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 백화점 취식공간이 음식을 먹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2
22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 백화점 취식공간이 음식을 먹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2

추석 연휴 무색해진 방역수칙

음식점, 카페 인파로 바글바글

백화점 등은 수십명씩 줄지어

관광명소도 사람들로 빼곡히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700명대를 기록한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동 자제, 모임 시간을 최소화 해달라”는 방역당국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서울, 경기 등 대형 쇼핑몰을 비롯한 맛집, 유명 카페 등에는 명절 연휴를 즐기려는 인파로 종일 ‘북적’였다.

일부 해수욕장에는 늦은 밤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으며 지역 유명 명소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등 곳곳에서 1m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너진 모습이 포착됐다.

일부 시민 사이에서는 방역 정책이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둔감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 사이에서는 “이기적”이라는 반응이 쇄도하고 있다.

◆‘600명대 확진’ 서울, 곳곳 인파로 북적였다

22일 오후 2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서울 시내의 한 지역의 유명 거리는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3명 단위의 가족을 비롯해 팔짱을 낀 연인들까지 추석 명절 마지막 날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골목마다 즐비한 유명 맛집과 카페들은 삼삼오오 앉아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로 빈 테이블이 없었고 줄까지 길게 이어졌다.

마스크는 착용했지만 거리에 사람이 몰리면서 거리두기는 사실상 지켜지지 않은 채 빽빽하게 붙어있는 모습도 보였다.

양주에 사는 김모(34, 여)씨는 “가족들도 모처럼 쉬고 날씨도 좋아 외식하러 나왔다”면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오래는 못 있겠다”고 말했다. 연인과 함께 나왔다는 유모(21, 남)씨는 “(화이자)백신을 맞고 처음 나오는 외출”이라며 “사람이 많긴 한데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고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영업하는 한 상인은 “명절 기간 내내 사람이 많았다”며 “나름대로 안전하게 소수로 모인다 할지라도 몰리면 사람이 북적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익선동 거리가 추석 명절을 맞아 외출한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2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익선동 거리가 추석 명절을 맞아 외출한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2

비슷한 시각, 서울 시내 한 대형 쇼핑몰도 인파로 북적였다. 여의도 더현대 백화점 인근에는 인파가 몰려 기다란 차량 행렬이 만들어졌고 주변 도로도 혼잡했다. 내부에도 인파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자칫 코로나19 발생시 집단감염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이 큰 음식점과 카페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 찼다.

특히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한 카페의 경우 200명 이상의 대기가 발생한 상태였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현대 백화점 내부 한 커피전문점의 대기자수. ⓒ천지일보 2021.9.22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현대 백화점 내부 한 커피전문점의 대기자수. ⓒ천지일보 2021.9.22

이외에도 기본 10명 이상의 대기줄이 서 있는 음식점이 곳곳에 보였다. 주변 간이 의자에는 마스크를 내리고 커피를 마시거나 빵을 먹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장을 보러 온 직장인 이모(27, 여)씨는 “음료 마실 때 외에는 마스크를 쓰라고 하지만 잘 안지켜 지는 것 같다”며 “백화점이 공간이 넓다곤 하지만 전파가 안되는게 아니지 않나. 솔직히 불안하긴 하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서울은 22일 0시 기준 644명을 기록하는 등 전국 최다 신규 확진자를 기록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 백화점 취식공간이 음식을 먹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2ⓒ천지일보 2021.9.22
22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 백화점 취식공간이 음식을 먹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2ⓒ천지일보 2021.9.22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경기 지역도 만만치 않다. 이날 기준 신규 확진자는 528명으로 서울에 이어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그러나 경기 지역에서도 모임을 자제해달라는 방역당국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카페나 관광지 등에 사람이 몰린 모양새였다.

실제 추석 당일인 21일 양주 마장호수 출렁다리에는 발 디딜틈 없이 수많은 인파로 빼곡히 들어찼다.

출렁다리를 방문한 이모씨는 “불안도 하지만 코로나19에 많이 둔감해진 것도 사실”이라며 “백신도 맞고 마스크도 쓰니까 방역수칙도 이제 일상 속에서 습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남모씨는 “연휴니까 어쩔 수 없지 않냐”며 “불안하지만 조심해서 다녀왔으니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추석 당일인 21일 경기 양주시 마장동 출렁다리에 사람들이 발디딜틈없이 북적이고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1.9.21
추석 당일인 21일 경기 양주시 마장동 출렁다리에 사람들이 발디딜틈없이 북적이고 있다.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1.9.21

대도시만 방역이 위험한 것은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었다.

경북일보 보도를 보면 추석 연휴 첫날인 19일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은 돗자리 등을 펴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을 마시는 인파로 가득 찼다. 밤 10시 이후 음식점 등이 일찍 문을 닫자 갈 곳 잃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다.

A씨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출입금지 표시가 버젓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래사장뿐만 아니라 데크 위에도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말 무뎌졌다” “너무 붐빈다” 우려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는 “요즘 어딜 가도 다 사람이 많다. “정말 무뎌졌다”는 푸념 섞인 글들이 뜨고 있다.

한 네티즌은 “집에만 있는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 됐다. 쓸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추석이라 이해는 되지만 붐벼도 너무 붐빈다”며 “드라이브 하는데 술집이나 식당이나 거리두기는커녕 테이블 다닥다닥 붙어서 손님이 아주 바글바글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 외에도 “요즘은 사람들이 무던해진건지 일상생활 하는 듯 하다” “거리두기를 더 강화하고 안지킬 경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추석 연휴 이후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을 우려했다. 강도태 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추석 연휴가 마무리되어 가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세는 계속되고 있다”며 “연휴 전부터 지속되고 있던 수도권의 확산세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휴 기간 동안 이동량 증가로 인해 그동안 다소 정체상태를 보여주고 있었던 비수도권의 방역상황도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고향 방문 이후 증상이 의심되는 분들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임시선별검사소나 주변 가까운 선별 진료소를 방문해 진단검사를 받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연휴 셋째날인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시민들이 빈대떡 가게 앞에서 줄을 서서 포장을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연휴 셋째날인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시민들이 빈대떡 가게 앞에서 줄을 서서 포장을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시민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시민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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