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AP/뉴시스] 올해 10월 15일 워싱턴의 미 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 대책을 요구하며 연좌시위 중인 나바호족 청년들과 아이라 프란티스코 (21. 가운데).  이들은 선조 때부터 지켜온 원주민의 땅과 환경에 대한 정책을 요구하며
[워싱턴= AP/뉴시스] 올해 10월 15일 워싱턴의 미 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 대책을 요구하며 연좌시위 중인 나바호족 청년들과 아이라 프란티스코 (21. 가운데).  이들은 선조 때부터 지켜온 원주민의 땅과 환경에 대한 정책을 요구하며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 다음 세대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마카로니 웨스턴엔 원주민 인디언 희생 안나와"
제작자 "영어 대신 쓸 고유언어 보존에 긍지"
11월 "미 원주민 문화유산의 달" 맞아 민족박물관이 보급

미국 애리조나주 나바호족 인디언 출신의 나바호민족박물관장 마누엘로 휠러는 왜 나바호족 원로들이 서부영화를 좋아하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나바호족 원로들은 휠러에게 2013년  "스타워즈 4:새로운 희망"편이 나바호족 언어로 더빙, 개봉된 이후로 서부영화를 나바호어로 더빙해 달라고 부탁했고 그는 이 일을 맡았다.

더빙(dubbing)작업은 원작의 영어 대사를 성우들을 동원해서 나바호족 원주민 언어로 다시 녹음하는 일이다.

휠러는 그들의 서부영화 애호의 원인이 어쩌면 옛 인디언보호구역 내 기숙학교에서 수 십년 전에 보았던 영화들의 추억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아니면 그의 부친처럼,  영어로 방영되는 TV영화를 보기 위해 TV수상기 앞에 모여서 이들에게 친숙한 풍경속에서 모두가 함께 악당들과 보안관이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을 즐겼던 때문일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나바호 원로들은 휠러에게 클린트이스트우드가 낯선 총잡이로 나오는 "이름없는 사나이"의 더빙을 부탁했다. 

이는 이스트우드가 멕시코의 한 마을에 우연히 들어오면서 생기는 사건들을 다룬 3부작 서부 액션 영화의 첫 작품으로 1964년 이탈리아인들이 만든 이른바 "마카로니 웨스턴"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미국인들이 만든 수많은 서부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에는 아메리칸 인디언이 나오지 않는다.  그 점은 휠러에게도 마음에 든다.

"보통 미국제 서부영화에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공격적으로 기분나쁘게 묘사하거나 부정확한 묘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들은 그런 장면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나바호족 연예인들의 목소리로 나바호족 스텝들이 더빙한 이 영화의 시사회는 애리조나주 윈도 락의 영화관에서  11월 16일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다.
 
애리조나주는 2020년 3월부터 코로나 방역을 위해 모든 영화관의 문을 닫았는데 이번이 첫 대면 영화개봉이다.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마쳤거나 현장에서 신속검사에 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한된 좌석 수로만 입장이 허용된다.

이후 이달 말 부터는 애리조나주, 뉴멕시코주, 유타주에까지 퍼져 있는 나바호족의 보호구역 또는 인접지역의 모든 영화관에서도 무료로 상영될 예정이다.
 
다른 인기 영화들도 원주민 언어로 더빙된 사례들이 있다.  "밤비"는 아라파호 어로,  "프로즌2"는 사미족 언어로, "모아나"는 마오리족 언어로 더빙되었다.  "베렌스타인 베어스"는 다코타와 라코타 족 언어로 더빙되었다.

"아메리칸 원주민 유산의 달"인 11월중에 미국립 인디언 박물관에서 상영되는 영화로는 최소 20개의 원주민 언어로 더빙된 영화들이 있다고 이번 기획을 책임진 신디 베니테스 학예관이 4일 밝혔다.

그는 원주민 출신들이 제작하거나 감독해서 만든 원주민 스토리의 영화들도 많다면서,  어떤 영화는 완전히 원주민 언어로만 제작된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 모든 장소에서 제작된 모든 (원주민어) 영화들이 제공된다.  이처럼 영화제작자들이 원주민어를 사용해서 재생시키는 것은 문화적으로도 큰 희망을 준다"고 평가했다.
 
 나바호 언어 보존회의 지원을 제작된 "네모를 찾아서"(2016년작)의 나바호 언어 판에서는 앨버트 점보가 브루스역의 목소리를 맡았다.  미군에서 전역한 점보는 서부영화의 라몬 역도 맡았다.  그는 마카로니 웨스턴에서 특유의 악당 웃음을 한 껏 내보였다고 말했다.

나바호족 가정에서 자라나서 나바호 언어를 읽고 쓸 줄 아는 47세의 점보는 " 우리가 이처럼 오랜 세월동안 고유의 언어를 보존해 왔다는데 민족적 자부심이 크다"면서 "어린 세대들은 이미 이를 많이 잃어버린 것이 슬프지만, 이번 같은 영화가 계속 나온다면 젊은 세대들도 부분적으로 나마 우리 언어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바호 민족 박물관은 뉴욕소재 키노 로버 영화배급회사,  뉴멕시코주 갤럽에 있는 원주민들 소유의 '원주민 스타 스튜디오' 영화사와 한 팀이 되어 이번 더빙작업을 주도했다.

[플래그스태프( 미 애리조나주)=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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