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표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020년 8월 27일 항소심 공판 출석을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표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020년 8월 27일 항소심 공판 출석을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계 일탈로 보기 어려워”

무죄취지 서울지법에 돌려보내

“공적 표현의 자유 보장돼야”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해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고 전 이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 4일 한국프레스 센터에서 개최된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약 400여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신년 인사말을 하면서 ‘부림사건’을 거론하면서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공산주의자”라고 비방한 혐의를 받는다.

부림사건은 1981년 독서모임을 하던 교사와 학생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한 뒤 불법 감금·고문을 자행해 허위자백을 받고 19명을 구속한 사건이다. 고 전 이사장은 부림사건 당시 부산지검 공안부 수사검사였다. 2014년 재심이 이뤄져 무죄가 선고됐고, 문 대통령은 이 재심의 변호인이었다.

그런데 고 전 이사장은 문 대통령에 대해 ‘체제전복을 위한 활동을 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들을 변호하면서 그들과 동조해 그들과 동일하게 체제전복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활동인 공산주의 활동 내지 공산주의 운동을 해왔고, 청와대 민정수석 및 비서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공안검사로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일한 자신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1심은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한 것 자체엔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무죄로 선고했다. 2심은 “‘공산주의자 발언’이 단순한 의견표명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검증이 가능한 구체화된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문 대통령이 원사건이 변호인이 아니고, 공산주의자 표현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킨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공산주의자 발언 부분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또 문 대통령이 부림사건 원사건의 변호인이라는 사실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어느 한 개인이 공산주의자인지 여부는 그 개념의 속성상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한 평가일 수밖에 없다”며 “그 평가는 판단하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상대적이어서 이를 증명이 가능한 구체적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람이나 단체가 가진 정치적 이념의 경우 평가적인 요소가 수반될 수 밖에 없어 증거에 의해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 법원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특히 공론의 장에 나선 공적 인물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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