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발신 ‘010’으로 조작해
모텔 등에 중계기 설치·운영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을 도와 약 17억원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국제 전화번호를 ‘010’으로 시작하는 국내 전화번호로 조작해 발신할 수 있도록 중계기 등을 설치해 중국 조직의 범행을 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북경찰서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총 14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로부터 17억원 상당을 편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14명 중 5명은 구속됐다.
앞서 이들은 지난 6월 19일부터 8월 13일까지 모텔방을 얻어 중계기 등을 설치해 범행을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중계기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발신하는 국제 전화번호를 ‘010’으로 시작하는 국내 전화번호로 조작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를 통해 금융기관을 사칭하며 대출을 해줄 것처럼 속이거나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이스피싱 피해자 55명으로부터 약 17억원 상당을 편취했다.
이들은 서울·경기·부산·천안·대전 지역의 원룸텔이나 고시원·오피스텔 등을 타인 명의로 임차해 사용했다. 모텔방 등에는 불법 중계기나 발신번호 조작용 휴대전화 144대를 설치했다. 또한 한 달 주기로 장소를 이동하는 수법으로 경찰 추적을 피해왔다.
지난 8월 경찰은 한 모텔 업주로부터 “모텔방에 휴대전화기가 많이 설치돼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발신번호 조작용 휴대전화 48대를 압수했다. 또한 이를 설치한 피의자를 검거했다.
이후 경찰은 피의자 조사, 압수물 분석 등을 통해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돈을 받고 중계기·유심(USIM) 등을 유통·설치·운용한 일당을 추적했고, 피해자들이 대포통장으로 입금한 피해금을 인출해 보내준 공범들을 특정해 일행을 검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