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9월에 군부에게 살해된 주민들. 왼쪽 위부터 꿍비악 험 목사, NLD 당원 고 탄우, 청년운동가 고시투 카웅 얏, 아래 왼쪽부터 청년운동가 코 자우 린 엣, 간호사인 킨킨치웰, 의사 진 린. (출처: 미얀마 현지 매체 이라와디 홈페이지 캡처)
미얀마에서 9월에 군부에게 살해된 주민들. 왼쪽 위부터 꿍비악 험 목사, NLD 당원 고 탄우, 청년운동가 고시투 카웅 얏, 아래 왼쪽부터 청년운동가 코 자우 린 엣, 간호사인 킨킨치웰, 의사 진 린. (출처: 미얀마 현지 매체 이라와디 홈페이지 캡처)

9월 군부 공격에 99명 사망

아이·노인·학생 무차별 학살

민주 진영 일가족 죽이기도

 

시민군 역습에 군부 피해

“주민 지키기에 역부족”

난민 20만 7천명 발생

[천지일보=이솜 기자] 지난달 미얀마 민주진영이 쿠데타 군사정권을 향해 내전을 본격 선언한 가운데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교전이 치열해지면서 지난 9월에만 10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나왔다. 시민군 역시 반격을 가하면서 하루에만 군인 약 100명이 숨지기도 했다.

군부는 특히 사가잉과 마궤 지역, 친과 카야주 등에서 저항세력을 숨겨둔 것으로 의심되는 마을을 잔인하게 습격했다. 어린이를 포함한 미얀마 주민 수십만명은 이 같은 폭력 사태를 피해 집을 떠나 숨을 곳을 찾고 있다.

◆갓난아이부터 노인까지 살해

최근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 9월 미얀마 군부는 갓난아이부터 70대 노인 4명을 포함해 최소 99명을 살해했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 8개월간 군부에게 살해당한 수는 1154명으로 늘었다. 시위대와 파업 공무원들, 운동가 등 8700명이 구금되거나 체포 영장을 받았다.

9월 미얀마군은 카야와 친주, 마궤, 사가잉, 만달레이 지역의 주택가를 폭격했다.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을 학살하고 마을 전체를 횃불에 태워버렸다. 이 지역들 가운데 군부에 반대하는 저항세력이 주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군부에 의한 살해와 체포를 감시하는 AAPP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9월에 살해된 9명의 어린이들 중에는 한 살배기 아이도 포함돼 있다. 또한 고문으로 숨진 억류자들, 국가민주연맹(NLD) 회원들과 지지자들, 의료진 3명도 지난달 군부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9월 20일, 군부가 만달레이의 쇼푸 마을을 습격했다. 이들은 NLD 지지자의 집에 들어가 총격을 가해 일가족 5명을 모두 살해했다. 5명 중 4명은 총을 맞아 즉사했다. AAPP는 보고서에 부상을 입었던 한 살짜리 아이가 처음에는 살아남았으나 병원에 도착한 후 사망했다고 밝혔다.

북부 샨주의 모네코 타운십에서는 지난달 27일 군부의 포탄이 9살 소년 마 본의 집을 강타했다. 마 본은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숨졌다. 체포된 12명은 고문을 당해 숨졌다. 한 NLD 만달레이 지역 의원은 체포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유치장에서 사망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고 뚱보’로 통하는 고 탄우(48)는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만달레이에 있는 자신의 자택에서 체포됐다. 군부는 그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했지만 그는 몸무게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고 답했다. 그 순간 군부가 그의 무릎에 총을 쏘면서 그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고 탄우의 집에선 무기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체포됐고, 다음 날 그의 가족은 그의 죽음을 통보받았다. 가족들은 그의 시신을 아직도 받지 못했다.

9월 9일 마궤 지역의 마인타르 마을에서도 10대들이 체포돼 학살됐다. 이 마을에서는 군부에 의해 노인 등 모두 18명이 숨지고 가옥 20여채가 불에 탔다.

유엔 인권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 단체 ‘미얀마 특별자문회의’는 최근 성명을 통해 군사정권이 고문, 사형, 인질, 납치 등 자국민에 대한 만행을 하는 만큼 ‘테러 단체’로 선언할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미얀마 마웨 지역에서 군부에 희생 당한 청년들. (출처: 미얀마 현지 매체 이라와디 홈페이지 캡처)
미얀마 마웨 지역에서 군부에 희생 당한 청년들. (출처: 미얀마 현지 매체 이라와디 홈페이지 캡처)

◆시민군 반격… 난민 위기 악화

군부의 폭격 속 시민의 반격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민주 진영의 국민통합정부(NUG) 국방부는 지난 3일 사가잉, 마궤, 타닌타리 지역에서 현지 민간인 등으로 꾸려진 시민방위군(PDF)과 미얀마군의 교전 중 군인 9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NUG는 PDF가 하루 동안 총격전, 군 호송차 폭파, 보안기지 및 군 소유 기업체 공습 등 37건의 공격을 통해 이 같은 사상자를 냈다고 덧붙였다.

NUG는 지난 9월 7일 내전을 선언하고 전국에서 무장 민간인들과 소수 민족 단체를 모아 공격에 나서고 있다.

PDF가 반격에 나서고 있으나, 군사정권의 공격으로부터 주민들을 지키는 게 아직 충분치 않다는 내부 목소리도 나온다.

킨우의 한 PDF 지도자는 4일 미얀마나우에 “우리는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며 “PDF뿐 아니라 민간인도 큰 피해를 보고 있으며 우리는 NUG가 우리에게 더 많은 무기를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난민기구(UNHCR)는 미얀마에서 쿠데타 이후 약 20만 7천명이 집에서 추방됐으며 이 중 7만 6천명이 어린 아이들이라고 밝혔다. 특히 어린이들은 충분한 식량도 없이 숲에서 은신하고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민들은 인도적 지원과 식량이 절실하지만 종종 군사정권이 구호품 전달을 차단하거나 제한하고 있어 미얀마 난민의 기아 문제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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