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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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티슈도 4등분 해서 쓰고 한 달 수도요금이 3000원을 넘지 않을 정도로 근검절약하며 살아온 이순난(90)씨의 이야기가 화제다. 그렇게 근검절약해서 모은 돈 8억 5천만원을 서울대 발전기금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기부를 결심한 후에는 혹시라도 자신의 뜻을 못 이룬 채 세상을 떠나게 될까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결국 ‘이순난 장학기금’의 주인공이 돼 소원을 풀게 됐다. 이씨는 제주도에서 해녀로 한평생을 산 93세 할머니가 대학교에 1억원을 기부했다는 기사에 감동을 받아서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누구나 짜릿한 첫 경험이 있을 텐데 필자의 경우 처음 귤을 맛보았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강원도가 고향이다 보니 모든 것을 좀 늦게 접하게 됐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쌀 외상값을 갚으러 단골 가게에 갔는데 그 주인은 성실하게 외상값을 갚는 엄마에게 귀한 것이라면서 귤을 한 개 선물해 줬다. 그때는 강원도에서 귤은 워낙 귀해서 한 개도 감사한 일이었다. 껍질 까는 것까지도 알려주셨던 것 같다. 집에 와서 먹어봤는데 얼마나 맛있던지,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서 귤을 먹으면 훨씬 더 감동적인 맛을 느끼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귤을 팔기 위해서 준 것 아닐까 생각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쌀을 외상할 정도이니 아무리 맛있어도 귤을 사먹을 형편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귤을 건네던 그 가게주인의 뿌듯함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누군가에게 새로움을 경험할 기회를 줬을 때의 행복함이었을 것이다.

사실 이순난씨처럼 큰 자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필자 같은 범인은 짐작도 할 수 없는 기쁨이나 행복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작은 자선은 선택의 문제이다. 지금이라도 스스로 결심하면 가능하다.

얼마 전에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작은 경험을 했다. 동네 길을 가는데 어떤 할머니가 양말 한 켤레만 사달라고 하는 것이다. 날씨도 추운데 걱정이 됐지만 현금이 없어서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편치 않아서 만 원 짜리 한 장을 들고 가 보았더니 아직 그 자리에 계셨다. 양말은 그냥 상징적으로 한 켤레만 가지고 오려고 했는데 양말도 거의 없어 보여 돈만 드리고 그냥 돌아왔다. 얼마나 마음이 뿌듯하던지 만 원을 어디에다 쓰면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는 것은 집에 들어가서 빨래를 정리하다가 세탁된 만 원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뭔가 바라는 마음으로 한 것은 아니었는데도 마치 신으로부터 보상을 받은 듯한 느낌 때문에 특별했다.

이런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렇게 적은 돈으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큰 행복은 모르겠지만 작은 행복은 누구나 누릴 수 있다. 남한테 이야기하기도 멋쩍을 정도의 작은 행동으로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지갑이나 통장에 만 원 이상이 있다면 한 번 시도해 보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갑자기 추워졌다. 그럴수록 주변을 돌아보면서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 때 사회는 좀 더 따뜻해지고 좀 더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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