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5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6차 명도집행이 진행되자 교인들이 서울북부지방법원 집행 인력 및 경찰 등과 대치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는 철거 문제로 재개발조합과 갈등을 빚어왔다. ⓒ천지일보 2021.11.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5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6차 명도집행이 진행되자 교인들이 서울북부지방법원 집행 인력 및 경찰 등과 대치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는 철거 문제로 재개발조합과 갈등을 빚어왔다. ⓒ천지일보 2021.11.15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전광훈 목사의 사택엔 불이 붙었고 교회가 무너지면 순교를 하겠단 신도들은 전봇대에 올랐다. 15일 재개발조합과 법원의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6차 명도집행은 이 교회 신도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쳐 대규모 충돌을 빚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날 오전 3시 30분쯤을 기해 서울북부지법 집행인력 수백명이 교회 안으로 기습 집결했고 약 4시간가량 교회 내부 시설 등에 대한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일부 신도들은 교회 종탑과 전봇대에 올라 투신시위를 벌이며 저항에 나섰다. 교회 관계자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용역들이 교회 내부를 부수고 있다”며 “일부 신도들은 ‘만약 교회를 철거한다면 이 위에서 뛰어내리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불법철거를 막아 내겠다’는 유언까지 남기고 전봇대와 종탑에 올라갔다”고 상황을 전했다.

경찰은 앞서 몇 차례 진행된 명도집행 때와는 달리 방패 등으로 완전무장하고 교회로 진입하는 길목을 원천차단해 신도들의 접근을 막았다. 충돌에 대비해 소방 인력 114명, 소방장비 24대도 투입됐다. 집행 소식을 듣고 모인 약 100여명의 신도들은 교회 밖에서 극렬히 저항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6차 명도집행이 진행된 15일 오전 신도들이 강제철거를 저지하기 위해 골목에 모여있다. (출처: 유튜브 너알아TV 캡처)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6차 명도집행이 진행된 15일 오전 신도들이 강제철거를 저지하기 위해 골목에 모여있다. (출처: 유튜브 너알아TV 캡처)

철거 중 교회에 불이 붙어 연기가 올라오자 현장에선 “전광훈 목사님이 안에 있어요” “사택에 불이 붙었다. 용역 집행 당장 중단하라”는 울부짖음이 들렸다. ‘주여’를 외치는 통성기도 소리와 경찰을 비난하는 욕설 소리가 뒤섞여 교회 인근은 아수라장이었다. 교회 관계자는 “경찰이 불법 용역을 방치하고 인명피해를 조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전광훈 목사 “목숨 던지더라도 끝까지 교회 지킬 것”

관계자들과 사택에서 나온 전광훈 목사는 집행 현장을 찾아 “우리 교회는 재개발 지역이 아닌 단독 개발 지역”이라며 “84억 공탁금을 걸어놓고 이런 짓을 하는 것은 폭력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철거 문제는) 단순히 우리 교회 문제가 아닌 한국 교회의 자존심의 문제”라며 “이런 짓을 벌이는 배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최후의 생명 하나를 던져서까지 우리 교회를 지킬 것”이라고 재차 강조한 전 목사는 이후 목에 이상이 생겼다며 병원으로 향했다.

동이 틀 무렵이 되자 소식을 접한 전국 각지의 신도들이 줄을 이어 속속 집결했다. 8시 20분경, 교회 인근에 수백명의 신도들이 모이자 목회자들은 이들을 이끌고 철제 펜스를 넘어 교회 진입을 시도했다. “밀고 들어가“ “잡아, 끌어내” “강제집행 중단하라” “이거 놔라” “경찰은 꺼져라” 등 양측의 고성이 터져 나오면서 경찰과 신도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을 뚫고 철제 펜스를 넘은 신도들은 교회로 접근해 내부 진입을 시도했다. 소화기가 분사돼 흰 연기가 자욱한 속에 양측이 던진 돌이 날아다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머리에 피를 흘리는 등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신자들이 속출했다. 신도들의 저항이 갈수록 격렬해지자 결국 집행인력은 해산을 결정했다. 8시 50분경, 집행인력이 건물 밖으로 나왔고 신자들이 다시 교회를 점거했다. 분말을 뒤집어쓴 신도들은 박수를 치고 찬양을 부르며 “할렐루야 교회를 탈환했다” “하나님의 승리다. 우리가 이겼다”고 환호했다. 이날 충돌로 13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 또 무산된 철거, 신자들 끝까지 저항하는 이유는 

본지가 만난 신도들은 목숨을 걸고 교회 철거를 막는 이유에 대해 “사랑제일교회가 무너지는 것은 한국교회가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오전 4시 50분에 유튜브를 보고 인천에서부터 왔다는 임모(65, 남)씨는 “경찰들은 교회에 불이 났는데도 방치하고 용역들은 우리에게 돌을 던지고 쇠파이프로 때리기까지 했다”며 “눈이 다 터져서 피투성이가 된 사람도 있고 다친 사람도 많았지만 주사파로부터 교회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계속 싸웠다”고 말했다.

소화기 분말을 털어내던 권모(59, 여)씨는 “이 교회를 지키지 않으면 나라가 공산화된다”며 “전광훈 목사님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지기 때문에 목숨 걸고 교회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9시경 집행인력이 해산했지만 대다수 신도들은 “용역들이 또 올지도 모른다”며 “하루종일 교회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6차 명도집행이 진행된 15일 이 교회 신도들이 집행용역과 대치를 벌이며 교회 내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출처:너알아TV 캡처)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6차 명도집행이 진행된 15일 이 교회 신도들이 집행용역과 대치를 벌이며 교회 내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출처:너알아TV 캡처)

성북구 장위10구역 중심부에 위치한 사랑제일교회는 보상금이 너무 적다는 이유로 그간 재개발 철거에 반발해왔다.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은 서울북부지법에 교회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항소심까지 조합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조합은 총 다섯 차례 명도집행을 시도했지만 신도들의 강한 저항으로 실패해왔다.

지난해 11월 세 번째 명도집행 당시에도 신도 수십명이 화염병을 던지거나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는 등 집행인력 진입을 막아섰다. 이후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목사, 신도, 유튜버 등 10여명과 집행용역 10여명이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사태를 지켜본 사랑제일교회 인근 상인들은 교회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막무가내로 저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위동 토박이로 교회 앞에서 20년 이상 장사를 했다는 A씨는 “건물 평가액이 80억 정도인데 150억 요구는 정말 말이 안 된다”며 “지금 몇 년째 생떼를 쓰는 것이냐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니까 조합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B씨는 “사랑제일교회 대다수 신도들이 고령층의 어르신”이라며 “교회가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되레 더 맞서라고 부추기고 있으니 더 큰 사고로 이어질까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일 진행된 5차 명도집행은 신도들의 반발로 4시간 40여분만에 정지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북부지방법원 측이 15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6차 명도집행에 나섰지만 교인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대치 과정에서 총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사랑제일교회의 모습. ⓒ천지일보 2021.11.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북부지방법원 측이 15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6차 명도집행에 나섰지만 교인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대치 과정에서 총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사랑제일교회의 모습. ⓒ천지일보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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