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대만 남부 가오슝시의 40년 된 건물에서 불이 나 9명이 사망하고 44명이 부상을 입었다. (출처: 뉴시스)
14일 대만 남부 가오슝시의 40년 된 건물에서 불이 나 9명이 사망하고 44명이 부상을 입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대만 가오슝(高雄)시 청충청(城中城) 주상복합 건물 화재 참사로 최소 87명의 사상자가 나온 가운데 대만에서 취약계층의 열악한 주거 환경 문제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연합뉴스와 대만 주요 일간인 연합보(聯合報) 보도에 따르면 ‘가오슝 제1의 귀신 건물’이라고 불리던 이곳에 거주하던 사람 대부분이 사회 하위 계층이고 독거노인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보는 이날 사설에서 “이런 허름한 집들은 오랫동안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 있었는데도 정부로부터 관심과 돌봄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은 지 40년이 돼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된 청충청 빌딩 임대료가 최저 한 달 2000~3000 대만달러(약 8만 4000원~12만 6000원)가량으로 저렴해 서민들이 다수 거주해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충청 화재 참사가 대만의 건물 노후화와 거주민 노령화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생기는 안전 관리의 문제점을 부각시켰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나왔다.

대만 내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대만의 전체 추택 891만채 중 절반 이상이 최초로 설립된 지 30년을 넘어섰다.

궈지쯔(郭紀子) 징원(景文)부동산관리 회장은 이날 연합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래된 집에 노인들이 거주하는 ‘노령화·노후화(雙老)’ 문제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공공 안전 위험이 커지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모든 노후 건물에도 관리 주체를 두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내정부는 청중청 빌딩 화재 직후 관게 법령을 수정해 청중청 빌딩과 같은 노후 건물들까지 의무적으로 관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만 가오슝(高雄)시 당국이 청충청 주상복합 건물 화재 참사와 관련해 공식 사과를 하고 진실을 규명할 것을 국민들 앞에 약속했다.

대만 중앙통신 등 천치마이(陳其邁) 가오슝 시장이 시 당국자들과 함께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화재와 관련해 희생자와 유족, 부상자 및 전체 시민들에게 사죄한다”며 “이번 화재가 심각한 인명피해로 이어진 데 대해 깊은 비통함과 자책감을 느낀다. 시 정부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전적으로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국, 소방국에 화재 현장조사 등을 지시했다”며 “최대한 빨리 화재 원인을 규명하고, 대중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2시 53분(현지시간)께 가오슝시 옌청구의 낡은 주상복합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46명이 사망하고 4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일부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쌍의 남녀가 불이 나기 전 다투었고, 그 과정에서 남성이 담배꽁초를 버렸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있었다. 현재 대만 경찰은 현장에서 화재와 관련해 4명을 붙잡아 놓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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