 직접적인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쿠바에서 극적으로 탈출해 메이저리그에서 야구선수의 꿈을 이룬 푸이그는 한때 부와 명예를 쥐었지만 자신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생유전’의 쓴 맛을 봤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 관심을 받는 그가 키움의 기대대로 내년 성공한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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